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머리를 감았다. 읽는 내내 내 몸에서 살이 썩는 냄새가 나는 듯했다. 다친 자리가 더 아파서 수시로 들여다봤다. 그곳에 혹 썩는 건 아닐까 싶어서... 물론 이건 내 상상의 산물이다. 다치지만 않았다면 이 책은 좀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쳤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 느낌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이 작품의 단편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니다. 이 책의 배경 또한 현실인지 과거인지, 실제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도 모호하다. 작가는 시체를 내세워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읽다보면 산 자가 죽은 자고 죽은 자가 산 자가 된다.

모든 존재들의 삶은 남루하다. 살아서도 남루하고 죽어서도 남루하다. 마치 태어남 자체가 비이성적이었다는 듯, 살아감 자체가 불결한 것인 냥 작가는 작품 전반에 걸쳐 냄새를 풍기고 있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추리소설에서처럼 ‘왜’없는 것일까. 왜 사냐는 건 웃긴 질문이라고 그냥 누가 사냐고 물어보라고 작가는 얘기하고 있다. 아오이가든에 사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아니 나다. 나는 아오이가든에 사는 배가 갈라져 자궁을 빼앗긴 고양이다. 아니다. 나는 그 고양이의 배를 갈랐던 칼이다. 아니다. 나를 고양이를 품고 개구리처럼 창밖으로 뛰어 내린 무엇이다. 과연 그런가. 나는 어느 호수 안 깊숙이 자리 잡은 자신이 썩는 줄도 모르는 시체는 아닐까. 아니 자신이 죽었다는 인식도 없이 산 자들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첫째는 아닐까. 나는 도대체 누굴까. 이 원초적인 질문에 조차 대답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힘이다.

이 작품에는 세 가지가 등장한다. 시체, 냄새, 고양이... 그 세 가지는 어떤 의미일까. 시체는 우리 존재를 돌아볼 바탕이라는 생각이 든다. 냄새는 우리가 살아온 행적이다. 고양이는 또 다른 우리의 얼굴, 분신은 아닐까.

독특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이 작가가 다음 작품은 더 근사하게 써주기를 바라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 맘대로의 책 읽기로 작가도 불편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좋은 글을 쓰기를... 하드고어 원더랜드??? 그건 모르겠고 추리 소설 한번 써보심 어떠실라나. 작가가 없다던 ‘왜’를 찾아서 말이다.

사실 머리를 감고 들어와서 글을 쓸려고 했더니 쓸려던 말을 다 잊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읽지 않으면 모를 작품이니 직접 읽고 판단하시길... 국내 작가 작품 가운데 올해에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 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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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2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가 아니라 '누구'인가
큰 화두 같군요.....일단 추천 누르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흐-

물만두 2005-10-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로드무비 2005-10-2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보관함에 넣습니다.
추천 꾹!

물만두 2005-10-2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더 근사한 리뷰 쓰실 거라 믿습니다^^

로드무비 2005-10-2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림없어요.^^;;;

물만두 2005-10-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신 말씀^^

moonnight 2005-10-2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겼네요. 저도 추천 ;;

물만두 2005-10-2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세요^^

panda78 2005-10-22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궁금했어요. 읽어봐야겠네요. ^^

물만두 2005-10-2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 재미보다는 독특해^^

2005-10-22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10-2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