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21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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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이 돌아왔다. 반전의 제왕! 스탠드 얼론의 대가가 또 한번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며 우리를 놀라게 한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을 읽어 본 독자들은 사실 그가 반전을 많이 구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놀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처음 시작을 마치 나레이터가 읇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그 남자의 다음 사연이 궁금해지도록. 그리고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잔잔하고 정지된 느낌에서 빠른 전재는 컬러 영화를 보는 느낌을 전달한다. 그의 반전은 여전하다. 하나의 단서 아래 부비트랩처럼 반전을 심어두고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다시 흑백 영화와 나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평범한 인생의 평범함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가치가 아니냐고 작가가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누구나 그렇게 저지르게 되는, 또는 말려들어가는 일이 일어난다. 그걸 우리는 불행이라 부른다. 맷은 술에 취해 싸움을 말리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 죽일 의도는 없었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전과자가 된 그는 그래도 삶을 이어간다. 올리비아라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오래 기다리던 아이도 갖게 된다. 직업도 있다. 비록 변호사 보조이긴 하지만. 그런 그에게 이상한 동영상이 카메라폰으로 날라온다.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있는 모습이다. 방 안에서. 그는 그 여자가 아내임을 알아보다. 하지만 누가, 왜 이런 것을 보낸 걸까? 그리고 얼마 뒤 누군가 그를 미행하는 걸 감지한다. 또 한번 그에게 불행이 찾아오려는 걸까? 그는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한편에서는 맷의 초등학교 동창 로렌이 한 수녀의 죽음을 조사한다. 이상한 수녀다. 유방 확대 수술을 한 수녀라니. 여기에 특별히 그녀가 다닌 카톨릭 학교하서 교장 수녀님이 은밀히 그 수녀의 신분 조사를 의뢰하신다. 그러다 단순한 자연사가 아닌 살인으로 밝혀진다. 수녀의 방에는 온통 전직 경찰의 지문이 묻어 있는데 그 경찰은 살해된 채 발견되고 수녀의 통화 기록 중 눈에 띄는 한 통이 맷과의 연관성을 알려준다. 그는 전과자다. 친구였지만 전과자였기에 그가 변했으리라 생각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때 FBI가 자신들과 관련된 사건이라며 사건을 장악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올리비아의 과거는 또 한번의 반전을 예고한다. 

두번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맷의 심정이 잘 표현되고 있다. 정말 전과자라면 무조건 의심해야 하는 것일까? 전과자가 아닌 사람은 그럼 결백하다는 뜻일까? 아들을 죽인 맷을 스티븐의 부모는 여전히 용서하지 못한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게 반대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죽은 자와 죽인 자가 분명하고 죽인 자는 그래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죽을 때까지 살인자라는 멍에를 쓰고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충분한 죄값이 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 이외의 다른 죄를 덮어 쓸 이유는 안된다. 사회가 의심을 하는 것은 그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댓가이겠지만 그들도 사는 동안은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난 꼭 주인공 편이라 중심을 못 잡는게 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맷 헌터가 그가 죽인 스티븐의 엄마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장면이다. 그들은 만나서 사는 이야기를 한다. 맷은 그녀를 만나 올리비아에게서 온 동영상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조언을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졌을 때 그녀를 찾아가자 그는 그의 사정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다. 결국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의식이었는지 모른다. 맷은 그 만남을 그래도 조금 자신을 용서하려는 것은 아닌가 내심 바랐고, 그녀는 그를 만나 아들을 잊지 않게 각인시키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기묘한 살인자와 피해자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아마도 이성은 놓아주고자 해도 감정은 그럴 수 없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아이들을, 가족을 지키고자 애를 쓰는 사람들이 사는 뉴저지의 모습과 대비되는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리퍼들의 사연은 그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맞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누군가는 태어날때부터 행복하고 누군가는 태어날때부터 불행하다. 누군가는 가족이 애지중지하고 누군가는 어린 나이에 팔려간다. 그리고 늪에 빠진 것처럼 원치 않는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런 스트리퍼 중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입양 보낸 뒤 죽은 여자가 있다. 맴 처음 그녀의 딸이 친엄마를 찾아 오며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것은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 일도 있는 법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더 큰 불행을 예고하는 서막인가? 마치 불행을 누군가는 타고 나는 것 같이 느껴지게 만드니. 그래서 인간은 늘상 '만약에...'를ㄹ 달고 사는 모양이다.     

작품은 할런 코벤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어떻게 별개의 사건들이, 별거 아닌 이야기들이 이어지게 되는 지 그는 능수능란한 기교를 변함없이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퍼즐을 풀면 또 하나의 퍼즐이 나오고 그 퍼즐을 놓치면 무수한 단서들 사이에서 길을 잃게 된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내를 끝까지 믿는 맷 헌터만 따라 가면 된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세상에 진정 결백한 자가 있는 지 생각하게 되고 불행을 극복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그것이 전형적인 미국식 스타일일지라도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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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11-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재미있는 작품은 소개받은 거 같네요. <고백>도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물만두 2009-11-24 11:49   좋아요 0 | URL
할런 코벤은 기본은 하는 작가니까요^^

좋은날 2009-11-2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안녕하세요..
오늘 영화 백야행 보고 왔어요.
영화 도움주신분에 물만두님 이 제일 앞에 있던데..
물만두님 맞죠?
아는 이름 보니 무지 반갑더군요..
맞는거죠?

물만두 2009-11-26 11:07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별 도움드린 게 없는데^^;;;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