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데리 양 열림원 이삭줍기 16
E.T.A. 호프만 지음, 정서웅 옮김 / 열림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작품의 제목이며 범죄를 해결하는 탐정 역할로 등장하는 스퀴데리가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작가가 17세기의 실존 작가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녀가 가진 장점 때문이었다. 그 장점이 이 작품에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퀴데리가 가진 장점이란 무엇인가. 바로 작가인 동시에 사교계 인사로 아무런 통제 없이 궁궐을 드나들 수 있는 인물이며 또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명사이기 때문에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여성이면서도 17세기 루이 14세가 집권 중인 파리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이라는 끔찍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인 것이다.


화형 재판소 같은 것과 독살 사건, 그리고 무고한 귀족도 감금당하는 끔찍한 일들이 있었음을 앞에서 언급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의 극적인 스릴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귀족도 당했는데 하물며 아무리 명사라고 해도 여성이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일흔이 넘은 처녀 할머니가 말이다. 이것이 읽는 동안 시대적 서스펜스를 노린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 작품이 전개되면서 스퀴데리양의 행보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은 루이 14세의 정부들을 알게 되는 일이다. 스퀴데리의 후견인격인 맹트농 후작 부인부터 열거되는  몽테스팡 후작부인, 퐁탕주 공작부인,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되는 라 발리에르 부인까지. 물론 이 외에도 더 있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만 살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해 주었다.


그 시대에 연쇄 살인이라는 설정과 그 시대에 걸맞게 연인을 몰래 찾아가며 그때마다 선물로 준비한 보석들을 훔치는 일은 17세기 파리를 잘 말해주고 있다. 스퀴데리는 작품 속에서 이런 말을 한다. “도둑을 두려워하는 이, 연인을 사랑할 자격이 없나니.” 그것은 목숨보다 사랑이라는 뜻도 되지만 그 시대에 그런 범죄는 드물었고 밤마다 몰래 만나는 연인들은 공공연하게 인정받았었다는 뜻이 된다.


애드거 앨런 포우의 작품보다 먼저 쓰였으니 의당 이 작품이 최초의 추리소설이 되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작가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독일 작가와 미국 작가가 붙었다면 그 시대 어느 나라가 더 영향력이, 아니 지금 더 센가가 최초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구텐베르그의 금속활자가 죽어도 우리나라보다 늦게 발명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듯이 말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잘 비교해보면 이 작품이 더 낫다고 말하고 싶다. 기발한 착상에서는, 그리고 탐정의 해결 방식 면에서는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에 점수를 주고 싶지만 분량 면에서 보나 내용 전개와 깔끔한 마무리와 시대를 반영한 면을 보면 이 작품을 최초의 추리소설로 삼아도 되리라 생각된다. 물론 그 판단이야 내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내린 들 상관할 이도 없겠지만 말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읽고 판단하시길...


아무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은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이 적어도 국내에서만은 편견 없이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과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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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3-2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봐야겠군요. ^^

soyo12 2006-03-2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물만두 2006-03-2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 소요님 보세요^^
별 언니 잠깐 언급되는 인물들이구요. 맹트농 후작 부인만이 진짜 등장합니다~

파란여우 2006-03-2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마다 몰래 만나는 연인들이 인정 받는 세상에 왜 나는 못 태어났을까나...흠흠^^

물만두 2006-03-2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성님 요즘도 인정되지 않나요? 밤을 알아야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