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모중석 스릴러 클럽 6
딘 쿤츠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누군 줄 알아? 나는 남편이야!’작품 속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랑과 결혼을 한번쯤 꿈꾼 자들과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 전에 남자들이 하늘의 달과 별도 따 주리라 생각하거나 그런 말을 듣고 황홀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니 남편이 잡은 고기에 떡밥 주는 거 봤냐고 하더라는 말에 실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그런 남편이 있다. 아내가 납치를 당했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그들은 길 건너 사람을 쏘아 죽이며 자신들의 진지함을 나타낸다.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한다. 남편에게는 결혼을 했을 때의 맹세만이 남았고 그 맹세를 지킬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만이 남는다. 졸지에 정원사에서 아내를 구해야 하는 냉정한 람보가 되어버린 소시민인 남편,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내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어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헐리우드 영화 같은 스타일이다. 전혀 사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로맨스 소설을 보며 근사한 로맨스를 꿈꾸듯 이 작품을 보며 세상에 이런 남편 한 명쯤은 있어야 아내들이 살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내가 물에 빠졌다. 남편은 수영을 못한다. 이때 그가 어떻게 하기를 우리는 바랄까? 수영 못하는 남편에게 그래도 아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라고 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아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자신이 수영을 못한다고 바라만 보는 남편을 보면 한심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다 함께 죽었다는 기사라도 나면 미담이라고 방송에 소개가 될 것이다.


이런 모순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비이성적인 감정 때문에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이 되지 못했다. 결론은 너무 쉬워서 아니 무슨 스릴러가 이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에필로그에서는 딘 쿤츠가 이런 글을 썼단 말인가? 탄식하게도 된다. <와처스>만 봐도 딘 쿤츠가 이 작품을 통해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혹 로맨스 작가에서 미스터리 작가로 바꾼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더라면 그래도 적절하게 로맨스도 표현하고 참 잘 썼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작품이 딘 쿤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면들이 스릴러라는 장르를 떠나서 요즘 탄탄한 구성과 신경을 자극하는 소재와 기막힌 반전을 갖춘 작품들보다 더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스릴러적인 통찰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기본적으로 갖게 되는 이름들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조금 자라서는 형제, 자매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고, 친구라는 이름도 가지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는 애인이라는 이름과 결혼을 하면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을, 아이를 낳게 되면 부모라는 이름, 더 나이가 들면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이름을 갖는다.


우리는 이런 이름들에 걸맞게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인간이 살아가는 최소 단위인 가정, 그 가정의 최소 단위인 부부 사이에 얼마만큼의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죽을 만큼 사랑하느냐는 진부한 물음을 우리는 이제 잊어가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깊은 마음속에서는 이런 사랑을 아직도 원하고 있으리라.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을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느냐고,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느냐는 극단적인 질문에 서슴없이 ‘네’라고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것을 아직까지 상대방에게 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볼만한 것이다. 스릴러로서의 가치보다는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이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 때문에. 지금 아내와 남편이 이 작품을 같이 보면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처음 그 사랑의 시작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스릴러는 사랑이다>라는 카피에 부족함은 없는 작품이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12-1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 옆길로 많이 샌 것 같은 느낌이죠^^;;;
속삭이신님 오모나~ 네~

2006-12-15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15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친아이 2006-12-1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딘 쿤츠...처음 봐요. 확 당기지는 않네요.
책보다 만두님 리뷰가 더 괜찮은 거 아니에요? ^^

마노아 2006-12-1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물만두님 독서 목록에 별 다섯이 드물어요^^;;; 다들 2%씩 부족한가 봐요. ^^

물만두 2006-12-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별말씀을요^^;;;
별언니 확인했어요~
참, 켈님 확인하고 못알려드려 죄송합니다^^;;;
거친아이님 그건 읽어보시고 판단하세요^^ 의외로 잔잔하니 괜찮아요^^ <단 한번의 시선>이 아내편이라면 이 작품은 비교해서 읽을만한 남편편이 될 것 같네요^^
마노아님 스릴러로써 보자면 5개는 좀 무리다 싶어서요^^;;; 부족한 건 아니고 별점의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stella.K 2007-01-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신문에 이 사람 작품을 다룬 기사를 봤지요. 물만두님 리뷰 생각이 났습니다. 함 읽어보고 싶구랴.^^

물만두 2007-01-0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통 신문을 안보는지라... 한번 보세요. 볼만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