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1주
그 섬에 가고 싶다. 바쁘고 지친 일상을 벗어나 푸른 파도, 드높은 쪽빛 하늘, 갈매기가 노래하고, 조용하게 나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픈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섬 여행, 늘 상상만으로도 섬은 멋지고,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일상에서 벗어난 유토피아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런 섬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그런 느낌이 아니다. 고립되어 위태로워 보이고, 뭔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 오싹하고 비밀스런 분위기가 있다.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보스턴 셔터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수사를 위해 동료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셔터아일랜드로 향한다. 셔터아일랜드에 위치한 이 병원은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를 격리하는 병동으로 탈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식 셋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여인이 이상한 쪽지만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지고, 테디는 수사를 위해 의사, 간호사, 병원관계자 등을 심문하지만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꾸며낸 듯한 말들만 하고, 수사는 전혀 진척되지 않는다. 설상가상 폭풍이 불어 닥쳐 테디와 척은 섬에 고립되게 되고, 그들에게 점점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날 밤, 셔터아일랜드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영화는 탈출 불가능한 섬에서 환자가 실종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바다 한 가운데 고립된 섬이고, 그 섬에 괴기스러운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날씨 또한 공포감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게 시시각각 음울하게 변화한다. 영화를 보는내내 뒷골 송연한 긴장과 공포가 함께 한다.
정신병원, 그리고 그 누구도 탈출 불가한 고립된 섬 , 그곳에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극락도 살인사건

1986년, 시체가 사라진 의문의 살인사건 발생!
1986년, 아시안게임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9월. 목포앞바다에서 토막 난 사람 머리통이 발견된다. 사체 부검 결과, 토막 난 머리통의 주인이 인근에 위치한 섬, 극락도 주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특별조사반은 본격적인 수사를 위해 사건 현장 탐문에 나선다. 형사들은 송전 기사의 합숙소와 보건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살인사건의 흔적으로 보이는 핏자국과 부서진 무전기 등을 발견하지만, 끝내 한 구의 시체도 찾아내지 못한다.
한달 전 극락도...
바깥 세상 돌아가는 일엔 도통 관심이 없는 듯 순박하기만 한 섬주민 17명이 사는 작은 섬, 극락도. 천국 같은 이 곳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김노인의 칠순 잔치가 벌어진 다음날 아침, 두 명의 송전기사의 사체가 발견된 것. 함께 화투판에 있었던 덕수(권명환 분)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그의 행방마저 묘연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섬 주민 전원이 용의자일수도, 피해자 일수도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 난생 처음 살인사건을 맞닥뜨린 마을 사람들은 보건 소장 제우성(박해일 분)을 필두로 화투판 살인사건 범인을 추리하는데 열을 올리지만, 이웃들의 주검만 늘어간다. 한편, 우연한 기회에 이번 살인사건과 관련된 듯한 모종의 쪽지를 발견한 학교 소사 춘배(성지루 분)는 쪽지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는데...
영화<극락도 살인사건>의 시대배경인 1986년은 괄목할만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최초로 아시아 게임과 올림픽 유치 등의 성과가 있었던 반면, 공화국 말기의 권위주의적 정치성향과 부정부패로 인해 정권의 도덕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던 시기이다. 여기에 교통과 통신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섬’이라는 배경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이었던 86년의 사회적 배경을 압축시켜 놓은 듯한 공간으로 밀실추리극이라는 장르적 완성도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배가시키게 된다. 86년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고립된 섬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순박한 17명의 섬주민 전원의 목숨을 앗아간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동기를 제공하는 동시에 유력한 용의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이야기에 무게감을 더한다.
김복남살인사건의 전말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해원(지성원 분)은 휴가를 받아 어렸을 때 잠시 머물렀던 무도로 향한다. 어릴 적 친구 복남(서영희 분)이 해원을 환대하지만 다른 섬주민들은 해원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다.
복남의 배려로 편안한 휴가를 즐기며 서울에서의 스트레스를 잊어가던 해원에게 어느 날 부터인가 복남의 섬 생활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흘이 멀다 하고 남편에게 매를 맞고, 하루 종일 노예처럼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육욕에 집착이 강한 시동생에게 성적인 학대까지 받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섬사람 모두 복남이 처한 상황을 외면할 뿐이다. 해원 역시도 자신과 딸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복남의 간곡한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게 된다. 이제 무도에서 복남을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복남은 이 섬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눈부시게 햇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복남은 낫 한 자루를 집어 든다. 그리고 시리도록 아프고, 미치도록 잔혹한 핏빛 복수가 시작된다.
세상과 고립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 무도, 그곳에서 벌어진 여섯 가구 아홉명이 무참하게 살해된 끔찍한 사건을 다룬 잔혹스릴러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치밀하게 펼쳐지는 사건 전개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뿐 아니라 김복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불친절한 현대인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세상과 떨어진 섬, 무도에는 아홉명 밖에 안 되는 섬주민들만이 산다. 복남의 남편 만종의 친인척들이 대부분인, 가부장적인 사고가 만연한 섬이다. 그곳의 일주일의 휴가를 온 해원과 해원의 친구 이자 세상과 고립된 섬에서 한번도 그곳을 벗어난 적 없는 순박한 섬 여인 복남, 그녀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