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한 사내가 있다.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한 한 사내. 그의 일과는 그저 하루 종일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 강가로 돌아오는 물고기 숫자를 세는 것, 그리고 이따금 그가 가진 특유의 관찰력으로 이상한 사람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이를테면 한 남자가 유치원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을 목격한다. 느낌이 좋지 않다. 그래서 사내는 유치원 교사에게 그 일을 얘기한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막 출소한 아동 성폭행범이었다는 식이다. 이 사내가 왜 이렇게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무런 하는 일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일까? 이 첫 부분부터 내 눈길을 프랜시스는 사로잡는다.

 

그것은 사내가 정신병을 앓았고 지금도 완치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혼자 살 정도는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예전에 있던 정신병원에서 초청장이 온다. 이제는 사라지고 유물로 남을 곳에서 예전에 그곳에 있던 사내를 기억하고 초대를 한 것이다. 사내는 그곳으로 가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사내에게 그때 그들이 겪었던 일을 쓰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사내는 공책도, 원고지도 없이 벽에다가 이 십여 년 전 그때 사내가 겪었던 일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벽, 하필이면 사내는 벽에다 글을 쓰면서 고통스런 기억에 약도 챙겨먹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고 거의 잠도 자지 않으며 그때로 돌아가고 다시 돌아와 몸부림친다. 벽은 그곳,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단절시키는 상징이자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소리들, 천사와 완전한 결별을 의미한다.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프랜시스는 그곳에 가자마자 바닷새로 불리고 소방수 피터와 친구가 되고 자신을 클레오파트라라고 생각하는 클레오와 자신을 나폴레옹이라고 주장하는 나폴레옹과 사악한 악마를 찾아내야 한다며 새로 들어오는 인물들마다 사악한 악마라고 몰아붙이는 꺽다리를 만난다. 또한 그곳에는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고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 모두를 저마다의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들 사이에 정신병자로 위장한 살인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그들은, 심지어 의사와 심리치료사들도 알 수 없었다. 한 수습 간호사가 살해되자 꺽다리가 용의자로 체포되지만 그 뒤 루시라는 검사가 그 사건은 밖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임을 주장하며 소방수 피터와 프랜시스 바닷새를 조수로 범인을 찾아내려고 한다.

 

문제는 그들, 루시와 피터는 소위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는 점에 있었다. 반면 그곳에 어울리는 프랜시스는 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감지하지만 그들은 프랜시스가 정신병자라는 이유로 그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고 일은 점점 살인범의 뜻대로 움직이고 그들은 마치 그가 조종하는 인형들처럼 그에게 놀아나 그의 의도에 접근하게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정신병을 앓고 있는 프랜시스의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며 치밀하게 쓰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정신병원에서는 누가 가장 잘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인물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흔적을 알 수 있고 특히 프랜시스의 정신을 잘 묘사했다. 그의 생각과 그의 느낌과 그의 불안과 그의 두려움, 그리고 그의 투쟁을...

 

이 책을 읽고 나면 과연 어디가 더 안전한지에 대해, 누가 더 사악한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은 정신병원의 안과 밖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신병원이 더 불행하고 불안하고 안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정신병을 앓는 사람보다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머리 좋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잡혔을 때 편히 쉴 곳으로 선택하는 곳이 정신병원이라는 점도. 그러므로 우리가 프랜시스보다 더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귀에서 누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 들린다는 사람이나 자신을 위인으로 여기는 인물, 자신의 생각 속에서만 사는 사람들 그들은 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깥세상에는 얼마나 의도적이고 계획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가 보라. 어쩌면 그들이 아닌 우리가 거대한 정신병원에 격리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것보다 독특한 소재의 스릴러라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정신병원에서 살인자를 잡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신병자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프랜시스 바닷새라는 매력적인 화자를 통해 그가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단순한 스릴러로서의 느낌보다 세상이 다르게 보이게 될지 모른다. 그가 쓴 한 벽면 가득 쓴 글은 한 사내의 고백이자 우리에게 그날 밤 이후 외치고 싶었던 어떤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찌되었든 우리의 바닷새는 유일하게 우주로 날아 오른 유일한 정신병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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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3-1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 그 방송 봤어요. 방송에 나온거였죠? 심리적 묘사는 어렵지 않아요. 바닷새의 심리묘사가 주를 이루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묘사도 잘 묘사하고 또 나름 독자가 짐작하게 만들었더군요. 이 작품 매력적입니다. 특히 주인공 프랜시스가 참 마음에 드는 인물입니다. 읽어보세요^^

짱꿀라 2007-03-2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언제나 만두님의 리뷰를 읽으면 재미가 있습니다. 독특한 소재라고 소개시켜주시니 한 번 읽어 봐야 할 것 같은데...... 우선 보관함으로 들어갑니다.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7-03-20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재미있으셨다니 감사합니다^^ 호객성공입니다~

비로그인 2007-03-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자꾸 책 사게 만드시는군요.

물만두 2007-03-2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난책님 호객만두의 의무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