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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동창 - 2001년 겨울 올해의 베스트 추리소설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태동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여고동창" 왜 여고동창이라는 말이 이상한 뉘앙스를 풍기게 되었을까... 언젠가 본 티비 드라마가 생각난다. 사이코 여고동창에 의해 가정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그 작품은 예전에 우리가 믿고 있던 친구만한 존재도 없다는 것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말았다. 내게 여고동창은 우리 나라 추리 소설의 암담한 미래만을 말해 주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읽을 만한 작품이 있음이 그나마 다행이다. 단편 작가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류성희의 작품이 보인다. 이것만으로 만족하기엔 사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황세현 살인사건>은 참 가관도 아니다. 실존 작가를 등장시켜 개그를 하자는 것인지... 추리 소설이 개그나 유머 소설이라고 말하는 듯 정말 기도 안 찬 작품이었다.
늘 하는 말이지만 트릭을 선택할 것이냐 완성도 높은 드라마적 구성을 선택할 것이냐 중 하나만을 선택하란 말이다. 안방에 앉아 세계의 모든 대단한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지금 작가들 자신들의 작품이 비교되고 외면 당한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오현리의 <포커>가 차라리 환상 미스터리적 요소를 갖춘 작품으로 좋았다.
꼭 작품을 보면서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것도 좋다.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은 모두 거기서 거기니까. 문제는 얼마나 완성도가 높으냐, 치밀한 구성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추리 소설, 특히 올해의 베스트 추리 소설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요즘 티비의 오락 방송을 보는 느낌이 든다. 일본 방송을 대놓고 베끼고 들키면 재수 없다 생각하고, 아니면 넘어간다는 식의 안일한 피디들의 생각... 이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추리 소설의 미래는 어둡다는 생각에 슬프고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