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한 저명한 정신과의사가 자신의 외동딸을 잃어버린 뒤 4년이라는 세월 동안 고통 속에 살다가 별장이 있는 섬으로 가서 새 출발을 하고자 하는데 그 섬에서 자신의 정신병을 치료해달라는 한 여인을 만나면서 기이한 사건은 시작된다.

남자는 여자를 모르지만 그 여자가 아동소설가이자 정신분열증이고 그 정신분열증이 자신의 책 속의 인물이 실제로 나타나는 일을 겪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녀의 마지막 작품 속 주인공이 마치 그가 잃어버린 딸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아서 그는 그 여자로부터 딸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고 다시 사립탐정에게 연락해서 재조사를 부탁한다. 하지만 그 섬에서 그를 잘 알던 시장은 그녀가 위험한 여자니 조심하라고 하고 실제로 그녀가 온 뒤 남자는 점점 자신의 몸이 허약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고 딸은 어떻게 되었을까? 살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탐정의 말대로 ‘희망이란 발바닥에 박힌 유리조각 같아서 따끔거리게 하지만 결국은 피를 보더라도 빼내고 상처를 아물게 해야 한다.’는 즉, 부질없는 희망은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인지 남자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작품은 어느새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남자를 보여주면서 그것이 남자가 하고 있는 이야기임을 알려준다.

마지막까지 작품은 독자를 놀라게 한다. 작가는 정말 독자에게 대단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하면서도 독특하고 반전이라면 기가 막힌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지만 진짜 그런지는 책을 덮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으며 자신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고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자신에게 적용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참으로 힘든 일임을 알고 있기에 독특한 이 작품이 더욱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읽기 전에 헐리우드식의 스릴러를 생각했었는데 역시 독일 작품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이 작품만 보더라도 우리가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여러 나라의 작품들을 접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보석이 어디 숨어 있는지는 보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뒤 거울을 보고 싶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나는 진정한 나를 잘 알고 인정하고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지를 나 자신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모든 사람들이 알 필요는 없다. 자기 자신에게 감추지 않는 것, 스스로를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된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그것만이 어쩌면 유일한 마지막 보루일지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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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9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9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석 2007-08-29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또 읽고 싶어졌어요..ㅜ_ㅜ 언제나 저를 낚는 물만두님의 리뷰.

물만두 2007-08-29 12:29   좋아요 0 | URL
이 책 강추합니다^^

비로그인 2007-08-2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라피가 언젠가부터 아주 친근한 단어가 되었네요.

물만두님께서 추천하시는 책, 저도 읽어볼래요.

물만두 2007-08-29 14:32   좋아요 0 | URL
아로마테라피가 생각나죠^^

비로그인 2007-08-2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영화. 예전에 TV에서 선전할 때 재밌겠다고 생각했던 건데.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군요. 덕분에 생각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디오로 나왔을까나..있으면 봐야지.

물만두 2007-08-29 19:19   좋아요 0 | URL
그 영화의 원작인가요? 그거랑 같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얼핏 홍보만 봤거든요^^;;;

비로그인 2007-08-29 21:48   좋아요 0 | URL
내용을 보아하니 원작이 맞는 것 같은데요.
아아, 비디오 나왔을까 싶어서 대여점에 갔는데..아직이라네요.=_=

물만두 2007-08-30 09:5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보시면 감상 올려주세요^^

순오기 2007-08-30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 뒤 거울을 보고 싶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나는 진정한 나를 잘 알고 인정하고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지를 나 자신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이 말, 참 멋지네요~ 책은 안 읽어봐서 모르지만.....

물만두 2007-08-30 09:49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프레이야 2007-08-30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멋진 리뷰에 독일 추리소설의 남다른 감동이 담겨있네요. 그렇군요.
여러나라의 작품을 접해야 한다는 것,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흐린아침이에요.
시원합니다. 가을이 옵니다.^^

물만두 2007-08-30 09:50   좋아요 0 | URL
네, 가을이 오네요.
다른 나라 작품도 많은데 너무 편중되는 것 같아서요^^:;;

비로그인 2007-11-1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말 까지 말해버리다니...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물만두 2007-11-10 17:01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결말 얘기한 거 아닙니다.
제가 결말을 얘기했다면 제목과 목차가 벌써 말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