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1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최초의 아프리카를 무대로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34살에 아버지의 유산으로 탐정 사무소를 차린 보츠와나 최초의 여탐정 음마 라모츠웨. 음마는 보츠와나에서 사용하는 여성에 대한 존칭이고 그녀의 이름은 프레셔스다. 이 작품은 일종의 음마 라모츠웨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보츠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기도 하다. 단편적인 사건의 해결은 액자처럼 사이사이에 끼어 있고, 가장 커다란 사건이 그것을 덮고 있다. 그리고 라모츠웨의 일상의 삶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라모츠웨가 청혼을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끝날 수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볼 만한 추리 소설 시리즈가 출판되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아프리카가 배경인 아프리카 여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 시리즈다. 본명은 프리셔스 라보츠웨, 보통 보츠와나나 그 밖의 아프리카에서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인 음마 라보츠웨로 불리는 보츠와나 최초의 사립 여탐정이다. 그녀는 탐정 사무소를 아버지의 유산으로 차린다. 그리고 비서를 채용해서 사건을 맡아 해결한다. 이게 다라면 보통의 추리 소설과 다를 것이 없으리라.  

하지만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인 동시에 아프리카 여성의 삶에 대한, 아프리카를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음마 라보츠웨의 성장기와 실패한 결혼, 아버지의 인생 여정까지를 담담하게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준다. 아프리카는 이 메마르고 황폐한 세상, 전쟁과 살육이 난무하는 세상에 남은 단 하나 유토피아라는 것을. 그것을 음마 라보츠웨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아프리카의 따뜻함, 태고의 평화로 돌아가자고, 아니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말이다. 한번 귀 기울여 보시길. 그 붉은 대지가 말하는 속삭임을. 우리 모두 형제이고 자매라는 속삭임을 말이다. 여기 평화가 있다고 속삭이는 이야기를. 

이 작품은 아프리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동시에 아프리카, 특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보츠와나라는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가를 알려준다. 이 작품은 음마 라모츠웨라는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자 한 여성의 인생을 담은 자전적 소설인 동시에 우리에게 휴식을 주는 휴먼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한다. 아마 거기에 우리도 포함될 것이다. 시간을 분, 초로 생각하는 우리, 빨리빨리 병에 걸려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우리에게 시간이 무엇인지, 다시 코리안 타임을 되찾으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진정한 느림의 미학이 있다. 진짜 인간애가 있다. 사람 사는 곳이라 흠도 있고 사건도 있어 탐정 음마 라모츠웨는 바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것은 사람,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다.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람의 존재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 그 방법을 알려주는 아주 소중한 작품이다. 

요즘 추리 소설은 잔인하고 엽기적이고 기막힌 트릭이 아니면 진부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런 사이에 고전적이면서도 독특하고 문학적 분위기에 색다른 아프리카 향기가 솔솔 풍기며 할머니가 어릴 적 얘기해 주시던 것 같은 단순하면서 명쾌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탁한 공기를 마시다 시골에서 마시는 상쾌한 공기와 비교될 수 있다. 정말 신선하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절대 기존의 추리 소설을 기대하지 않고 재미있는 아프리카로의 여행, 동화같은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이 작품은 독자에게 만족을 줄 것이다. 복잡한 삶, 고단한 생활에 여유를 찾고 싶다면 부디 이 작품을 읽어보시길.

p200

바람에 나무 태우는 냄새가 살짝 묻어 왔다. 그녀는 이 냄새만 맡으면 모추디의 모닥불 가에서 맞았던 아침이 기억나 가슴이 짠했다. 은퇴할 나이가 되면 꼭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집을 한 채 사거나 지어서 사촌들을 불러 함께 살 것이다. 사촌들은 그 땅에 멜론을 키우고 마을에 조그만 상점을 살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침마다 그녀는 집 앞에 앉아 모닥불 연기 냄새를 맡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하루를 보낼 계획을 세울 것이다. 이런 것을 해보지 못하고 늘 아등바등하면서, 결국은 일어나고야 말 일을 쓸데없이 걱정하며 사는 백인들이란 얼마나 가엾은가. 가만히 앉아 있지도 못하고 소들이 풀을 뜯는 광경을 바라보지도 못한다면야 돈이 아무리 많은들 무슨 소용이랴? 그녀가 보기엔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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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6-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늘 저를 매혹시키는(!?) 단어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은 우아한 유럽, 화려한 미국, 여유로운 남미의 섬을 동경할 때, 저는 늘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꿈꿨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물만두 2004-06-2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분위기 물씬 풍기는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 아프리카 사람의 사는 이야기랍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아프리카 사람이 쓰지 않았다는 거지만 그래도 요즘 읽은 다빈치 코드보다 백배는 나은 책입니다... 2권까지 다 읽고 3권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4-07-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여탐정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미스테리 추리소설을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여탐정 '라모츠웨'의 인생이야기더군요...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묘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 읽고 있답니다. 3권을 찾고 있는데...

물만두 2004-07-2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근간이라니 조만간 나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