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서스펜스 컬렉션 1 밀리언셀러 클럽 94
제프리 디버 외 지음, 에드 맥베인 엮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단어수로 정의하면 에드 맥베인의 말처럼 아주 짧은 단편부터 대하소설까지 그 장르 또한 많다. 숏숏 스토리의 대가인 일본의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보면 정말 이렇게 짧아도 되나 싶게 짧은 작품이 있고 박경리의 <토지>는 이렇게 길 수가 있나 싶게 아주 긴 작품이다. 그 사이에 우리가 보통 읽는 단편과 장편이 있다. 하지만 중편을 보기는 거의 드문 것도 사실이다. 중편은 좀 애매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편만 쓰는 작가나 장편만 쓰는 작가 또는 둘 다 쓰는 작가는 있어도 중편도 함께 쓰는 작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중편 분량을 쓰느니 조금 더 써서 장편을 쓸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에드 맥베인이 기획한 이 중편집 컬렉션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말하고 싶다. 내용과 작가와는 또 다른 면에서 말이다. 

존 패리스의 <랜섬의 여자들>은 사실 처음부터 빤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모델료로 백만달러를 주겠다고 한다고 치자. 그것을 의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의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그러니 읽어나가면서 계속 '폭탄이 있는데 언제 터지지, 언제 어디서 터지는 거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게 된다. 뻔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여자의 나체, 아름다운 여자의 나체만 그리는 랜섬이라는 화가가 있다. 에코는 화가로 그를 존경한다. 그녀에게는 결혼할 경찰인 약혼자 피터가 있고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가 있다. 또한 그들에게는 아직 갚아야 할 빌린 대학 등록금이 남아 있어 각자의 부모님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때 랜섬이 에코와 피터에게 에코가 1년동안 외딴 섬에서 자신의 모델이 되어주면 땅과 집을 주겠다고 제안을 하고 에코는 받아들인다.

화가와 함께 외딴 섬에 고립된 여자와 그 화가의 뒷조사에 나선 경찰 애인, 그리고 그 뒷조사를 알아챈 화가와 함께 있는 의문의 여인 사이에 긴장감은 고조된다. 특히 화가와 함께 외딴 섬에서 생활하는 에코의 변해가는 모습을 아슬아슬하게 심리적인 면에서 보여주고, 밖에서 조사를 하는 피터의 경찰관으로서의 모습은 빠르게 질주하는 듯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습으로 각각을 교차해서 보여주면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점이 좋았다. 단편보다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읽을 수 있고 장편보다는 가지치기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 중편이라는 사실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투박하고 정통적인 서스펜스 작품을 잘 묘사한 작품이었다. 

제프리 디버의 <영원히>는 수학자로 경찰관이 된 탤봇 심스가 통계학적으로 두 부부의 자살 사건이 그냥 자살 사건이 아닌 살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면서 시작된다. 두 쌍 모두 남자가 심장병이고 아내는 건강했다. 그리고 유언을 바꾼 뒤 자살을 했다. 너무 많다는 것이 그의 의심의 근거였다. 그것도 며칠 사이에 두번은. 오로지 데이터에 근거해 파악하려는 심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학적 통계가 여러 분야에서 이용된다는 것을 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은 수학으로 가득 차 있다. 수학을 싫어하더라도 컴퓨터는 하고 싶고 컴퓨터에도 수학은 적용된다. 그리고 통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뿐이었다면 너무 단순했을텐데 작가는 끝났나 싶으면 사건을 이어가고 끝났나 싶으면 사건을 다시 이어나가는 식으로 전체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정말 영원히 끝나지 않는 줄 알았다.  

어리버리하고 경찰로 보이지 않는 책상물림 경찰 탤봇과 진짜 경찰이 무엇인지 과도하게 보여주는 라투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넣어 그들이 서로 인정하지 않다가 나중에 의기투합하게 되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제프리 디버가 이 두 콤비로 새 시리즈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재미있고 새로운 경찰 미스터리를 읽었다는 점과 '영원히'가 주는 마지막 의미가 오싹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역시 제프리 디버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좋았다. 1편이 재미있으니 2, 3편이 기대된다. 2, 3편은 더 기대되는 작가들이 많다. 정말 띠지 문구처럼 현대 서스펜스의 거장 10인을 그저 만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좋은 작품을, 기대만큼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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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2-2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황금가지에서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하네요.단지 책값이 압박이 너무 크다는....

물만두 2008-12-29 11:32   좋아요 0 | URL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한 출판사죠.

비로그인 2008-12-30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만 들어도 흥미진진한 내용들이네요~~~ 어떻게 이런 상상들을 하시는지 참..... 작가 분들은 정말 대단해요!

물만두 2008-12-30 20:13   좋아요 0 | URL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