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고대사에 대한 꾸준한 공부를 통해서 배운 위대한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군주의 통치를 논하고 그것에 관한 지침을 제시”한다. 군주는 “운명(fortuna)”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역량(virtu)”을 발휘하여 “무장한 예언자”가 됨으로써 새로운 국가를 설립하고 권력의 확고한 토대를 유지할 수 있다. 이때 군주에게 필요한 것은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을 행해야 한다고 고집하는”것이 아니라 “상황의 필요에 따라서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을 배워”서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번영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론이나 사변보다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마키아벨리는 “과장된 구절이나 고상하고 화려한 단어, 그리고 그 어떤 다른 수식이나 외양상의 장식을 하지 않”고 마치 “국가의 지도를 그리는 자들”처럼 객관적인 관점에서 <<군주론>>을 기술한다. 그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 결코 존재한 것으로 알려지거나 목격된 적이 없는 공화국이나 군주국을 상상해 왔”음을 지적하면서 고대사상과의 단절을 시도한다. 그리고 현실 속의 “인간은 거의 항상 선인(先人)들의 행적을 따르며 모방을 통해서 행동하기 때문”에 성공한 군주가 되는 방법에 관한 실제적인 논의를 위해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인물들의 사례를 인용한다”.
그가 인용하는 위대한 인물들의 사례는 “모세, 키로스, 로물루스, 테세우스”로 이들은 모두 “행운 또는 타인의 호의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에 의해서 군주가 된 인물들”이다. 이들이 국가를 세우고 “각자 자신이 만든 새로운 정치질서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에게 “믿지 않았던 자들에게 믿게끔 할 뿐만 아니라 …… 믿었던 자들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수단은 무력과 설득력이라는 군주의 역량으로 군주가 이 두 가지 역량을 모두 갖추고 “무장한 예언자”가 되면 “강력하고 확고하며 존중받는 성공한 지도자로 남아 있게” 된다.
“무장한 예언자”가 된 군주는 전통적으로 미덕이라고 여겨져 온 “모든 성품을 실제로 갖출 필요는 없지만, 갖춘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실제적인 상황에 따라 외양상 미덕으로 보이는 군주의 행동이 공동체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며, 또한 그가 현명한 군주라면 “그 자신이 미움을 받거나 경멸을 받는 일은 무엇이든지 삼가야”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군주가 자신의 권력을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악덕 없이는 권력을 보존하기가 어려운 때에는 그 악덕으로 인해 악명을 떨치는 것도 개의치 말아야”한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전통적인 관점을 버리고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실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탐구하여 <<군주론>>이라는 새로운 정치 매뉴얼을 작성한다. 국가를 설립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매뉴얼에 의하면 정치에서는 도덕이 더 이상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단지 목표달성에 필요한 효과적인 수단일 뿐이다. 도덕마저 수단으로 이용할 것을 권고하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이 당대에는 물론 오늘날에도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사실상 이것이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정치라는 “사물의 실제적인 진실”’에 대한 정확한 반영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