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 어떤 기이한 음모 이야기
게르하르트 J. 레켈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독특한 푸드 스릴러 작품이다. 거대한 베를린의 한 커피 체인 매장에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카페인 과다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피해자 중에는 거대 커피 체인의 커피 소작농들에 대한 횡포에 항의하던 작은 커피 로스터의 아들도 포함되어 그는 광분하게 된다. 때마침 방송국 수습기자로 일하던 여자는 그 남자를 취재하려 하고 남자가 갑자기 용의자로 몰리면서 여자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커피의 시작, 기원에서 이 작품은 시작한다. 처음 커피를 마실 때 사람들은 종교와 귀천을 따지지 않고 한 곳에 모여 앉아 엄숙한 의식을 치르듯이 마셨다고 한다. 커피는 그런 화합의 차, 대중의 차인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말한다.

230쪽을 보면

“계몽의 시작을 특징짓는 것은 하나의 냄새입니다. 바로 ‘커피 향기’지요!”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커피 향기이며 이 작품이 왜 스릴러인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누가 커피를 못 마시게 하는 걸까?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어떤 효과가 올까? 그 효과는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

 

많은 음모론을 봤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황당하고 기발하며 가슴에 와 닿는 음모론은 처음인 것 같다. 마치 커피 향기를 맡는 것처럼 서서히 음모에 중독된다. 그리고 그 음모마저도 커피 향기 속에서 가라앉는다.

 

스타벅스라는 커피점에 대해, 그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해 요즘 말들이 많다. 하지만 누구도 이렇게는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 같다. 왜 하필이면 대학 안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섰을까? 왜 그곳의 매출이 제일 높다는 걸까? 왜 이런 점들이 부각되고 자꾸 이슈화되는 걸까? 우리는 그 이슈에 대해서만 보고 생각하고 말했지 그 이면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떤 음모의 시작은 아닐까? 이 땅의 지성을 단순한 한 잔의 커피로 마비시켜버리려는...

 

내 생각이 너무 이상한 쪽으로 돌아갔다면 뭐, 되돌리면 될 일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도 커피 향기와 사랑의 향기로 대미를 장식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커피든 뭐든 자본의 양극화의 갈림길에서 모든 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가진 자는 더 갖기 위해 없는 자의 주머니까지 털고, 없는 자는 더 내려갈 곳 없는 아래로 자꾸만 밀려나고. 이 상황에서 개인이 무엇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커피를 안마시면 커피 소농들의 삶은? 그러니 그냥 사는 거겠지 싶다. 커피 향기가 계몽의 시작이라는 것도 혹 음모론의 일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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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8-15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네요. 왠지 책 읽는 내내 커피향기가 느껴질 것도 같고. 보관함으로! ^^

물만두 2006-08-15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읽어보세요. 스릴러면도 그렇지만 내용과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좋아요^^

비로그인 2006-08-1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 주 전부터 힐끔거렸는데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요즘 오스트리아권 문학이 좋아요.

물만두 2006-08-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마지막이 좀 그렇지만 꽤 재미있고 좋은 작품입니다.

비로그인 2006-08-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주문했습니다. 님에게 땡스 투 누르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물만두 2006-08-1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커피 마시면서 읽으시면 더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