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재미있게 읽었었다. 작가가 인도를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구석구석 가리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희망을 담아내려고 하는 모습에서 현대인은 여전히 동화적 감상을 버리지 못했음에 기뻤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미스터리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처음 시작은 열혈 신문 기자가 사건의 발단에서 어떻게 6명의 용의자가 모이고 그들에게 동기가 생겨나게 되는지를 천천히 잘 묘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인도의 내무부장관 아버지를 믿고 범죄도 서슴지않고 저지르는 비키 라이가 한 젊은 여자 바텐더를 쏘아 살해하고도 기소면제 처분을 받고 풀려나면서 시작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셈이다. 이미 시민들은 분노하지도 않는다. 너무 많은 부자들이 그렇게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은 너무 쉽게 죽는데 말이다. 이 와중에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모이게 되는 6명이 등장한다. 

사이비 영매가 벌이는 쇼에서 간디의 영혼이 씌어 간디에서 부패한 정치인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모한 쿠마르, 핸드폰 도둑에서 하루 아침에 수상한 돈가방을 횡재한 뒤 비키 라이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문나 모바일, 부족을 위해 소안다만제도의 신성한 돌을 찾아 인도까지 오게 된 에케티 옹게, 인도 최고의 섹시 여배우에서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샤브남 삭세나, 샤브남 삭세나를 이용해 사기를 친 줄도 모르고 아름다운 인도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미국에서 인도로 온 월마트 지게차 기사이자 래리 페이지, 총리를 노리다 아들 비키 라이 때문에 실패한 뒤 아들을 살해하기로 한 아버지 자간나트 라이, 이렇게 서로 다른 6명이 각기 다른 이유로 뻔뻔하게도 법원의 결과를 두고 자축 파티를 벌이는 날 모두 모이게 된다. 

부패한 정치인들의 모습에서는 심각한 부정 부패가 그려지고 가난한 젊은이의 모습에서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담아낸다. 소수 부족 청년의 인도 체험을 통해서 소외된 자들과 그들을 소외시키는 자들의 모습이 등장하고 발리우드의 나라답게 여배우의 생활에서는 인도 영화와 여배우의 애환이 펼쳐진다. 생뚱맞게 등장하는 어리버리한 미국인의 모습에서 미국인을 대하는 이중적 모습은 우습기도 하지만 씁쓸했다. 여기에 이들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인도 소개서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문나의 동생으로 등장하는 찬티의 모습이 보팔 사건에 의한 것이라는 것과 아직도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부패한 정치인, 무능한 경찰, 타협하는 언론, 정경유착과 노동착취,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려는 폭력 속에서 정의는 죽고, 진실은 눈멀고, 사랑은 사기가 되고, 간디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이젠 도저히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다. 용서는 사라지고 오직 복수만이 남아 불타올라 결국 또 다른 살인을 낳고 희생자를 만들고 마니 말이다. 보는 내내 어쩌면 우리와 이렇게 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위안이 된다면 말이지만. 

비크질 찬드라의 <신성한 게임>에서 이 말을 작가가 빌려 쓰고 있다. '이 도시에 살고 싶다면, 그 전에 미리 세 번의 반전을 생각하라. 그리고 나서 거짓의 이면에서 진실을 봐야 하며, 다시 그 진실의 이면에서 거짓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작가는 이 말에 충실히 작품을 전개하고 있다. 독자를 놀랍게 하려는 반전이 아니다.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반전이다. 반전이 이렇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반전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도 사회의 거짓 이면에서 진실을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인도 사회를 포함한 모든 사회의 진실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간과한 거짓을 놓치지 말아야 진정으로 이 작품을 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세번의 반전이란 첫번째 6명의 용의자들의 삶 자체에서 일어난다. 그들의 삶을 읽는 것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구성되고 완성됨을 느끼게 한다. 두번째 반전은 비키 라이가 살해되고 6명의 용의자가 잡혔을때 일어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정말 책 마지막에 등장한다. 6명의 등장인물들을 차례로 보여주는 방식이 약간 산만하게도 느껴졌지만 또 한번의 인도 여행을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들을 따라 인도의 요소요소를 들여다보고 각양각색의 삶을 엿보게 하는 것이 작가 작품의 특징으로 여겨질 것만 같다. 진지하게 볼 수도 있고 재미있게 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든 작가의 위트 넘치는 문장은 힘든 삶 속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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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6-16 1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 책 좀 땡기던데요..ㅋㅋ

물만두 2009-06-16 12:24   좋아요 1 | URL
읽으셔야할걸요^^ㅋㅋ

soyo12 2009-06-17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문했어요. 원작이 너무 좋아서.^.~

물만두 2009-06-17 11:42   좋아요 1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