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알리바이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커다란 범죄라고는 별로 일어나지 않는 뉴햄프셔의 한 지역에서 엄청난 시체가 발견된다. 무려 스물네구의 시체가 마치 누군가 차곡차곡 쌓은 듯이 한 공사현장에서 같은 총에 맞은 채 발견되는데 막 사건을 조사하려는 뉴햄프셔 경찰청 세리든 총경은 FBI의 개입으로 자신의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째로 빼앗기고 만다. 거기다 이 사건은 절대 알려질 수 없게 모든 것이 차단된다. 이에 신경이 쓰인 세리든은 법의관이 잠깐동안 검시한 작은 단서와 파악된 단 세 명의 인물만으로 사건을 자체 조사하기로 한다. 

때 마침 그즈음 프랭크 프랭클린이 그 지역 학교 문학 교수로 임명되어 듀리스디어 대학에 부임하게 된다. 작은 대학이지만 재정이 튼튼하고 대우가 좋지만 또 그만큼 폐쇄적인 학교다. 그는 자신이 작가들을 분석한 에세이가 잘 팔리고 알려져 오게 된 것이다. 그런 그에게 세리든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가 그동안 알아낸 추리 작가 벤 보즈의 동태 파악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 희생자들의 단 하나의 연결고리가 바로 벤 보즈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3부로 나뉘어진 이 작품은 왜 진작 읽지 못했나 하는 후회를 하게 만드는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프랑스 스릴러 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요즘 떠오른 신성 막심 샤탕과 견주어 빠지지 않는 작품이고 작가다. 이 한 작품만으로 나는 오히려 막심 샤탕의 악의 삼부작보다 더 나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는 처음부터 독자를 사로잡고 마지막까지 기대감으로 흥분하게 만든다. 하루에 다 못 읽으면 잠을 자면서도 그 뒤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망설임도 없고 봐주는 것도 없다. 영어 제목 'No one will get out'이 책을 덮으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범인은 모두를 이용한다. 경찰과 FBI는 범인을 잡기 위해 또한 모두를 이용하고 서로를 불신하고 은폐한다. 소설가는 소설을 위해 독자를 현혹하고 이용한다. 여기에 존재하는 것은 음모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의 결여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자들의 말로는 이런 것이라고 작가는 허구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추리소설이라는 끔찍한 허구가 가장 단순하게 그것을 말할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숨막히는 스릴도, 대단한 트릭도 없는 작품이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와 정교함, 그리고 마치 처음 책을 쓸 때 마지막을 알고 쓴 것처럼 군더더기없는 전개가 일품이다. 어떤 말도 읽어보지 않음 느낄 수 없는 퍼펙트함을 가진 작품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안 읽으면 대단히 후회할 작품이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2008-12-2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악...한동안 책 안 지르려고 했는데...만두님 리뷰를 보니 또 가슴이 콩닥콩닥. 읽고 싶잖아요!!!

물만두 2008-12-29 14:05   좋아요 0 | URL
어쩔 수 없습니다. 호객본능이라서요^^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8-12-2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솔깃한데요. 역시 물만두님 리뷰를 읽어야 솔깃해진다니까요 ^^

물만두 2008-12-29 14:05   좋아요 0 | URL
솔깃하신김에 구입해서 열독하심 더 좋습니다^^

soyo12 2009-01-25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다 읽었습니다. 와 대단하네요.^.^ 지금 그의 데뷔작이라는 13번째 마을을 구입할까 말까를 고민중입니다.^.~

물만두 2009-01-25 11:22   좋아요 0 | URL
좋죠^^
저도 그게 고민인데 그게 제가 선호하지 않는 소재를 다룬 작품이라서 망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