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마르슬랭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비행기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 대도시에 사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르네가 떠난 뒤  마르슬랭은 다른 친구를 사귀긴 했지만  르네라토를 잊지 않았고 자주 그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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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순간이 지나고 나자 승객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안도감과, 그리고 허탈감 때문이었다.
한결같이 넋이 빠진 얼굴들을 한 채 다들 멍청하게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막 끔찍한 비극을 모면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나자 그들은 비로소
수런대기 시작하였고, 그러자 하나둘 화를 터뜨렸다.
화살은 당연히 운전사에게로 날아갔다.

"무슨 놈의 운전을 이 따위로 하는 거요?"
감색 점퍼때기를 걸친 남자 하나가 중간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앞가슴께서 무슨 전자회사라는 글씨가 주황색 수실로 박혀 있었다.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 하나는 울림이 썩 좋았다.

"어떻게 된 거요? 당신 말이야. 방금 졸았지? 졸음운전 한 거 아니오?
이런 식으로 차를 모니깐 밤차 타기가 무섭단 말이야!"

그러자, 그보다 두어 줄 앞쪽에서 몸집이 부대한 중년여인이 잔뜩 부어터진 목소리로
볼멘 소리를 하였다.
어디다 호되게 부딪친 듯 그녀의 얼굴 한족이 온통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이거 봐요, 운전사 양반! 우릴 숫제 떼죽음시킬 작정이라두 했수?
어째 요렇게 베라먹게스리 차를 몰아요 글쎄?"

운전사에게 화를 내고 힐난하는 소리들이 잠시 더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러나 분위기는 곧 누그러졌다.
점잖은 충고가 뒤를 이었던 것이다.

"잠자다가 고스란히 황천길 갈 뻔했쟎나 말이야. 이보슈, 기사 양반!
지금부터라두 사알살 좀 몰아요.
어차피 밤새우며 가기로 작정한 거, 괜시리 서둘 거 없쟎수? 안 그렇소?"

등산모에 카키색 파카 차림의 사내였다.
4번 좌석, 그러니까 오른쪽 창가 두번째 자리에서 곤하게 잠들어 있던 그는 급제동의
순간에 상체가 앞쪽으로 튀어나간 나머지 자칫 1번 좌석의 아가씨 위에 앞어질 뻔했었다.

생각하면 참으로 묘한 자세를 연출할 뻔하였으므로
지금도 귓불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판이었다.
말을 내뱉고 나서도 그는 연신 민망스런 속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쨌거나 우리 참 낭패볼 뻔했소." 충격 때문에 챡간 쉰 듯한 음성으로 노신사가 말했다.

"이보시게, 기사 양반! 제발 과속허지 말고 천천히 가세.
길바닥도 미끄러운 거 같은데 혹 실수허면 어찌겠나?
뭣보담 안전 운행 제일주의로 가세나."

이런 상황이라면 마땅히 사과나 변명 한마디쯤은 있어야 할 운전사는,
그러나 시종 묵묵부답이었다.

승객들은 굳었던 입을 풀어 저마다 한두 마디씩 내뱉었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내는 도무지 이렇다 할 반응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승객들은 그 점을 시비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가려서 따질 만큼 차분한 마음일 수가 없었다.
얼마나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는가!

지옥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등골에서 살얼음이 서걱거리는 기분이었다.
승객들은 운전사를 상대로 잠시 화를 내고, 심야 운행의 위험을 지적하고,
안전 운행을 간곡히 당부했을 뿐, 그리고는 이윽고 잠잠해졌다.

한바탕 소동이 가라앉고 나자 맨 마지막에 남은 것은,
그러나 어쨌든 살아남았다는 사실의 소중함이었다.

승객들은 그제야 안도감 속에서 그것을 오롯이 깨달았고,
그래서 각자 조용히 침잠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사실이 그랬다. 어쨌거나, 살아남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자질구레한 사건 사고들은 그만두고라도, 툭하면 대형 참사가 터지곤 하는 세상 아니더냐.
믿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제 하나도 없었다.

세상은 지금 대란 중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발 둥개고 앉아 있을 수만도 없는 게 또한 사람 사는 형편이다.
그날 운수에 맡기고 쏘다닐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결국,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자신만은 억세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그저 행운만 바랄 뿐.
그런데 지금 막 그 행운을 확인한 게 아닌가!
승객들 사이에는 은연중 감사 감동의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저 노부인의 얼굴은 어느새 온화함을 되찾았고,
노신사의 표정에는 자신 운명에 대한 깊은 신뢰감이 내비쳤다.
저 중년여인은 앞가슴에다 두 손을 경건히 모아쥐고 있었다.

이처럼 변해버린 분위기 탓에 승객들은 지극히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그들을 실은 버스가 여전히 과속 중임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
운전석을 차지하고 앉은 사내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단 한마디 사과의 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점이 더 중요한데, 그 이후에도 전혀 조심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그는 등뒤의 승객들을 단 한 번도 돌아본 적이 없었다.
백미러 쪽으로 눈길을 던지는 일도 역시 없었다.
짐꾼처럼 튼실한 두 팔로 핸들을 감싸듯 움켜잡은 채,
전조등 불빛이 긴 터널을 만들고 있는 전방의 어둠만 묵묵히 내다보며
속도를 점점 더해가고 있을 따름이었다.

여전히 가랑비가 뿌리고 있었고, 길은 미끄러웠다.
그리고, 굽이굽이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마도 들판을 가로막고 우뚝 솟은 산줄기 하나를 버스가 이제부터 타넘을 모양이었다.
우람하게 뻗어나간 겹겹의 능선들이 어둠 속에서 어렴풋하게 드러나 보였다.
버스는 겉보기만큼은 새 차가 못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거칠게 몰아세우는 주인 때문에 늙은 짐승처럼 금방 헐떡거리기 시작하였다.
오를수록 골은 깊고 영은 높았다.

버스는 진한 물개똥 같은 매연을 뒤꽁무니로 줄줄 흘리면서 가파른 길을 힘겹게 기어올랐다.
골짜기를 몇굽이 돌아 산중턱쯤 다다랐을 무렵에는 차의 진동과 소음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계속 무리하게 밟아 댄다면 머지않아 덜컥 멎어버리거나 아니면,
과열로 폭발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운전사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 4편에 계속 됩니다. ===============



음..이제 이야기가 점점 위기로 올라가네요~

난폭해지는 심야 고속 버스 운전사의 운전.
그는 왜 그럴까요?
그는 화가 났던 걸까요?

까닭없이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해본 적이 있나요?
그것이 직접적인 폭력이든 언어 폭력인든, 시선의 폭력이든 말이죠.

가해자일수도.. 피해자일수도 있는 내 주변을 일단 점검해 봅시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죄는 '무심'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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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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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날 그들에겐 슬픈 이별이 찾아왔습니다.

르네라토가 먼곳으로 이사를 가 버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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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말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들은 짖궂은 장난을 하며 놀기도 했지만 또 전혀 놀지 않고도, 전혀 말을 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전혀 지루한 줄을 몰랐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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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ven 2004-02-1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아직 마지막 한편이 남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