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06.여름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신인 작가로 김경로를 내세우기로 한 것 같다. 그의 작품이 세 번 연거푸 등장한다. 세 번을 등장하니 이 작가가 쓰고자 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름 이해가 됐지만 나이를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가 신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다. 그래서 신인 작가의 작품이 약간 어설퍼보일지라도 그런 가능성만으로도 박수를 쳐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새로움이 없다. 이런 소재는 김경로라는 신인 작가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다. 앞으로 자기만의 색깔 찾기를 하게 되겠지만 독특함과 새로움의 무기를 꺼내들었으면 한다. <담배 불꽃>이 신인의 작품이 아니었더라면 ‘괜찮군.’ 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더 아쉽다.

 

정석화의 <김차애론>은 반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김차애를 좋아하고 그의 작품의 스타일에 만족하는 독자로써 작가가 절대 버리거나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을 뛰어넘으라는 말로 들려서 상당히 다른 시각차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김차애의 작품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다. 그녀들의 이야기. 거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그녀들의 힘과 완전범죄를 이루기를, 복수의 화려함이 더해지기를 바라는 나는 그 상처에 더 깊이 침전해서 박박 긁어 그것을 모조리 끌어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직 상처의 찌꺼기는 널렸다. 김차애가 그것을 다 짜내어 말끔히 마무리해주기를 바란다. 아직 우리는 작가에게서 뽑아내야 할 것이 더 많다. 멈추라 말하지 말기를, 바꾸라 말하지 말기를. 김차애, 당신의 선택이 최상임을 잊지 말기를 부탁하고 싶다.

 

서미애의 <냄새 없애는 방법>과 정석화의 <홈즈는 알고 있다>는 기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두 작품의 대결이라면 서미애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정석화가 다룬 소재는 껄끄럽기 때문이다. 접근 방법도 마음에 들지 않고. 아마 쉽지 않은 소재에 대한 글쓰기였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서미애의 작품 속에서 소재는 살아 숨 쉰다. 정말 냄새가 난다. 좀 더 쉬운 소재라는 점도 이점이었고 무시 못하겠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작품화는 독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서미애의 작품이 좋았다.

 

매번 미스터리 만화를 만난다. 왜 우리나라 작품을 각색하거나 만화로 만들지 않는 것인지 그것이 아쉽다. 글보다 만화로 라면 더 잘 만들어질 단편도 있을 텐데. 아님 이 참에 추리만화도 함께 공모하는 것은 어떨지. 미스터리가 소설이라는 틀 안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면에 한 작품이라도 더 소개하는 것이 좋을 텐데 자꾸만 되풀이 되는 본 작품의 각색에 싫증이 난다.

 

다카키 아키미츠의 <살의>는 우리가 일본 단편 추리소설에서 어떤 점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들의 작품도 평범한 작품이 있고 독특하고 대단한 작품도 있고 편차가 클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제 추리소설의 방향을 일본 쪽으로 돌렸다. 그것을 생각해본다면 수록된 단편을 읽는 독자도 좋고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에게도 좋고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일이 될 것이다.

 

매번 하는 얘기를 또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미스터리 잡지에서 독자가 읽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소재를 독자들은 원할까? 좀 더 진지한 고민이 - 물론 고민하시겠지만 -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몇 편의 단편을 빼면 읽을 것이, 그리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해 얻을 것이 없다. 계간지임에도 너무 부실하다. 계간지로서의 특성과 개성도 찾기 힘들다. 그래도 한 가지 우리나라 작가에 대한 같은 동료 작가의 평가는 좋았다. <김차애론>... 앞으로 이런 작가에 대한 소개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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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6-07-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선물받으셨다고 한 것 같은데...이 정도면 계간지에서 물만두님께 리뷰용으로 한권식 보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후후..필력이 나날이 느시는 것 같아요. 전...도저히이런 리뷰 못쓴다는..

물만두 2006-07-1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계간지 보고 글쓰는 건 좀 어려워요 ㅠ.ㅠ 필력은 무신... 요즘은 글이 더욱 말만 많아지고 알맹이는 없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6-08-0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저는 최악이었습니다. 처음에 썼던 긴 리뷰를 지운 이유는 절반은 포기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머지 절반은 그러는 것도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물만두 2006-08-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랑데뷰님 저는 독자의 입장인데도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 생각하는데 계속 되풀이되니 답답합니다. 그래도 조금씩 신선한 시도를 하는 것 같아 버리지 않고 계속 믿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