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의 목 동서 미스터리 북스 17
조르주 시므농 지음, 민희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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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친밀함과 특유의 무심함으로 다가오는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탐정이라 말할 수 있는 메그레 경감. 그의 두 중편인 <사나이의 목>과 <황색의 개>. 이 작품에는 조르주 심농의 두 작품이 실려 있다. 나는 사나이의 목보다는 황색의 개 때문에 이 책을 샀다. 이 작품이 더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던 기억은 하나도 안 나고 얻지나 낯설던지. 하긴 20년도 더 전에 읽었던 책이니.

<사나이의 목>은 범죄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한 남자가 탈옥한다. 그 광경을 세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메그레 경감이다. 메그레는 살인자로 낙인찍힌 남자가 살인범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의 탈옥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가 공범에게 찾아가도록 감시한다. 그런데 우연히 들른 바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일부러 경찰에 잡히고 메그레 경감에게 그 사건을 자신은 다 아는 것처럼 말을 한다. 이제 메그레는 그 남자를 따라 다닌다.  

범인은 처음부터 확연히 드러났지만 동기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메그레도 왜 라는 물음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현대의 범죄 소설의 주가 되는 연쇄 살인범의 심리를 보여주는 첫 작품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가 본 작품들 중에서는 말이다. 심농이 뛰어난 작가인 점은 이렇게 시대를 앞서 그 시대의 많은 작가들이 트릭에 의한 추리 소설을 발표할 때 범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탁월함, 남다름에 있지 않나 싶다.  

누가 범인인가 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왜 그런 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조르주 심농을 단순한 추리 작가가 아닌 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로 인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인간이 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중편인 <황색의 개>는 개가 등장한다고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작품은 그런 차원의 작품이 아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총에 맞고 그 즈음부터 나타난 황색의 개 한 마리. 그 개는 죽음의 개처럼 작은 어촌을 공포에 떨게 하고 한 남자는 실종되고 한 남자는 감옥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그리고 등장한 이름 모를 거인은 사람들을 더 공포스럽게 한다. 하지만 메그레 경감은 그런 사람들의 공포에는 무심한 듯 사건에 열성을 보이지 않는 듯 보인다.  

<황색의 개>는 <사나이의 목>과는 정 반대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해서 누가 범인인가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전작인 <사나이의 목>에서 메그레 경감이 끈질긴 경찰의 이미지를 표현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메그레 경감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다. 인간의 상처보다 개의 상처에 더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는 그를 날카로운 경찰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그런 인간적인 면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나이의 목>에서의 메그레 경감과 이 작품에서의 메그레 경감은 정말 비교될 정도로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어떤 모습이 진짜 메그레 경감의 모습인지. 나는 <황색의 개>에서의 메그레 경감의 모습이 좋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니까.  

다른 어떤 작품보다 전집으로 읽고 싶은 메그레 경감 시리즈. 어떤 출판사가 관심을 보이기도 했었는데 출판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출판될 그 날을 기다리며 끈기를 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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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 2004-07-1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색개는 메그레경감의 따뜻한 인간애와 남녀의 너무나도 애절한 사랑으로 인하여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물만두 2004-07-1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출판사에 출판하라 했더니 출판한다 하고는 소식이 없네요...

sayonara 2004-11-0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3의 비밀' 읽고 반해서 오늘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물만두 2004-11-0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조르쥬 심농 전집 출간한다더니 소식 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