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증후군 증후군 시리즈 1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누쿠이 도쿠로는 <통곡>이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조금은 진부한 듯한 면이 있었지만 캐릭터에 대한 충실함과 휴머니즘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런 그의 대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증후군 시리즈를 읽게 되어 무척 기대했다. 시리즈 첫 작품은 이 작품 <실종증후군>이다. 실종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썼을지 궁금했다. 

누구나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힘이 들때, 삶에 지쳤을 때,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을때, 위협을 느낄때. 하지만 대부분은 참고 산다. 하지만 가끔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이 사라지면 가출이라고 한다. IMF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어른 가출이 늘었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사라지면 찾기가 힘들게 된다. 이런 상황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작가는 작품을 썼다.  

경찰청에 조금 특이한 인물이 있다. 다마키라는 남자인데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데 자리를 자주 비워도 뭐라는 사람이 없고 속을 드러내지 않는 아주 비밀이 많은 남자다. 그에게 형사부장이 친척의 실종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대학생의 자발적 실종같은데 찾을 수가 없다고. 이 평범한 부탁을 다마키는 중요한 사건을 맡는 것처럼 받아들인 이유는 그동안 실종 신고가 된 사건을 정리한 자료를 살펴본 뒤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기 떄문이다. 

그리고 그는 곧 자신의 비밀 팀원들에게 집합 명령을 내린다. 그들은 경찰에서 물러난 뒤 탐정 일을 하고 있는 하라다, 막노동을 하는 구리모치, 탁발승 무토다. 그들은 모여서 한 명씩 실종자들을 맡아 조사를 하기로 한다. 하라다는 자신이 찾아야 하는 학생의 자취를 찾아 다니다가 과격한 밴드 젠키를 따라다니는 팬들과 멤버들을 만나는데 그들과 한창 반항중인 자신의 딸이 관련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작품은 일본 젊은이들의 자발적 실종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다. 부모가 조금만 이해를 해주고 자신의 바람과 자식의 꿈이 다를 때 자식의 꿈을 좀 더 믿어주고 밀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언제나 그렇듯 부모의 기대는 너무 높고 자식은 그 기대에 짓눌리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런 일들이 쌓여 자기 안에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을 기르고, 사회에 대한 반발과 반항심만 키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지키지 않는 도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니 아이들이 그것을 들을리 만무고 자신들은 잘못하면서 아이들에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니 아이들의 일그러진 모습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모습이다. 사회가 빚어낸 다음 세대인데 지금 세대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잘못도 모르고 반성도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미래를 알 턱이 없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신과 같은 모습의 세대일 뿐이니까. 

무엇보다 작품 속 사건을 쫓으면서도 하라다 일가의 가정 문제를 포함시켜 현대 가정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한 점은 좋았다. 어느 날 착하기만 하던 자식이 대화를 거부하고 전혀 다른 남이 되어 버린다. 부모는 이유를 추측만 할 뿐 모른다. 자식은 말을 하지 않고 부모는 들을 기회가 없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화는 미뤄지고 그러다가 골은 깊어져 벼랑끝으로 몰린다. 자식의 자살이라는. 여기에서 작가는 말하고 있다. 부모도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하지 않으려 하지만 자식 또한 마찬가지라고. 그래도 방법은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이해밖에는 없다고. 부모와 자식 모두 바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은 작품의 결말이 그야말로 실종되었다는 데 있다. 물론 그 자체가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이라 생각되서 이해는 가지만 하라다의 딸이 가지고 있던 것과 문제의 발단이 된 인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발적 실종이니 찾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방법의 자발적 실종이 실현 불가능하니 일본의 실생활 문화에 대해 우리와 다른 점을 또 한가지 알게 되었다. 
 
단순한 플롯의 전개로 일관하고 있지만 각각의 캐릭터의 묘한 매력과 자발적 실종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한발 앞선 문제 제기가 작가만의 개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작가가 사회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마치 다마키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보여주려 자제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해결점이 없는 자발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고 사회와 개인의 인식이 함께 달라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았다는 듯이 하라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이 평범해보이는 작품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것이 이 작품 최대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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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9-04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설이던 작품인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물만두 2009-09-04 11:18   좋아요 0 | URL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여운은 남는 작품입니다.

순오기 2009-09-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여전히 즐독하시는군요.
가을바람이 산들 불어오는 저녁나절~~~ 좋아요.^^

물만두 2009-09-04 20:0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방가방가요^^
저는 방콕족이라 바람이 부는지는 잘 모르겠고 신종풀루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핑크팬더 2009-09-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곡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물만두님의 리뷰을 읽어보니 이작품도 끌리는군요.(믿거나 말거나 반전을 중간에 눈치채고 말았지만요. ㅡ.ㅡ;;) 사가와택배의 도를 지나치는 불친절함에 알라딘을 그만 떠나려 했는데 물만두님 때문에 떠나지를 못하겠네요. 뭐 다음에 주문할때는 우체국 등기로 주문하면 되지만요. 아무튼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물만두 2009-09-09 19:21   좋아요 0 | URL
반전은 저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좋았습니다. 이 작품도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그장소] 2013-08-0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쿠이 도쿠로, 책이 무겁지만..난반사..통곡..신월담..자꾸 손이 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