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샷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육군에서 떠밀려 제대하게 된 뒤 미국 전역을 방랑하기 시작한 잭 리처. 집도 없고 전화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는 그는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찾기 힘든 사람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이것은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던 삶에서 180도 바꾼 삶을 살겠다는 삶에 대한 반항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삶을 꿈꾸는 이들도 있으니 현대판 방랑자 잭 리처라고 부르고 싶다.  

그 잭 리처가 언제 등장하게 되는 지 의아하게도 사건은 그를 놔두고 시작한다. 무차별 총격인지 도심 한복판에서 누군가 작정하고 총을 쏘는 일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죽는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범인은 너무도 많은 증거를 남겨서 금방 잡힌다. 용의자는 자신을 변호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잭 리처를 불러 달라고 요구할 뿐이었다. 그 뒤 그는 교도소에서 맞아 뇌를 다치고 기억 상실에 걸린다. 잭 리처는 우연히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뉴스로 그 사건을 보고 제 발로 그를 찾아온다. 용의자의 적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용의자인 제임스 바는 군대에서 한번 그런 일을 벌인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도착하자마자 사건은 그를 중심으로 다시 뒤틀리기 시작한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이 말은 군인이라면 더욱 잘 알것이고 민간인일지라도 살아가는데 유용한 말이니 누구든 가슴 한켠에 넣어두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적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있고, 나와 적을 비교해서 적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더 많고, 어설프게 사건을 확대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런 경우다. 잭 리처가 등장했을때 적들은 그가 누구인지를 먼저 알고자 했어야 한다. 이것이 이들의 첫번째 실수다. 가만히 나두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일을 들쑤셔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두번째 실수다. 세번째 실수는 잭 리처를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 자체다. 

그에 비하면 잭 리처는 신중했고 과감했다. 그는 누가 적인지 알 때까지 기다렸다. 그를 적으로 만든 자를 철저하게 응징했다. 시작은 그와는 무관한 어린 여자의 죽음이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일은 무고한 이의 죽음이다. 아마 전쟁을 겪은 군인이라면 아마 진저리가 날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과 꼭두각시놀이꾼의 가장 위에 있는 이가 누군지 아는 것이 실질적으로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만큼 영리하다. 이런 이를 적으로 돌리는 건 바보다. 난 잭 리처가 나타나면 그의 편에 서겠다. 아니면 그가 지나가도록 자리를 비켜주던가. 

세상에 완벽한 증거란 없다. 완벽한 알리바이가 없는 것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우발적 범죄자가 아닌 계획범이라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무고한 사람이라면 알리바이에 일일이 촉각을 세우고 살지 않는 범이다. 그러니 완벽한 증거란 반대로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이라는 뜻이고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도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헌병으로 있었던 잭 리처는 이 일을 깨닫는다. 그는 군대에서 경찰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경찰처럼 생각하고 군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제임스 바가 자기 자신은 믿지 못해도 잭 리처를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누구나 위험한 순간에 처하면 가장 필요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미국은 정말 이렇게 총기문제가 많이 일어나는데도 총기규제를 할 생각조차 안하니 참 대단한 나라다. 총기규제하면 나라가 흔들리는 모양이다. 뭐, 공화당 돈줄이 거기서 나온다고 하니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그로인해 리 차일드의 생생한 잭 리처 시리즈를 보게 된 건 고맙기는 하다.  

중요한 건 죄없는 자의 무죄를 밝히는 일이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최소한 그런 일을 벌인 자들에게 철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고. 앞의 1, 2편에 비해서 하드보일드적인 면은 좀 덜하지만 짜임새와 미스터리적 요소가 적절히 하드보일드와 결합되서 쿨한 방랑자, 잭 리처만의 액션 스릴러를 선사하고 있다. 잭 리처, 그는 정말 일당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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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리처는 멋지고 미국이 총기규제를 할 수 없는 걸 보면 마약이고 성매매고 못하는게 아니라 다 안하는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물만두 2010-01-29 14: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어느 나라나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겁니다.

pjy 2010-01-3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더 땅에 떨어지는 도덕성,,더이상 떨어질곳도 없을텐데요..

물만두 2010-02-01 10:22   좋아요 0 | URL
전 인간에게 도덕성이 있기나 했는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