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이시다 이라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죽었다. 누군가 나를 땅에 파묻고 있다. 나는 그걸 보고 있다. 죽어서 나는 유령이 된 것이다. 주인공 준이치의 살해 후 어딘가에 묻히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준이치가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다시 기억을 돌리는 장면을 다음에는 보여준다. 그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준이치가 죽기 2년간의 시간이 죽은 뒤에도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봐도 기억할 수 없는 기억상실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죽인 사람이 누군지, 왜 자신을 죽였는지를 모른다. 단지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을 파묻던 두 명의 얼굴과 자신이 2년 전까지 했던 사업에 대한 것뿐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죽음을 파헤치러 날아오른다.

독특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인간의 원한이란 이래서 질기다고 하는 모양이다. 아니 원한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것보다는 호기심? 의문? 모르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못하는 인간의 천성이 죽어 유령이 된 이에게까지 사건 해결을 하라고 하고 있다. 물론 당연하다. 누군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원인도 모른 채 성불하거나 천국 또는 극락에 갈 수 있겠는가.

재벌가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에게 의절 당하고 그때 받은 돈으로 벤처회사를 돕는 엔젤펀드를 만들어 친구가 운영하는 게임업체 같은 분야에 투자를 했는데 유령이라도 고유의 능력 한 가지는 있다는 다른 유령의 말에 자신이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 있음을 알고 그 기술을 연습해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2년간의 투자 회사를 살피다가 리스크가 큰 무모한 투자를 한 회사를 뽑아 그 회사들을 살피기로 하는데 거기서 자신을 파묻던 일당을 만나 사건을 하나씩 알게 된다.

준이치의 인생도 참 기구하다. 출생과 동시에 어머니를 여의고 좋아하던 여자애는 자신의 친구를 좋아하고 스무 살에 아버지에게 의절당하고 대인기피증까지 있어 변변한 친구 하나 없이 이렇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서 자신은 절대 결혼하지도 아이를 낳지도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자신의 기억에도 없는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고 자신을 살해한 인물들은 그 여자의 목숨마저 노리고 있다. 유령이 되었지만, 자신이 살해당한 이유보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 되어버려 혼신의 힘을 다하는데 유령이라도 아직 시련은 남아 있고 유령 미스터리라도 반전은 남아 있어 눈물 나게 뒤통수를 친다.

제목의 천사를 뜻하는 엔젤은 기업에 투자하는 준이치의 사업을 뜻하기도 하고 준이치가 유령이 되어 날아다니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엔딩부분에 있지 않나 싶다. 천사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또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가 생각나버렸다. 인간이라 인간적인 것이 천사로 포장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선택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죽어도 인간은 인간인 것을. 그리고 죽는다고 그 성격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준이치만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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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 '죽어도 인간은 인간인 것을. 그리고 죽는다고 그 성격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이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

있죠, 만두님 서재 벽지...팥죽이 생각납니다. (꼬르륵)

물만두 2007-12-06 11:1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동지팥죽^^

비로그인 2007-12-06 14:18   좋아요 0 | URL
흐엥..팥죽 달라는 말이었지, 약올리라는 말은 아니었다구욤!
ㅜ_ㅜ....

물만두 2007-12-06 15:15   좋아요 0 | URL
울지마세요. 팥죽배달되면 한그릇 배달해드리고 싶잖아요 ㅜ.ㅜ

비로그인 2007-12-06 18:09   좋아요 0 | URL
그럼, 적립해 주세요.
나중에 만두님 만나면 꼭 얻어먹을테얏! (>_<) 으갸갸갸갸하핫.

물만두 2007-12-06 18:43   좋아요 0 | URL
만나면요^^
근데 저 만나기 쉽지 않을텐데 우짜쓰까요^^;;;

2007-12-06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07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달 2007-12-0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시다 이라도 꾸준히 내는군요 작품 ㅋㅋ

물만두 2007-12-07 11: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