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한 권을 읽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다니... 책의 두께가 600쪽이 넘으니 그러기도 하려니와 재미와 이해, 일본의 설화나 전설, 거기에 영혼이니 귀신이니 하는 이야기에 그것을 양자역학으로 풀어내는 교고쿠도의 말솜씨라니...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기발한 작품은 오랜만에 읽는다. 진짜 재미있다.

처음에는 그러니까 사건은 언제 시작되는 거냐고 속으로 외쳤었지만 교고쿠도와 어리버리한 세키구치의 대화 - 대화라고 해도 교고쿠도가 주로 설명하는 것이지만 -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사건... 사건이라는 추리적 요소를 이렇게도 녹여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작가에게 감탄했다.

사실은 내심 만화 <백귀야행>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많은 소소한 소재와 이야기의 얽힘이 아귀가 딱딱 들어맞고 그 타이밍이 너무 절묘한,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고 처음으로 글을 잘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 잘 것 없는 내 글로 독자들이 이 작품을 외면한다면... 나는 죄를 짓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SF 독자들이 읽는다면 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쿼런틴>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다. 물론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같은 양자역학을 적용함이 그렇게 다르다니... 이것이 동서양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교고쿠도(京極堂)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1952년이다. 이 작품 말고 <백귀야행>이 먼저 출판되었다지만 번역이 그렇다니 이 출판사에서 시리즈를 모두 출판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눈에 보인다고 사실은 아닐 것이고 보이지 않는다고 사실이 아니라 말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을 합리적으로 잘 생각할 수 있게 시야를 넓혀 주는 작품이었다. 사실을 알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라지만 그것이 전설이 되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것을 미스터리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근거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호러물을 읽을 자신이 생겼다. 아, 빨리 2탄이 출판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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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04-04-2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샀는데요, 물만두님이 추천하신 것은 언제나 대만족^^

BRINY 2004-05-2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입부의 사설이 지루해서 몇장 못넘기고 어딘가 쑤셔 넣어 두었는데, 다시 찾아서 5월연휴동안 읽어봐야 겠네요.

waho 2004-04-25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 겠네요. 물만두님이 이리 극찬하시니...저두 주문할려구요

물만두 2004-04-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담이... 재미없으면 안 되는데... 난 재미있었는데... <쿼런틴>보다도 훨씬 더...

decca 2004-04-28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우 재미있는 책입니다. 저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물만두 2004-05-04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카님 저에게 힘을 주시와요...

물만두 2004-05-1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사드립니다. 제 보잘 것 없는 서평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껌테잎 2004-05-1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죠. 2권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만두 2004-05-1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은 책이 많이 팔려야 나온답니다. 그러니 널리 홍보하셔야 합니다. 2권 보시려면요...

decca 2004-05-2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힘이라뇨;; 뭐든 기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