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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 전2권 세트
앨런 폴섬 지음, 이창식 옮김 / 넥서스BOOKS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생각보다는 괜찮고 기대보다는 떨어지는 작품이다. <모레>를 읽었을 때의 강렬함을 느낄 수 없어 기대 이하였지만 항간의 이야기보다는 낫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 책의 단점은 시간을 알려줘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오히려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시간이 아주 중요한 요소냐 하면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전을 통해 미리 어떤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고 말해 버리면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일까, 왜 사건은 일어나는 것일까 하는 기대감이 사라진다는 것을 간과했다. 또한 그 선전의 내용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슈가 되기에 모자란다는 점이다. 국제 정세 상 그것이 큰 의미를 가질지는 몰라도 국제 정세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에게 그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가십일 뿐이고 다른 나라의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부각되어야 하는 것은 연쇄 살인범과 고독한 전직 경찰과의 처절한 싸움이다. 누군가 한 사람이 죽어야만 끝날 수 있는... 이것이 이 작품에서 가장 볼 만한 요소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전부이기도 하다.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볼 만한 작품이다. 전에 <모레>를 읽었던 독자가 그 책을 생각하고 보면 실망하기 딱 좋은 작품이다. 그러니 기대감 없이 보는 것이 좋다.
이 책에는 절대 폄하될 수 없는 것이 있다. 거대한 인물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개인 하나 하나가 이루어 가는 곳이라는 점이다. 정의가 있다 혹은 없다 말하기 이전에 정의라는 이름으로 싸우는 두 집단이 충돌하는 것, 자신들의 믿음이나 가치관의 붕괴를 우려해서 나머지 집단을 제거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점 때문에 처음에는 마지막 한 마디가 우스웠는데 새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소재의 독특함에 매료되지 말기를. 작가의 전작에 대한 기대는 버리기를. 그저 또 한 권의 추리 소설을 읽는다는 마음으로 읽기를. 그러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1권보다 2권 중반부터 더 재미있어지니 1권이 지루하다고 덮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