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헌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5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파일링이라는 용어는 이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많은 추리소설에서 프로파일러들이 등장해서 범죄자를 잡거나 검거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에 프로파일링이 들어가고 프로파일링이 수사의 한 몫을 담당할 수 있게 만든 FBI에서 근무하고 그것을 정착시킨 저자가 쓴 작품을 보게 되어 영광이다. 이 작품은 <마음의 사냥꾼>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적이 있는 작품이라 먼저 나온 작품을 사 놓기는 했지만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또한 다행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범죄자는 흉악한 연쇄 살인범이다. 연쇄 살인범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가 계속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를 잡기 전까지 그 폭력적이고 잔인한 살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로파일링이 필요하고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것이다.


저자는 프로파일링 기법은 이미 셜록 홈즈가 사용했고 에드가 앨런 포우가 창조한 오귀스트 뒤팽이 프로파일을 가장 먼저 사용한 탐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는 몰랐겠지만 중요한 건 범죄를 막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맨 앞에 저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그의 머릿속에 등장한 것은 그들이 그런 범죄를 막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흉악한 범죄자를 만나기도 하고 그런 끔찍한 범죄 현장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봐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머리로 재구성해서 범죄자를 파악해야 한다. 아마 우리나라 경찰들도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범죄는 날로 지능화되고 잔인하게 발전하는데 경찰의 발전 속도는 그들보다 느리다. 때론 범죄자를 잡기도 하지만 때론 그런 끔찍한 범죄자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범죄가 나타나야 새로운 예방책은 아니더라도 범죄자를 체포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범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범죄자가 되는 일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계속 범죄자를 잡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과 프로파일링 기법을 발전시켜야 하고 또한 예방책도 강구해야 한다.


범죄자가 될 만한 환경을 사회와 가정이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당연한 말이다. 우리가 내 아이만 소중하게 생각해서 내 아이만 잘 키운다 해도 그렇게 자라지 못해 불만이 커져 범죄를 저지르려는 아이가 있다면 내 아이가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내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내 아이에게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보게 되면 사형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데 사형제도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저지르는 살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출소 뒤에 다시 살인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되는 범죄자를 내보내서 죄 없는 사람이 살해당하게 만드는 것은 또한 국가가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살인 방조다. 어떤 범죄자 스스로도 자신은 절대 사회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 살인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딜레마일지 모르지만 모든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에 반대하는 나는 인권은 어쩔 수 없이 선택되어야 하고 이 경우 범죄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그리고 잠재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는 사회 시민의 인권이 우선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을 겪었다. 한 어린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했다. 그는 사형도 언도받지 않았다. 그 어린 아이의 인권은 죽었기 때문에 말소된 것인가? 그 부모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그리고 만약 그가 출소한 뒤 또 다시 그런 일을 저지른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나는 모든 범죄자를 잠재적인 재범자로 보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어떤 범죄자는 재범할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국가가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쇄 살인범은 사회의 약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 사회의 약자를 보호하는 것도 사회와 국가의 몫이다. 그러므로 사형제도의 찬성이나 반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고한 시민, 특히 어린 아이들과 여성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요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화제다. 사형수가 등장한다. 나는 그 영화도 소설도 안 봤다. 하지만 그 작품을 본 독자라면 반드시 이 작품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형과 살인자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갖고 그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비록 미국에서 일어난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이제 우리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이므로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경찰의 문제점, 약자에 대한 보호가 더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범죄는 감동이 아니다. 피눈물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말한 죽도록 잡고 싶은 피맺힌 절규다.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 이 작품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재등장했다. 꼭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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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10-1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진단명 싸이코패스'를 읽고 있어요. 인권은 인간일 때 지켜주어야 하는 거라던 마모님^^;의 말씀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은 물론 감동적이지만 만두님말씀처럼 어느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겠지요. 이 책 참 괜찮죠. 구판 갖고 있는데, 신판을 살까말까 고민이에요. ;;;

물만두 2006-10-1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저도 그 책 읽었죠. 맞습니다. 인권이란 말이 참... 제가 구판을 찾아서 비교하고 알려드려야 하는데 당췌 구판을 어디다 놨는지 찾지를 못하는 중입니다 ㅡㅡ;;

moonnight 2006-10-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렁 읽고 말씀해주셔욧!! 뻔뻔스럽게 닥달 ^^;;;; 만두님 고견을 듣고서 결정할 꼬에욤. 홍홍 ^^

물만두 2006-10-1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짱꿀라 2006-10-1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어습니다. 정말로 리뷰 훌륭합니다. 저도 한번 읽어 봐야 겠네요. 그리고 답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훌륭한 리뷰 쭉~~~ 바랍니다.

물만두 2006-10-2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ntaclausly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