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플래츠
윌리엄 랜데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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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돌고 돈다. 하나의 사건은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고 한 사람의 죽음은 다른 사람의 탄생과 인생에 영향을 준다. 그것이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간 뒤에야 알 수 있게 되는 일이지만 분명 모든 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헤어 나올 수 없이 막힌 채 같은 자리만을 맴돌게 되어 있다. 운명이 그것을 원한다면.  

 

보스턴의 가상의 도시 미션 플래츠는 뉴욕의 할렘 같은 곳이다. 범죄가 난무하고 가난에 찌들고 그래도 누구하나 불평할 수 없는 곳. 그곳에서는 단 하나의 불문율만이 있을 뿐이다. 범죄자는 경찰을 건드리지 않는다. 일반인은 범죄자를 밀고하지 않는다. 이것이 깨어졌을 때 경찰은 범죄자에게 무차별 공격을 하게 되고 일반인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된다.  

 

그런 일이 있었다. 과거에. 그리고 현재 한 자그마한 도시에서 검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그때 과거 속에서 경찰을 살해했던 마약상이다. 모두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고 작은 소도시의 경찰이라고 할 것도 없는 서장직을 아버지에 이어서 맡고 있는 주인공은 명색이 서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그 범죄를 파헤치고자 한다. 그리고 들어나는 진실... 

 

역사가 흐른 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과연 우리가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우린 과거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아니 십년 전의 일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역사는 진실과 사실을 거짓 속에 교묘히 포장하는 존재다. 그 포장은 물론 그 역사를 만드는 인간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여기 역사 속에 존재하던 빨간 문이 있다. 우리는 이곳을 들어가서 무언가 발견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연 빨간 문은 그 빨간 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미 인간은 선택을 했고 역사는 흘러가고 있는데...  

 

한마디로 제임스 엘로이풍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다.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다알리아>를 읽어봤다면 무척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 읽은 뒤에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블랙 다알리아>가 출판되면 비교해서 보면 아주 좋을 작품이다.  

 

묵직한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다. 너무 많은 반전에 속았다는 기분이 들게 되는 작품들, 그런 반전에 놀라움을 터트리곤 하지만 가끔 예전 흑백 영화에서의 단순하면서 무언가 손에 잡히는 듯, 가슴에 고이는 듯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제격인 작품이다. 속도감보다는 역사학자가 고분을 발굴할 때 작은 솔로 세밀하게 천천히 솔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섬세한 작품은 아니다. 단지 독자가 섬세하게 봐야 하는 작품이다. 결코 읽은 뒤 실망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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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8-2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물만두님도 역시 제임스 엘로이를 떠올리셨군요. 다행입니다^^ 괜히 말씀드려놓고 아니라 하실까봐ㅎ

물만두 2006-08-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책 선전할때 띠지에 제임스 엘로이 풍이라고 썼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답니다^^

비로그인 2006-08-2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 다알리아가 출간되면 꼭 구입할 생각인데 비교해서 읽으면 좋다고 하시니 이 책도 구입해야 겠네요.^^

물만두 2006-08-2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새요. 햇살 좋은 날님 맘에 드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