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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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책이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 덕이다. 한마디로 별 사건은 없는데 아주 유쾌한 작품이다. 당시 시대 상황을 보면 재미있을만한 상황이 아닌데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가 그렇게 썼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유머러스하게 적고 있다. 

러일 전쟁을 벌이던 일본의 백년 전, 1905년이 작품 배경이다. 영어를 가르치지만 영어를 싫어하고 하이쿠와 가면극, 만담을 좋아하는 아주 별난 구사미가 나쓰메 소세키의 분신같은 선생님으로 등장하고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고양이가 이름도 없이 살고 있다. 여기에 화자인 '나'는 집안이 몰락해서 셋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선생님 댁에 서생으로 더부살이하게 된다. 이들과 선생님의 괴짜 친구들인 미학자인 한마디로 뻥쟁이 메이테이, 박사를 꿈꾸며 늘 이상한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는 간게쓰씨가 등장한다. 

각기 단편으로 이루어졌지만 별 다른 추리적이랄 것도, 사건이랄 것도 없는 이야기들이 펼처진다. 사건마다 늘 고양이가 관련되어 있고 서생이 탐정처럼 사건을 해결한다. 게으르고 신경질을 잘 내는 선생님은 귀찮은 일은 모두 서생에게 시킨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대화속에, 사건 이면의 사회속에 담겨 있다. 작품은 그 시대상을 잘 보여주며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만든다. 

<나는 고양이가 아니다?>는 러일전쟁에 참가하는 군인들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시작은 선생님 댁 고양이가 쥐를 가로채는 도둑 고양이로 몰리면서 그 사연을 알아내는 것이었지만. 여기에 지식인의 고뇌가 담겨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어 바보처럼 굴기로 작정한 것 같은 모습이. 외아들을 전쟁터에 보내는 노모의 눈물을 오늘날 일본인들은 떠올리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그것보다 서민들은 쥐를 잡아 받는 돈이 더 중요했다는 사실은 각박한 현실은 언제나 소시민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는 이 또한 그런 이들일테고. 나쓰메 소세키를 돈에 넣으면 뭘하나? 반성없는 역사는 여전한데.
 
<춤추는 고양이>는 떡을 먹고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던 고양이와 그 고양이 친구 얼룩이의 죽음의 내막을 알아보는 이야기다. 그 시대 서양 문물을 마구잡이식으로 들여오고 비판없이 받아들인 것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들어 있다. <도둑과 '코’사랑>은 선생님 댁에 도둑이 들어 참마를 훔쳐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가네다라는 자본주의를 너무도 잘 받아들인 집안이 등장해서 선생님과 악연이 된다. <라쿠운칸 대 전쟁>은 정말 유치찬란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선생님도 이정도면 손발 다 들게 만드는데 라쿠운칸 학생들이 하는 야구를 전쟁이라 생각하고 날아드는 공을 덤덤탄이라 여기는 선생님의 모습은 접하지 않았던 문물에 대한 나이 든 사람의 반응과은 아이들의 반응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또 어쩌다 미국에서 온 비싼 야구용품으로 야구를 하게 됐는지도 참 어이없었다.  

<교풍 발표회>는 읽으면서 어린 시절 읽었던 전래 동화가 생각났다. 그 이야기의 시발점이 어딘지가 궁금해졌다. 내가 아는 이야기는 중국에서 잘난 사신이 왔는데 조선에서는 떡보를 내보내 중국(명인지 청인지는 모르겠다.) 사신이 하늘은 둥글다고 손으로 원을 그리자 떡보가 네모를 그리고 그걸 사신은 땅은 평평하다로 받아들이고 삼강을 아느냐고 손가락 3개를 폈더니 떡보는 손가락을 5개를 폈는데 그걸 사신은 오륜도 안다로 받아들여 학문이 대단하다고 느끼고 물러났다는 이야기다. 떡보야 가래떡을 아냐고 해서 인절미도 안다는 뜻으로 네모를 보여준 거고 3개까지 먹는다고 해서 자기는 5개도 먹는다고 한 거였다. 이 선문답이 일본에서는 메롱~까지 가니 포복절도했다. 우리 얘기보다 더 웃겼다. 정말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건 그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봄바람이 부는 달밤에 고양이, 가출하다>는 그래도 고양이가 사라지자 고양이를 찾으려고 모두 애를 쓰는 모습이 고양이가 그 집에서 산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원래 드는 자리는 몰라도 나는 자리는 안다고 있을 때 잘해줘야 하는 법이다. 뭐, 이 선생님께서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지가 문제겠지만. 고양이가 가출할 이유를 그렇게나 자세히 기억하는 걸 보면 마음에 고양이가 있었던 거 아닐까 싶다. 제목은 멋있는데 내용은 사실 별거 없었지만. 

정말 내용이 별거 없고 말들이 자꾸 옆으로 새서 책을 덮자마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이것을 정말 염두에 두고 나쓰메 소세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썼다면 대단한 작가다. 그 대가의 작품을 똑같이 쓰면서 추리소설로 만든 야나기 코지도 대단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다르게 읽기인지 아니면 색다르게 즐기기인지는 원작을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캐릭터를 잘 묘사한 점은 높이 사고 싶다. 또한 그 시대를 잘 표현한 것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을 웃음으로 풍자한 것도 좋았다. 가끔 보여주는 뼈 있는 말은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마디로 사건과 추리도 괜찮았지만 그보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참, 서생의 이런 외침이 들리는 듯 하다. '나는 서생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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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9-1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을 꼭 읽고 싶네요^^
나는 고양이다도 한번 읽어보세요.무척 재미있읍니다.

물만두 2009-09-15 10:15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그래볼려고 생각중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9-1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키를 좋아하는지라 몇번 들었다 놓았는데 읽어야겠네요 ^^

물만두 2009-09-15 10:15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