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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전3권 세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을 살 때 내가 바란 단 한 가지는 제발 <여고괴담>같은 호러 소설은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누군가 이 작품을 호러라고 했을 때 안 읽고 넘어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독특한 작품을 읽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되었을 테니까.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그들은 모두 학교에 가보니 자신들만이 학교에 왔으며 나갈 수 없게 학교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즉시 무언가 어긋난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여기 모여야 하는 아이들은 8명이 아니라 7명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군가 자기들 중에서 그들을 가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5시 53분이 되면 한 명씩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와 닮은 마네킹만을 남긴 채.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서서히 한 명씩 사라진다. 어김없이 그 시간에. 그리고 그들은 강요당한다. 자살한 아이가 누구였는지 기억하라고. 그들의 기억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게 사라진 그 아이를...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에 눌린 그들에게는 남에게 보여 지는 모습과는 달리 내면에 숨긴 것들도 많았다. 그것을 그들은 한 명씩 자각하게 된다.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콤플렉스도 될 수 있고 고민도 될 수 있고 가정문제도 될 수 있는 그들이 끌어안고 사는 것들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나 거쳐 왔고 또는 거쳐 갈 모습들이다. 그것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린 모두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평생 고민만을 하다가 죽게 될 것이다. 우리 앞에는 작은 스쳐지나가는 고민도 있고 힘들게 쓰러지게 만드는 고민도 있을 것이다. 작은 동산을 하나 넘었더니 더 큰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듯 그런 일들을 계속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그때가 제일 힘들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그건 힘든 축에도 들지 않는 것이었다는 것을 모두 느끼게 된다. 어른들이 ‘그래도 공부만 할 때가 좋은 때다.‘ 라고 하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물론 이건 모두 자기가 겪어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친구를 집단으로 괴롭히는 왕따 문제도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하는 아이들은 생각하겠지만 자신이 입장이 되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되풀이하고 있다.
차가운 학교에 갇혀봐야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 배려하는 일, 내가 누군가를 때리면 상대방이 아파한다는 걸 자신이 맞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금 누군가 이 시간에도 자신의 반 친구를, 직장 동료를, 이웃을, 말도 안 되는 자신만의 이유로 그들의 시간을 서서히 멈추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라. 당신이 하는 행동이 누군가의 삶이라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뒤에 자신도 그 안에 갇히게 된다는 것을. 그러니 그전에 시간을 되돌렸으면 생각하게 되기 전에 한 번 더 존재에 대한 가치를 생각했으면 싶다.
좋은 작품이었다. 아쉬움이라면 3권으로 분권한 점이 아쉽지만 - 나는 좋았지만 다른 출판사였다면 아마 1권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다. - 그 외에는 괜찮았다. 관점에 따라 시시해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진부해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중학생 필독서로 뽑았으면 좋겠다. 고등학생의 이야기지만 사실 심각한 나름의 문제는 중학생 때부터 일어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연령도 점점 어려진다고 하니까 말이다. 이 작품 안의 문제는 나와 나의 아이들, 사회의 문제다. 부모님들도 함께 읽어보시길...
차가운 학교는 오늘도 존재하고 있고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