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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올 에이지 클래식
낸시 가든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1월
구판절판


누군가와 아주 가깝다고 느껴 본 적이 있는가? 너무 가까워서 그 사람이 왜 나와 다른 피부, 다른 몸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던 적이 있는가? 그 날부터 그런 느낌이 시작됐던 것 같다.-122쪽

내 안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 같았다.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떤 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이건 옳지 않아. 너도 알잖아. 이게 잘못되고, 나쁘고, 죄악이라는 걸."
다른 소리도 들렸다.
"어느 것도 온전히 옳고, 자연스럽고, 진실된 것은 없어!"-125쪽

이런 그리스 전설이 있다. 아니, 플라톤이 말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연인은 원래 같은 사람이었는데, 반으로 갈라진 것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았을 때 비로소 그들은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모든 사람들은 다 짝이 있는데, 그 짝이 남자와 남자일 수도, 여자와 여자일 수도, 또 여자와 남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반쪽을 찾아 온전하게 된 한 쌍의 인연(오역이지 싶다. 인연->연인)이 신들과 전쟁을 하게 되었다. 신들은 그들에게 벌을 주려고, 두 패로 갈라 놓았다. 한 패는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패는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154쪽

나중에 선생님이 말해줬는데 목이 쉬어서 한 번은 담배를 끊으려 했다고 한다. 합창을 하는 선생님으로서 당연히 담배가 나쁘고, 토론회를 이끄는 지도자로서도 안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무게가 많이 늘고,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나, 자신에게나 차라리 담배를 피우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175쪽

하지만 그 날, 두 분은 아주 오랫동안 같이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나눠서 소유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집에서는 아주 오래 된 신발 한 켤레 같아 보였다. 비록 낡아서 떨어지고 닳았지만, 불편하지 않게 한 상자 안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짝 같았다.-176쪽

도서관에서 그런 책을 찾았을 때, 마치 우리는 그 곳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동성애자들의 신문과 잡지도 샀다. 동성애자들에 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나의 일부가 그 사람들과 만나는 것처럼 느껴져 무서울 정도였다.-192쪽

"리자, 우리 그러지 말자. 책 살 때 겁내지 말자. 창피해하지도 말고, 비밀 책장에 숨겨 놓지도 말자. 이건 정직하지 않아. 옳지도 않고. 그건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거야. 이 분들은 나이가 많아서 어쩔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리자, 나는 감추고 싶지 않아. 내 생애의 가장 소중한 것과 내 자신을."-206쪽

"우리 더 이상 다른 사람인 척할 필요 없을 것 같아. 더 이상. 안 그래, 리자?"-214쪽

"너희는 우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스티븐슨 선생님이 부드럽게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다 해도, 제발 이것만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사람들의 무지한 반응 때문에 절대로, 절대로 너희를 자책하지 마라."
위드머 선생님이 말했다.
"무지가 이기게 놔 두지 마. 사랑이 이겨야 해."
스티븐슨 선생님이 말했다.-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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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색깔 높새바람 19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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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완전한 세계의 색깔들을 볼 수 있지. 그 대신에 불완전한 세계에서의 너의 색깔들을 잃어버렸어. 네가 보고 네 안에 담았던 색깔들을 말이다. 색깔을 잃은 기억들은 살아 숨쉬지 못하지. 색깔과 함께 기억도 잃는 거야. 그 색깔들을 모두 잃어버린다면, 너는 네가 아니게 된단다.-158쪽

그렇게 질문이 많다는 것은 아직 네 안에 불완전함이 남아있다는 증거일 테니까.-234쪽

타오르는 색은 얼음을 녹이고 가라앉는 색은 물을 가르고 흐르는 색은 바람을 잡는다.-252쪽

"아무도 화나게 만들지 않으려면 아무 일도 안 하면 된다."
"그럴 순 없어요."
"그렇다면 누군가는 네가 하는 그 일 때문에 괴로워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여라."-341쪽

붓에 묻은 물감이 다 칠해졌을 때, 거의 투명해진 엄마의 모습은 색바람처럼 하나의 색깔로 뭉쳤다. 그 색깔 한 줄기는 아진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어 왔다. 뜨겁고도 차가운 느낌이 가슴에서 번졌다. 아진이 몸을 움츠린 순간, 아진이 색을 칠하던 종이가 쑥쑥 넓어지고 커지면서 색채의 뜰을 뒤덮었다. 잃었던 아진의 색깔들이 돌아와 그 위에서 춤추듯 움직였고 엄마가 남기고 간 색깔은 그 모든 색깔과 섞였다.

(...) 종이가 작다면 슬픔의 색깔이 종이를 채워 아진을 계속 울게 만들겠지만, 아진의 불완전함이 바탕이 된 그 종이는 한없이 넓어서 앞으로 칠해질 많은 색깔들을 위해 비워져 있었다.-517-518쪽

"우리가 아무도 모르는 색깔의 소식에 흰 옷을 입는 것은 이 색깔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야. 너무 많은 것들이 왜곡되어 버렸지. 흰색은 가장 낮은 곳의 색깔이야. 흘러 들어오는 색깔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꾸나."-521쪽

완전한 세계의 우리는 네가 닿은 그 싶이를, 넓이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막연하게 짐작만 한단다. 불완전해진다는 것은 끝없는 가능성을 얻는 일이겠지. 그 중에는 아주 슬프고 괴롭게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걸 넘어설 때 알게 될 기쁨과 희망의 가능성도 있겠지...-526쪽

"색채나라는 한 번은 불완전해졌어야 하는 거였소. 비틀어졌던 것들을 되잡아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거지. 이것이 과연, 불완전한 세계와 우리의 관계로군."-5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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