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릭하며 호러적인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원초적인 사랑,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 추억으로 간직한 사랑, 자신의 영혼까지 함께 하는 사랑, 그리고 인간임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랑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다양한 사랑들 속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되고 가슴 아픈 슬픔도 느끼고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과연 사랑한다면 이럴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취한 기분에 잠기기도 했다.

 

<영혼을 찍는 사진사>는 젊은 나이에 죽은 여동생을 사진으로나마 간직하고 싶은 언니의 마음, 그런 사람의 나약한 심리를 파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표지에 한 여자가 눈을 감고 있다. 빨간 구두를 신고. 아마도 그녀가 눈을 뜬다면 빨간 꽃잎 같은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떨어진 꽃잎은 아마도 그녀가 잠깐 눈을 떴을 때 흘린 눈물이리라. 기왕이면 드레스를 약간 분홍색으로 해줬으면 이 단편과 딱 어울렸을 텐데 그것이 아쉽다. 첫 단편에서 독자를 확 사로잡는다.

 

<유령소녀 주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살한 소녀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외롭게 혼자 방황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자살하기 전과 다름없이.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자살을 선택한다. 하지만 자살 이후의 나날들이 이전의 삶보다 더 괴롭다면 산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단순히 이야기하고 누군가 내게 아무 이유 없이 미소지어주는 그런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아마 지금을 사는 사람들도 잘 모르지 않나 싶다. 그런 분들은 이 단편을 보시길. 주리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레이니 엘렌>은 어쩌면 기리노 나츠오의 <그로테스크>의 소재가 되었던 그 사건을 단편으로 구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쓰리라... 축제를 하자는 말인가? 인생을 축제로 만들고 축제를 벌이다 가고 싶었다는 말일까?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마쓰리 합시다.’ 지치고 고단한 삶에서 진짜 마쓰리 한번 하지도 못하고 가는 인생이라면 너무 허무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나는 마쓰리하고 갔노라고 너도 마쓰리하느냐고, 네 삶에 마쓰리가 있냐고 묻는 것 같은. 둥둥 떠다니는 풍선들을 보며 저 풍선이 더 행복할까 내가 더 행복할까를 고민하는 인생이라면 진짜 자신만의 괜찮은 마쓰리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 단편이다.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이 작품집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 같은 작품이다. 편견은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것을 극한까지 끌고 가고 있다. 하지만 전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건 개인에게 달린 문제이므로.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는 몽환적인 작품이다. 달의 물만 먹고 자라 점점 인간의 모습이 되어 가는 월성인이라... 그 달에서 온 공주님은 언젠가 달의 고요의 바다에 가고 싶어 한다. 소년은 공주님께 그러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듯, 인간의 마음도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사랑한다고 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다섯 편 모두가 빠지지 않으면서 각기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나 공포물을 좋아하는 독자,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편집이다. 만족할 수 있는 사랑이 없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인간이 없다. 작품들이 말을 한다.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욕심을 버린다면 산다는 건 어쩌면 멋진 것이 될지도 모른다고. 이 역설적 울림을 안고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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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5-1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재미있나봐요. 저도 관심 가졌다가 서점 가서 표지 보고 깨는 바람에-_-; 주문 안 하고 있었는데.. 만두님이 별다섯개 주셨다면 당장 주문해야겠네요. ^^

물만두 2007-05-1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호러보다 추리적인 첫 작품이 좋았고 단편이 빠지지 않고 매력적이더군요^^

도넛공주 2007-05-1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미스터리로 풀었을지 궁금하네요.만두님 늘 좋은 감상 감사드려요.

물만두 2007-05-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공주님 만화같은 이야기 아닌데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