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 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4
이시다 이라 지음, 김미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시리즈 4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기다림이 길었다. 얼마만에 만나는 마코토란 말인가. 이 젊은이의 장점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한다는 점이다. 의뢰를 받건 사건을 감지하고 뛰어들던 돈은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돈에 초연한 인생은 세상을 모르는 한심한 인생이거나 낙오자, 패배자로 보기 마련이지만 마코토는 그런 이들의 생각에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고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애를 쓴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어느 조그만 과일 가게 앞에서 상한 과일을 다듬는 청년을 그려본다. 그의 모습에서 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얼마전이라면 쯧쯧쯧, 좀 더 나은 일을 하지 젊은애가 왜 저런 일을 하고 있담? 이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년 새 세상은 변했고 이젠 그런 젊은이를 보면 참 젊은애가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코토가 사는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도 변하고 있지만 모든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마코토같은 젊은이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이런 젊은이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이 시리즈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케부쿠로 동쪽 출구 라면 라인>은 마코토의 친구 다카시가 보스로 있는 G보이스에서 나와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쌍둥이 형제들의 라면집이 누군가의 악의적인 헛소문에 시달린다. 이에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크 파크의 무보수 탐정 마코토가 범인 잡기에 나선다. 라면에 목숨 건 이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나 할까. 단순하지만 시대의 치열함과 인간의 삭막함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왈츠 포 베이비>는 우연히 추운 이케부쿠로의 겨울 밤을 걷던 마코토가 만나게 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그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건을 조사하다가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사건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검은 보자기의 밤>은 우연히 가게에 썩은 과일을 얻으러 온 미얀마 소년을 알게 되면서 그 소년의 사연에 분노해서 학교도 못다니고 매춘을 강요당하는 소년을 구하는 이야기다. 남의 나라 이야기는 사실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쨌든간에 어떤 일에도 연좌제는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민주화 투쟁은 중요한 일이지만 어린 소년의 자유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이용하는 이가 말하는 민주화가 무엇일지 그것이 궁금하다. <전자의 별>은 역시 일본인도 자신들의 나라각 변태 천국이라는 건 아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신체 절단쇼라니. 그것을 보는 이들과 동영상을 사는 이들, 그리고 돈때문에 그 일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있다니 놀라웠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고리대금에 자식들이 노예가 되는 것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판 아버지가 있었다. 모든 것이 돈 때문이라는 생각에 참 씁쓸해지는 이야기였다. 

마코토가 사는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는 좋은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대부분이 소위 나쁜 사람들이다. 마코토가 어울리는 친구들도 갱들, 야쿠자 부하들이 주요 인물들이다. 마코토도 학창시절 한 주먹하던 솜씨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 이분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사람에 속하는 이들이 한겹 벗겨보면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이 작품은 알려준다. 소위 세상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있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놈과 감추는 놈이 있을뿐이라고. 그래서 마코토가 사는 이케부쿠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번듯한 곳만을 만들려다 지구를 파괴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듯이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 모두 각각의 사연을 안고 각각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걸, 누구도 그들을 평가하거나 잣대를 들이댈 수 없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난 이 작품을 보면서 꼭 마코토가 듣는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조금 내 일상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내게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다. 누군가의 일상에 여유를 줄 수 있는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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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2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시리즈입니다.
만나보아야겠네요.

물만두 2009-12-28 11:40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를 처음보신다니 놀라워요.
꼭 읽어보세요.

Mephistopheles 2009-12-28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는 마코토는 애니메이션 밖에 없다는..(아 나는 무식쟁이..~~)

물만두 2009-12-28 14:45   좋아요 0 | URL
메피님 에니로도 나왔을겁니다. 드라마도 나왔다던가 암튼 많이 나왔으니 그 마코토가 맞을겁니다^^

요구르트소녀 2009-12-29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께서 적으신 글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도 되고 제가 더욱더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만드네요!! 물만두님! 더욱더 좋은 글 적어주세요!!~

물만두 2009-12-29 19: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