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의 처음을 보면 그가 바티칸에서 죽을 뻔했다는 것이 나온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다빈치 코드>의 전작인 것이다. 작품의 홍보나 센세이션, 마케팅 전략을 떠나서 독자로서 작품이 시리즈라면 제발 순서대로 읽고 싶다는 바람을 출판사에 전하고 싶다.
이 작품은 말 그대로 바티칸으로 대변되는 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에 말려든 로버트 랭던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과 <다빈치 코드>를 비교해 보면 댄 브라운이라는 작가의 작품 패턴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첫째 그는 상업적인 작가다. 잘 팔릴 책들을 잘 쓴다. 베스트셀러 작가니까 당연하겠지만 마치 스필버그의 전성기 때의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인디애나 존스의 소설판이라고 하면 딱 맞을 것이다.
둘째 똑같은 패턴, 물론 패턴이니까 똑같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너무 똑같아 척 보면 압니다가 된다. 독자에게 재미있군 이외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셋째 언제나 벌이는 깜짝쇼... 한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 이 후 나올 작품이 시리즈이기 때문이라면 나는 물론 보겠지만 어떤 기대도 갖지 않을 것이다.
넷째 역시 여행하기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만약 내가 여행, 유럽 여행을 간다면 댄 브라운 책을 여행 안내서로 꼭 가지고 가고 싶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따라가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 없는 여행이 아닌...
하지만 이런 패턴에도 불구하고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다빈치 코드>보다 이 책이 더 재미있었다. 적어도 이 작품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종교인이라면 어떤 느낌으로 이 책을 볼 지 모르지만 이것은 작가가 노린 노림수일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종교를 건드려 - 교묘하게 - 이슈화하는 것만큼 홍보 효과가 큰 것도 없을 테니까...
그러나 다 지나간 소재인 <데몰리션 맨>에서 이미 써먹은 수법은 왜 사용했는지... 그거 잘못된 거라는 점이 밝혀지지 않았나...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독자들이 잊었으리라 생각한 것인지 원... 옥의 티를 꼽으라면 이것을 꼽고 싶다. 눈동자 인식 방법 말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진정한 천사는 누구이며 악마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진정한 악마라면 난 항상 천사로 가장 잘 위장한 자일 것이라 생각해 왔다. 또한 진정한 천사라면 천사인 척할 필요도 없으므로 더 많은 의혹을 살 것이다. 이것이 영원히 인간이 천사와 악마, 종교를 통해 끝없이 논쟁을 벌이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비종교인인 나는 항상 묻고 싶어진다. 종교를 믿는 살인자와 종교를 믿지 않는 선한 자 중 누가 진정한 하느님의 인도를 받을 인물인지를... 하느님이 진정 자신의 이름을 팔아 다른 이를 살인하기를 바라실까.
진정 신이 있고 그 신이 어떤 신이든 간에 내가 생각하는 신은 부모와 같은 신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누구도 살인하라 가르치지 않는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 가르치신 것보다 이기는 게 제일이라 가르치는 부모가 있다면 그 부모를 제대로 된 부모라 하지 않듯, 자신만을 받들기 위해 자신을 믿지 않는 자들을 살해하는 자들을 신은 결코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 로버트 랭던이 살아남은 이유다. 신은 자신을 믿는 자가 아닌 선한 사람을 원하시는 거라는 거... 댄 브라운과 내가 일치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또 한가지 이 작품에서의 소재인 과학과 종교에 관해 이 책에 등장하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인 "신이여, 제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를 언급하고 싶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바꿀 수 있는 일 또한 받아들일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학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 과학이 지금 현재 사람들을 살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종교인들이 이것을 하느님이 주신 또 다른 형태의 선물이라 생각한다면 지금 죽어 가는 사람은 살 수 있을 것이고 이 또한 믿는 자들에게는 신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사람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별을 다섯개 주었다. <다빈치 코드>보다 낫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