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랍인형
가스통 르루 지음, 정태원 옮김 / 출판시대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이 단편집은 가스통 르루의 두 가지 장점인 추리적 요소와 공포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아주 매력적인 단편집이다.

다섯 명의 늙은 선원들이 한 카페에 모여서 자신이 겪은 무서운 이야기 하나씩을 들려주는 방식의 이 작품들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화요일 클럽>이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을 연상시킨다. 그들에 비유하자면 선원 클럽쯤 되지 않을까 싶다.

여섯 명의 선원이었던 쟌쟌, 미셸 선장, 고베르, 샹류, 바가텔, 도라... 이들은 카페에 모여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 하나씩을 들려준다.

첫 번째 작품 <금도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 노부인이 자신이 겪은 결혼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속 이야기의 구성으로 되어 있는 단편인데 공포와 미스터리를 적절히 배합한 아주 맘에 드는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 <흉상들의 만찬>은 미셸 선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공포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지만 마지막의 공포가 더 극대화되는 작품이다. 마지막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극단의 공포를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라 생각할수록 오싹해짐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작품 <비로드 목걸이를 한 여자>는 고베르의 이야기로 추리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면서 묘하게 공포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마리 앙뜨와네트가 죽었다는 기요틴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 작품 <어린 반산 반산의 크리스마스>는 특별 출연한 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별로 흥미롭지 못해서 듣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두 중간에 자리를 뜨지만 평범한 이야기 끝에 드러나는 공포는 인간 삶의 진짜 공포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해 준다. 산 사람의 공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로 요즘 사람들이 진짜 진지하게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섯 번째 작품 <노트람프>는 쟌쟌의 이야기로 그의 구사일생의 실제 상황이 담긴 이야기다. 동화 <푸른 수염>을 연상시키는 작품이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공포와 인간의 어리석음이 낳은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 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이여, 절대 자만하지 말지어다. 이 글을 읽은 독자도 마찬가지다. 스포일러없으니 지레짐작하지 말기를...

여섯 번째 작품 <공포의 산장>은 샹류가 직접 신혼 여행을 갔던 곳에서 겪은 이야기다. 말 그대로 공포의 산장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작품인 <불의 문자>와 <밀랍인형>은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단편들이다. <불의 문자>는 파우스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고 <밀랍인형>은 내기에 대핸 대가에 대한 이야기로 두 이야기 모두 내기, 노름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재미는 앞의 연속적인 단편들보다는 못하다.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을 좋아하는 추리 소설 독자는 <오페라의 유령>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하는 독자는 <노란 방의 비밀>을 별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작가에 대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 나는 이 단편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노란 방의 비밀>과 이어지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향기>같은 작품이 출판되기를 바라지만 뜻밖의 좋은 책을 읽어 기쁘다. 책표지에 '마지막 한 줄을 읽을 때까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쓰여 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작품들이다.

약간의 오타와 두 번째 작품에서 대위를 자꾸만 선장이라고 번역한 점이 눈에 거슬리지만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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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3-0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추리소설 읽어볼까 하는데... 끌리는군요. 단편이라는 점도 맘에 들고...

물만두 2005-03-03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 재밌어요^^

yukino37 2005-03-0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정말 사고싶어지네요. 추천 꾸욱~~

물만두 2005-03-0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읽어보세요^^

soyo12 2005-03-0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단편집이라, 지금 삶의 자극을 찾아 허덕이는 저에게 한 줄기의 광영이 될지...^.~

물만두 2005-03-0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