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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들은 토크쇼 게스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 마이클 베이든의 법의학 이야기
마이클 베이든 지음, 안재권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죽은 자들이 아니라 작가가 말을 더 많이 한다. 처음에는 아주 진지하게 나가는 듯 하더니만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광범위한 법의학과 그 법의학의 오류까지 알리려 애쓴 덕에 감질나고 짜증나는 마무리가 되어 버렸다.
처음 법의관의 검시실을 묘사한 장면과 피 한 방울에 집념을 보이는 사람 이야기를 다룰 때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곤충에 대해 넘어 가면서 <파리가 잡은 범인>이라는 책과 같은 이야기가 다뤄졌고 법의관의 오류, 쓰레기 과학을 말할 때는 스캔들만을 파고드는 옐로우 페이퍼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나만 다루어도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법의학이라는 직업이 어느 한가지만을 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대학에서 많은 학과를 가지고 있고 그 학과마다 전공 공부를 한다. 그런데 진로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다. 왜 그래야만 할까. 여러 가지 방면을 공부하도록 조금만 더 지원한다면 생물학에서 법의학자가 나올 수도 있고 지질학과도 진로가 생기는데 말이다. 이것은 미국의 예로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무언가 바뀌기 위해서는 전환된 발상과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사람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문국진의 <명화로 본 사건>을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사과드린다. 그 정도면 이 책과 견 줄만 하다고 본다. 우리의 사정에서는 그것도 대단하다고 인정하고 싶다.
또한 이 책에서도 심슨에 대해 나오는데 이들도 현장을 어지럽히기는 마찬가지라니 좀 안심이 되었다. 우리만 바보는 아니라는 진짜 바보 같은 생각이... 역시 초동 수사의 중요함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이 책은 <파리가 잡은 범인>과 <스티프>, 그리고 법의관 스카페타 시리즈를 합한 것 같은 책이다. 새로울 것도 더 나을 것도 없다. 이 책보다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는 더 나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