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그리고 도시
제랄드 커쉬 / 서지원 / 1994년 1월
평점 :
품절


해리 파비안이라는 남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밤을 낮 삼아 살아가는 도시의 밑바닥 인생들에게도 꿈과 희망은 있다. 그들도 별을 따려고 노력한다. 비록 그 노력이 우습게 보일지라도 말이다.

이 작품은 해리 파비안의 인생 속에 그를 먹여 살리는 창녀, 그리고 창녀가 되어버린 여자, 조각이라는 꿈을 꾸는 남자를 등장시켜 그곳에서도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둥서방이 되느니 과일 노점상이 낫다고 말하는 이가 있고 술꾼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느니 굶어 죽겠다는 사람이 있고, 바람난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와 먹고 살기 위해 술과 담배를 팔고 몸을 파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죽음보다 명예를 위해 싸우는 남자가 등장하고 속고 속이고 다시 속이고 속고 마치 인생은 어차피 이런 거라는 듯 사람들은 서로 닮아간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성공이란 부와 권력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 낮을 살아가는 모습이 밤을 살아가는 그들과 과연 다른 모습일까...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으며 생선을 훔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구걸하는 고양이보다 우리가 과연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해리 파비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와 해리는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나의 자화상을 보는듯한 작품인데 절판된 지금에서야 읽게 되어 안타깝다. 또한 너무 영화와 함께 작품을 홍보하려는 모습이 안쓰럽다. 로버트 드니로가 얼마나 해리 파비안을 잘 연기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만이 해리 파비안이 아닐 텐데 그를 부각시켜 단 하나의 해리 파비안만을 만들어 낸 출판사의 출판 형식이 참 씁쓸하다.

책을 책으로, 그 안의 인물을 온전히 독자의 인물로 만들지 못하게 만들다니... 이런 출판은 이제 다시는 없으리라 믿는다. 해리 파비안은 로버트 드니로가 아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해리 파비안이 되어 밤거리를 누빌 것이다. 누군가는 헬렌과 조가 되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꿀 것이다. 밤은 꿈을 꾸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밤 속에 꿈을 풀어 놓는 자들에게 작은 행운이 함께 하기를...

참고로 이 작품은 엄밀하게 추리 소설이라고도 또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지만 아주 좋은 작품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1-2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사옵니다..;;

메이즈리크 2006-01-2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보는 눈썰미 아주 좋지 않습니까^^ 즐거웁게 보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메이즈리크 2006-01-2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3개 부문 상 줄 만 했지요??

물만두 2006-01-29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절판이니 구해서 보세요~
아진님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책 덕분에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