<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3주

인도는 참 묘한 매력의 나라이다. 그동안 책을 통한 알아왔던  인도는 <지구별 여행자>등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생각을 하게 하였으며, <신도 버린 사람들>을 통해 불가촉천민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게 했다. 갠지스 강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카스트라는 용납하기 어려운 신분제도로 인해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런 가운데 만난 웰메이드 인도영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또 색다른 매력의 인도영화를 만나면서 발리우드 영화는 이제 내겐 꽤 익숙한 감동이 되었다. 
  

아쉬람

  

<줄거리> 

1938년, 인도의 바라나시. 엄격한 교리를 따르는 이곳의 여인들은 남편이 죽으면 남은 생을 속죄하며 ‘아쉬람’에서 살아야한다. 여덟살에 결혼한 쭈이야는 남편을 잃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세상과 격리된 채 평생 속죄하며 숨어사는 ‘아쉬람’에 버려지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긴 머리칼을 가진 18살의 아름다운 깔랴니와 친구가 된다. 철부지 사고뭉치 쭈이야와 깔랴니는 외출길에 잃어버린 강아지를 젊고 잘생긴 청년 나라얀의 도움으로 찾게 된다. 이를 계기로 알게 된 깔랴니와 나라얀은 우연한 만남을 거듭하며 운명적인 이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어느새 쭈이야는 두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는데...

영화의 배경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간디의 진보적 사상이 인도 전역에 퍼졌던 1938년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었지만, 변화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습관은 변하지 않는다. 과부와 몸만 닿아도 부정이 탄다고 여기는 사람들, 하층민과의 매춘이 그들에게는 영광일 것이라는 브라만 계급, 영화는 2천년 전부터 내려온 교리와 아이의 천진난만함... 수행에 정진하던 샤쿤딸라는 세속적 욕망과 종교의 불합리함을 깨닫는다. 과부와 매춘부로서의 삶을 받아들였던 깔랴니는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다. 웃음과 설렘이 지나가고 숨겨진 비극이 드러난 뒤, 영화는 “신이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신”이라는 간디의 가르침을 남겨 놓는다.  

이 영화는 제도에 대한 부당함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응하며 사는 여인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약자이어서 이룰 수 없는 사랑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남녀주인공이 참 매력적이다.

인도영화 처음인가? 영화가 주는 잔상이 깊게 남은 작품이다. 그전에 어떤 인도영화를 보았을지도 모르나,,,이 영화가 처음인것처럼... 수행의 나라 인도, 그러나 그곳에서 만나는 불합리함, 남성중심적인, 또한 계급중심적인 인도를 만나게 되는 영화였다.   

블랙 

 

<줄거리> 

세상이 온통 어둠뿐이었던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8살 소녀 ‘미셸’. 아무런 규칙도 질서도 모르던 ‘미셸’에게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의 부모님은 마지막 선택으로 장애아를 치료하는 ‘사하이’ 선생님을 부르고 그에게 그녀를 맡기게 된다. 그녀가 집에서 종까지 단 채 동물처럼 취급 당하는 것을 본 ‘사하이’ 선생님은 ‘미셸’의 눈과 귀가 되어주기로 결심하고, 아무 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녀에게 말과 소리 그리고 단어 하나 하나를 수화로 가르치기 시작한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굳은 믿음과 노력으로 끝내 그녀에게도 새로운 인생이 열리고 그녀를 세상과 소통하게 해 준 마법사 ‘사하이’ 선생님은 세상에 첫 걸음마를 내딘 ‘미셸’의 보호자가 되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씩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미셸’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사하이’ 선생님은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그녀 곁을 떠난다. ‘미셸’은 ‘사하이’ 선생님을 애타게 수소문하는 한편, 그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기는 있다. 세상이 온통 어둠뿐이었던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8살 소녀 미셸...사하이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온통 블랙이었던 그녀의 세상이 희망의 빛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무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녀에게 말과 소리 그리고 단어 하나 하나를 수화로 가르치기 시작하고,,,포기를 모르는 그의 굳은 믿음과 노력으로 끝내 그녀에게도 새로운 인생이 열리고, 그녀를 세상과 소통하게 해 준 마법사가 되어준다. 

헬렌켈러에게 설리반 선생님이 계셨듯이...미셸에게 사하이는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교육은 삼위일체가 되어야한다고 누군가 말하셨다. 부모와 선생님과 아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영화는 고집스럽지만 자신의 능력(아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었겠지..)을 믿는 한 선생님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세상을 향해 낯설고 힘겹지만 한발한발 나아가는 아이와 그런 선생님과 아이를 믿고 기다리고 지켜보아 주는 부모가 이루어 내는 쉽지 않지만 결국에는 이루어가는 기적같은 이야기이다.  

영화는 소재만큼이나 전개 또한 감동적이다. 인도 영화는 많이 접해 보지 않아 다소 낯설 것이라는 편견은, 영화를 보는 동안 시간이 흐를수록 깨어졌다. 영화 전반을 흐르는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빠르고 박진감 넘치고, 스케일이 방대한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내게도 잔잔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얼마전 본 <마이 시스터즈 키퍼>와 묘한 대비를 이루며 가족의 의미 또한 생각해 보게 한다. 발리우드라는 명성에 걸맞는 보기 드문 웰메이드 영화가 될 듯 하다. 

세얼간이 

 

<줄거리> 

매년 40만명이 지원하고 그 중 200명만이 입학 가능한 일류 명문대 임페리얼 공대, 일명 ICE. 하지만 입학과 동시에 최고의 천재들은 1등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스파르타식 교육 시스템 안에서 공부하는 기계로 변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을 엉뚱한 녀석이 나타난다.
그 이름은 '란초다스 샤말다스 찬차드'!
대대로 내려오는 신입생 신고식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선배들을 골탕 먹이고 주입식 교육에 물든교수와 학생들에게 허를 찌르는 문제를 출제하는 등 조용한 학교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는 것. 이에 ‘인생은 레이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는 신조를 가진 꽉 막힌 원칙주의자 비루 총장은 란초를 쫓아낼 구실만 생각한다.
그런 란초에게 두 친구가 있다. 본인이 원하는 사진가의 꿈을 포기하고 아버지가 정해준 공학도의 길을 가는 파르한과 찢어지게 가난한 집식구들을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대기업에 취업해야 하는 라주. 이들은 '란초'와 함께 좌충우돌 학창시절을 보내며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점점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세 얼간이’들은 결국 총장에게 약점이 잡히고 학교를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과연 이 삐뚤어진 천재들의 세상 뒤집기 한판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세 명의 천재 공학도들의 유쾌한 반란을 그린 <세 얼간이>에 <아바타>가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세 얼간이>는 인도의 흥행 보증수표이자 인도의 송강호 또는 톰 크루즈라 불리우는 ‘아미르 칸’(란초 역)을 필두로 흥행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는 ‘라지쿠마르 히라니’의 지휘 아래 최고의 웰메이드 코미디가 탄생했다.  

얼간이로 불리는 세 명의 천재 공학도들을 통해 꿈을 이야기하고, 진정한 교육과 배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신랄하면서도 유쾌하게 꼬집고 있는 영화 <세 얼간이>. 영화는 그 동안 민감했던 교육 문제에 정면 도전하며 학생뿐 아니라 부모, 직장인 등 사회적 지위를 막론한 전 세대를 아우르며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영화의 주인공 ‘란초’, ‘파르한’, ‘라주’는 가슴 속에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이나 대학은 오직 1등만을 강요한다. 하지만 이들 ‘세 얼간이’는 주입식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며,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영화는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톰행크스를 닮은 남자주인공이 자주 외치던 “알 이즈 웰” ( All is well의 인도식 발음) 을 주문처럼 외치며, 나도, 우리도, 그들 세 얼간이의 긍정마인드에 중독되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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