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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소리 마마 ㅣ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코가 왜 아임 소리 마마라고 해야 하는지 작가에게 묻고 싶었다. 기리노 나쓰오가 마지막에 이상하게 방향을 틀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이코가 엄마의 유품으로 늘 가지고 다니던 하얀 구두에게 하던 말과 다름없는 얘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가 누군지 조차 모르고 창녀촌에서 자란 천덕꾸러기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보육원에 가게 되지만 거기에서도 가장 낮은 계층의 아이로 분리되어 따돌림 당한다.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와 얼마나 비슷한지, 아니 얼마나 비정하고 냉혹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여기 있다.
p129-130
별의 아이들 학원에서도 서열은 존재했다. 영친이 살아 있으나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 수 없는 애들이 가장 위였고, 두 번째는 엄마가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 수 없는 아이, 세 번째는 아빠가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 네 번째가 양친은 모두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어서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함께 못 사는 아이, 다섯 번째가 아무도 없지만 양친이 있었던 걸 증명할 수 있는 아이, 여섯 번째가 나였다. 아무것도 없는 아이.
다만 부모 사진만이라도 가지고 싶었던 아이에게 엄마의 유품인 하얀 구두는 엄마 그 자체였는데 사람들은 아이코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아이에게 산다는 건 냉혹한 정글에서의 생존법칙 그 자체가 적용되는 삶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학대를 당하느니 학대하는 쪽을 피해를 입는 쪽보다는 피해를 가하는 쪽을 선택한다. 내가 당하기 전에 먼저 치는 것, 먹히기 전에 잡아먹는 것은 당연한 정글의 법칙이다. 아이코는 그 법칙에 따랐을 뿐이다.
그래서 아이코는 악인이고 괴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 아이를 괴물로, 악인으로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일까.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악인이었을까? 그런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한 여성의 비뚤어진 삶의 방식을 그린 작품으로 보면 된다. 그렇게 볼 수 있을까. 진정 그렇게 외면하면 되는 그런 작품일까. 그러기엔 작품의 행간의 째려봄이 아프게 다가온다.
기리노 나쓰오는 고상함을 벗어버리고 싶어 하는 작가다. 여성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을 버리라고 말하는 작가다. 모성이 사회가 부여한, 아니 본능이 부여한 여성성이었다면 그것마저 없애버리려고 이 작품을 쓴 것 같이 보인다. 그 모성성을 없애고 난 자리에 아이코를 만들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작가는 말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모든 억압은 아이코라는 아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아이코처럼 살인을 하지 않았을 뿐, 더 잔인한 짓으로 포장되지만 않았을 뿐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아이코보다 더 나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아이코는 단지 학교에서 지우개를 쓰듯 인생에서도 지우개를 쓰고 있었을 뿐이니까. 왜냐하면 아무도 아이코에게 지우개가 필요 없을 만큼의 새 공책을 사줄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 쌓여서 그로테스크함을 만든다. 지금 이 사회가, 당신과 내가, 아이코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묻고 싶다. 그래도 이 작품을 외면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 기괴함 속에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그 그로테스크한 둑이 터져 휩쓸고 지나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그녀에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아임 소리 아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