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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은 <사라진 이틀>을 처음으로 읽었다. 작가에게 반하게 된 작품은 <클라이머즈 하이>였다. 그때부터 요코야마 히데오는 내게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으면 당연히 미스터리와 휴머니즘의 공존이라고 말하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어떤 면에서 보면 미스터리보다 인간이 먼저다. 인간 그 자체를 미스터리라고 작가가 생각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또한 미스터리의 균형을 파괴한다 싶을 정도로 그는 인간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다른 미스터리 작품과 그의 작품을 다르게 보게 만드는 그의 힘이다. 그것이 난 좋아서 그의 작품을 읽는다.
동기라는 말은 아주 흔하게 쓰이는 말이지만 이 말만큼 복잡성을 내포한 단어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라는 단편에서는 사건을 일으킨 동기가, <역전의 여름>에서는 살아야 하는 동기가, <취재원>에서는 갈등의 동기가, <밀실의 사람>에서는 사랑의 동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동기들을 각각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동기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셀 수도 없는 동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동기를 우리가 획일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문제겠지만.
그 동기들에서 미스터리가 벗겨지며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인간이 품고 있는 감정들, 인간이 가져야 하는 생각들, 인간이 버리지 말아야 하는 정신들 등등 인간이기에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음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사는 동안 무수한 동기들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의심하게 되는 동기도 있게 될 것이고 단 한순간의 유혹과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떨어트리는 동기에 부닥치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더 좋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는 동기도 생기게 될 것이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동기도 생기게 될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떤 동기가 툭 떨어질지 우린 모른다. 하지만 그런 때가 온다면 나는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만약 나락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동기 하나쯤 가지고 있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내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읽는 이유는 이런 동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