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폴리오 1 - 피와 죽음을 부르는 책
제니퍼 리 카렐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400여년 전 세익스피어가 공연을 하던 글로브 극장에 불이 나는 장면부터 작품은 시작한다. 그 불타는 광경을 들으며 흡족해하던 세익스피어를 지독히도 싫어하던 귀족들의 웃음 뒤에 마지막으로 구출되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40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현대 영국에서 세익스피어를 전공하다 연극 연출쪽으로 방향을 바꾼 케이트가 이제 막 새롭게 그 당시 극장을 재현해낸 글로브 극장에서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올리려 애쓰고 있다. 이때 옛 스승 로즈가 찾아와 그녀에게 선물 상자를 남긴 채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같은 날 글로브 극장은 400년전 바로 그 날짜에 다시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케이트는 로즈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가 자신을 이끄는 대로 세익스피어의 새로운 미스터리를 찾는 모험을 하게 된다. 유명한 연극 배우인 그녀의 후견인 격인 헨리와 로즈가 보호를 맞겼다는 벤과 함께. 거기에 가는 곳마다 살인은 어김없이 일어나고 케이트도 살인범의 손에서 간신히 빠져나온다. 

도대체 세익스피어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읽다보면 세익스피어교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작품은 세익스피어를 연구한 학자가 쓴 작품답게 세익스피어에 대한 정보는 가능한 많이 보여주고 있다. 퍼스트 폴리오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고 썼다고만 전해지는 <카르데니오>를 찾아 떠나는 모험은 그것이 있는 곳을 여기저기 오래된 편지와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는 재미도 안겨주지만 1623년이라는 <퍼스트 폴리오>가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그 시대를 간략하게나마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영감을 얻었다느니 제임스 왕과 왕자와 하워드가의 추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라느니 하는 면은 하나의 책이 오늘날도 그렇지만 어느 시대나 살인을 부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어느 책이든 돈과 명예, 권력과 관계되면 피와 살인을 부를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세익스피어도 참 많은 별인설을 가지고 있다. 베이컨이라는 얘기도 있고 심지어는 여왕이라는 얘기도 있는 모양인데 작품 속 헨리의 말처럼 세익스피어를 그냥 세익스피어로 놔두면 안되는 건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세익스피어의 여러 작품들의 대사를 적재적소에서 만나는 즐거움과 가끔 400년을 점프해서 그 시절로 돌아가 살짝살짝 작품에 미스터리를 더하는 면, 그리고 죽음까지도 세익스피어의 연극으로 만드는 세익스피어로 시작해서 세익스피어로 끝나는데 있다. 그런데 고서 사냥꾼이 탐내는 <퍼스트 폴리오> 초판본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다니 그게 더 놀랍다. 
 
패턴은 역시 <다빈치 코드>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스피디한 면에서는 <다빈치 코드>가 낫고 내용의 방대한 면으로는 이 작품이 낫다. 하지만 뭐, 결국 비슷한 작품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빈치 코드>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고 이 작품은 연극을 보는 느낌이다. 같은 보물 찾기지만 <다빈치 코드>는 독자를 따라오게 만들지만 이 작품은 독자를 참여하게 만든다. 세익스피어의 고전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에 따라 읽는 재미가 더하거나 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전혀 안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마지막 반전에서는 오호~ <다빈치 코드>보다 한수 위였다. 팩션이 이제는 너무 많이 나와서 식상했는데 이 작품은 그래도 <다빈치 코드>정도의 수준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세익스피어를 위한, 세익스피어에 의한, 세익스피어의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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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5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9-0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세익스피어가 추리소설도 썼나? 했어요 ^^;
독자를 참여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니 쏠깃하네요.

건강하시죠? :)

물만두 2008-09-05 13:58   좋아요 0 | URL
님도 건강하시요^^ 저는 늘 그렇습니다.
독자를 참여하게 한다는 얘기는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은 분이라면 빠져들게 만든다는 얘깁니다. 또한 어느 정도 세익스피어에 대해 안다면 누구라도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얘기죠. 끝까지 읽으면요^^ㅋㅋㅋ

다락방 2008-09-05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세익스피어라니 마구 읽어보고싶어져요!

물만두 2008-09-05 19:09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