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와정 살인사건 1 - 시마다 소지의 팔묘촌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읽기 전에 미타라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조금 당황했다. 미타라이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라니 말이 되냐고 작가에게 묻고 싶었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 미타라이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타라이의 그늘에 가려 생활하던 추리소설가인 미타라이의 친구 이시오카의 자신감없고 어리숙한 모습이 미타라이와 대조적이라 더욱 마음에 들어버린 것이다. 시마다 소지가 미타라이 대타로 이시오카를 내보냈는데 이시오카가 안타를 친 격이라고나 할까 딱 그런 느낌이었다.

1938년 일본 오카야마 현 도마타 군에서 일어난 '츠야마 30인 살해사건'을 모티브로 6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용와정이라는 여관을 배경으로 다시 시작되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같은 소재를 다룬 요코미조 세이시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팔묘촌>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너무도 다른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1년 작품과 1996년 작품이라는 35년의 세월의 차이가 작품에 미친 영향과, 부자집이 배경인 살인자를 만들어 낸 것과 가난한 할머니 손에 자라는 부모없는 살인자를 그린 것, 거기다 한쪽은 전설을 다른 한쪽은 마을의 풍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 등 같은 모티브의 작품이 이렇게도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작가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마다 소지가 후발 주자로 조금 더 마음이 쓰였겠지만 그 용기 또한 높이 사고 싶다.

우연히 자신에게 악업이 따라다닌다고 그것을 막기 위해 함께 어디를 가 달라고 미타라이를 찾아온 여자에게 마음 약한 이시오카는 그만 이끌려서 용와정이라는 이미 문을 닫은 여관에 하룻밤 머물게 된다. 그때 갑자기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누가 봐도 밀실 살인이다. 총에 맞았는데 총을 쏜 사람을 보지도 총소리도 듣지 못하고 불이 나서 닫힌 문을 뜯고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계속 총에 맞아 숨지고 시체가 사라져 엽기적인 모습으로 발견되기도 하는 둥 이 사건만으로도 이시오카는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무츠오의 유령까지 나타난다. 이시오카가 기절하지 않은게 용하다. 이 지경인데 이 사람들은 무츠오가 1938년 마을에 저지른 엽기적 살인 사건에 대해 입에 담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시오카는 그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책은 1편에서는 현재의 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고 2편에서 도이 무츠오가 저지른 1938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도이 무츠오 사건을 너무도 길게 써내려가서 책이 이렇게 두꺼워졌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책을 덮은 뒤에는 오히려 작가가 도이 무츠오 사건을 더 부각시키고자 현재의 사건을 만들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아니 도이 무츠오 사건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그런데 너무 길어져서 그 핵심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달이 안되는 느낌이다.

<점성술 살인사건>과 <마신유희>에서도 느꼈지만 이것은 작가의 작품이 보여주는 일련의 패턴이다. 작가는 자신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 작품에서는 너무 과했다. 한마디로 쌈박한 맛이 없다. 쉼없이 몰아대는 사건의 연속과 과거와 현재로 넘나드는 사건들로 인해 몰입해서 읽고 전혀 지루하지도 않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뭐야? 결국 이런 거야? 알맹이없는 쭉정이가 맛있어 그것을 먹고 알맹이는 더 맛있을거라 기대했다가 알맹이가 쭉정이임을 발견한 격이다. 차라리 밀실 사건에 올인을 하던지, 아니면 밀실 사건이 아닌 과거와의 빠른 연계로 움직이던지 했더라면 좀 더 적은 분량으로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남아 <용와정 환상>이라는 작품이 나온다고 한다. 이번에는 미타라이가 등장하는 모양이다. 정작 이시오카는 안나오나? 흠, 그 작품은 좀 간결하고 세련된 작품이기를 바란다. 아무리 할 말이 많았어도 가지치기는 했어야 했다. 쓸데없이 복잡하고 사건만 등장하다 후다닥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미타라이가 등장하지 않으니 작가가 말이 많아진 격이니 원. 그나마 건진 건 이시오카뿐이로구만. 차라리 이시오카 시리즈를 내는 건 어떨지... 더 나을 것 같은데.

어쨌든 결론은 제목이 용와정이라는 용 모양으로 만든 여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지 용두사미(龍頭蛇尾)다. 그래도 용두는 재미있었다. 사미가 안타까울뿐. 용으로 시작해서 용을 쓰다가 용으로 끝이 나긴 했으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생각하련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4-1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목이 멋져요~~ 용두사미를 이렇게 기발하게 쓸 줄 아는 만두님 멋쟁이!

물만두 2008-04-19 16:18   좋아요 0 | URL
제목만 세번 바꿨답니다^^ㅋㅋㅋ

stella.K 2008-04-2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별은 네개네요. 읽을만 한가 봅니다.^^

물만두 2008-04-21 11:11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이니까요. 무엇보다 작가의 용기가 가상했다고나 할까요^^;;;

soyo12 2008-04-20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그렇더군요.
끝이 음.......어투 자체가 바껴서 혹시 번역을 두 분이 했나도 의심하는 중입니다.^.~

물만두 2008-04-21 11:12   좋아요 0 | URL
좀 길어서 그런 것도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