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병총 요정 말로센 시리즈 2
다니엘 페낙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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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센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처음부터 하드보일드하게 시작한다. 벨빌 한복판에서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폭력 경찰인 바니니가 한 겨울 얼음판 길을 가던 할머니를 도와주려다가 순식간에 할머니가 쏜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목격자는 개 쥘리우스까지 합치면 네명, 하지만 그들은 경찰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푸티는 집에 돌아와 이야기하지만 남자가 꽃이 됐다는 소리에 모두 흘려 듣는다. 말로센 집안은 그거말고도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뱅자맹의 연인인 기자 쥘리는 무시무시한 취재를 하러 어디론가 떠나서 소식도 없고 엄마는 또 임신중인데 벌써 나와야 할 아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쥘리가 사라지기전 보호를 요청한 네명의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말로센 집에서 살게 된 할아버지들이 마약을 하지 못하게 감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뱅자맹은 휴가를 냈는데 자보 여왕께서 다시 일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여기에 벨빌가에서는 노인들을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어 반 티안 형사는 호 부인으로 변장을 해서 미끼 역할을 하는 중이다. 그러던 파스토르 형사는 한 여인이 고문당한 후 버려진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여인의 신분을 알아내려 애를 쓴다. 또한 뱅자맹은 스멜 할아버지가 명예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어떤 여자가 마약을 주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클라라의 사진속에서 발견하고 쥘리에게 알리려고 아파트로 찾아가지만 아파트는 쑥대밭이 되어 있어 그를 절망하게 만든다. 

문제는 타고난 희생양 뱅자맹에게 뱅자맹도 모르는 사이 모든 사건이 그에게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 살인 사건, 노인에게 마약을 하게 하고 더 빨리 죽게 만드는 사건, 바니니 살인사건까지 뱅자맹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른채 뱅자맹은 엄마가 드디어 나은 아기를 이제 막 숨을 거둔 베르뒹를 돌보는 일만으로도 벅차서 서서히 자신에게 조여오는 올가미를 느낄 새가 없다는 것이다. 

작품은 이렇게 희생양 뱅자맹이 직접적인 희생양 노릇을 할 사이도 없이 진짜 하드보일드하게 시작하고 끝이 난다. 물론 말로센 일가의 활약은 언제나 왁자지껄하지만 중심이 말로센 일가가 아닌 것같이 느껴진다. 한 편의 경찰 소설을 본 느낌이다. 나이 들었지만 명사수인 반 티안 형사와 취조의 달인 파스토르 형사의 이야기. 그리고 늘 존재하는 나쁜 형사와 좋은 형사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야기.  

말로센 시리즈 가운데 누군가는 항상 주인공이었다. 그 인물로 인해 뱅자맹이 희생양이 되니까.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뱅자맹의 애인 쥘리가 주인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태어난 베르뒹이 주인공도 아니고 말로센 일가에 합류하게 되는 반 티안 형사와 파스토르 형사가 주인공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이 작품은 말로센 부족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와 추리소설로서 하드보일드가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쥘리의 상태만 봐도 너무 하드보일드하니까 말이다. 두번째 작품으로서 작가는 말로센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의 엄마에 대한 사랑은 여신에 대한 동경처럼 느껴지지만 역시나 베르뒹을 낳은 엄마는 또 사랑에 빠져 떠난다. 

제목인 <기병총 요정>은 맨 처음 사건을 본 프티가 "저 요정을 봤어요."라고 한 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까 기병총을 든 나이든 요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말로는 전달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할머니들이 총을 들고 다니지도 않고, 요정 자체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질적인 느낌보다는 작품 안에 더 많은 서로 다른 인종들이 모여 다른 점은 인정하며 어울리는 점이 이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작품에는 아랍계, 베트남계로 다른 인종들이 등장하고 역사와 지리학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 다른 이념에 의해 충돌했던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또한 텍스트적으로 볼때 소설 안에 희곡적 요소를 포함시켜 그 이질적인 두 가지가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작품은 노인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노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노인이 살해당하고, 노인에게 마약을 팔아 중독자를 만들어 돈을 갈취하고, 점점 독거노인들이 혼자 사는 아파트는 비어만 간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늙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늙음을 추함과 동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그것만으로도 쉽게 폐기처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늙지 않으면, 아니 어떤 사람은 늙는다 해도 모를지 모르겠다. 그래서 말로센 부족이 나이 든 사람들만이 가진 장점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누가 반 티아보다 더 쉽게 베르뒹을 조용히 만들 수 있겠냐고 말이다. 우리도 늙는다. 그건 자연이 만들어낸 생명의 이치다. 거스르지 마라. 존중만이 우리의 노후를 대비하는 길이다.   

가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늘 말로센 시리즈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동화를 아직까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은 따뜻한 가정을 품고 있는 것과 같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곳, 누구나 받아들이고 그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기위해 눈물, 콧물 다 짜낼 각오를 하고 있는 뱅자맹이 지키고 있는 말로센 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할아버지들의 수면을 위해 이층 침대의 할아버지 위에 아이들을 자게 하는 가족이라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평생 살고 싶지 않을까. 꿈 같은. 정말 환상적인 동화같은 이야기다. 전개는 하드보일드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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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후기도 참 좋습니다~

물만두 2009-06-19 13:49   좋아요 0 | URL
더 좋은 건 출판사가 말로센 시리즈를 다 내겠다고 한거랍니다^^

카스피 2009-06-1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출판사인지 정말 대단한 의지입니다^^ 그리고 물만두님 후기는 언제 보아도 책을 사게 만드는 힘이 계신데 저는 그게 정말 두럽습니다.책살돈이 없으니까요..

물만두 2009-06-19 19:04   좋아요 0 | URL
문학동넵니다.
카스피님 그러시면 안되십니다. 읽으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