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의 너를 바꿀 수만 있다면
한새마 지음 / 한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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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돌릴 틈조차 없이 몰아치는 전개와  놀라운 반전.  책 <결말의 너를 바꿀 수만 있다면>은 몰입감이 최고였다.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를 살리기 위해 육체적 한계까지 뛰어넘는 수강의 처절한 몸부림.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는 주인공을 보면서 결국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주인공 수강은 원래 육상부 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정도로 운동을 사랑했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척수성 근육위축증이라는 병을 진단받은 후 그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막대한 치료비로 인해 부모님은 엄청난 빚을 지게 되고, 이제 미래가 없다고 느낀 수강은 몇 번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게 된다.



결국 부모님은 수강을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그를 심리 요양원 에 보내기로 한다. 이제 그곳에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게 될지 모르는 상황. 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으로 정체불명의 링크가 날아든다. 호기심에 링크에 접속한 수강은 충격적인 영상을 보게 된다. 한때 짝사랑했던 고등학교 친구 현서가 낡은 의자에 결박된 채 피를 흘리고 있었던 것.



모범생이었던 현서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3년이나 지난 지금, 왜 하필 수강에게 이런 영상이 전달된 것일까? 마음속에 한가득 궁금증을 안은 수강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데….....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 요소는 역시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는 설정’이 아닐까 싶다. 3년간 제대로 연락조차 하지 못했던 친구가 끔찍한 상황에 놓인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몰입감을 일으켰다. 여기에 현서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단 12시간뿐이라는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심장 쫄깃한 긴장감이 더해진다. 이를 악물며 사건을 추적하는 수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함께 이를 악물게 된다.



그리고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불안감을 느꼈다.. 성치 않은 몸으로 계속 위기에 몰리는 수강. 그러나 그는 절망 속에서도 위기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마치 하나뿐인 아들을 적진에 보낸 장수의 심정이랄까? 현서를 구하는 것은 둘째치고 제발 더 큰 위험에만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짐작조차 할 수 없던 복잡한 실타래는 이야기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죽어가는 현서를 구하겠다는 수강의 절박한 노력은 또 다른 친구 재호가 준비해 놓은 디지털 기술과 만나면서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숨겨져 있던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가며 퍼즐을 완성해가는 수강.  그런데 이 작품은 놀라운 반전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준비해두고 있었다는 사실!! 독자들은 연이은 반전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면서도 한 편의 청춘 드라마처럼  다가왔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가능성과 연결이 존재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해결의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  친구를 살리기 위한 수강의 사투는 동시에 무너져 가던 자기 자신을 살리는 과정이었던 것! 박진감과 흡인력을 모두 갖춘 몰입감 높은 추리소설 <결말의 너를 바꿀 수만 있다면>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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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 - 2026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오브리 하트먼 지음, 마르친 미노르 그림, 황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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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존재는 영원히 한 계절만 살 순 없어.

영혼이 성장하려면 변화가 필요해!”



죽은 영혼들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죽다 만 여우 클레어와 우연히 그에게 닿게 된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오소리 생강 촉새와의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 <죽은 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 죽음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이기에 다소 스산한 느낌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러나 죽음뿐만 아니라 외로움, 학대, 자기혐오와 상실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두움도 다루기에 매우 입체적인 이야기라 느껴진다.



주인공 클레어는 어린 시절 로드킬을 당해서 저승길 목전까지 간 여우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간택을 받아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로 갈 곳을 찾지 못한 영혼들을 사후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저승은 평화계, 쾌락계, 발전계, 고통계라는 네 개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영혼들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으로 간다. 그러나 가끔 고통계로 가야 할 악독한 영혼들이 반항하면서 클레어를 괴롭게 하기도 한다.



클레어는 자신의 외모를 좀 부끄러워한다. 사고로 인해 흉측해진 외형을 외알 안경이나 벨벳 코트 등으로 최대한 가린 채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킨 상태로 조용히 살아간다. 물론 자신을 이 길로 이끌어준 늙은 흰 여우 브릭베인이 절대로 죽은 나무숲을 벗어나선 안된다고 경고를 하긴 했다. 그러나 어쩄든 외로움을 장착한 채 타인의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서 짙은 고독도 느껴졌다.



그런 조용한 클레어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존재가 바로 ‘생강촉새’라는 기묘한 이름의 오소리 영혼. 산만하고 덜렁대는 이 오소리 영혼은 저승으로 보내는 족족 돌아온다. 영혼들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생강촉새를 위해서 큰마음을 먹은 클레어는 예언자를 찾아 고사리빛 숲으로의 모험을 떠나게 되고 거기서 오소리가 왜 어떤 세계에도 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엄청난 비밀이 드러나는데.....



착한 친구들이 서로 아껴주는 우정은 언제나 반갑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이 바로 클레어와 오소리의 관계. 처음에는 생강촉새를 귀찮아했던 클레어는 점점 이 발랄하고 엉뚱한 존재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알고 보면 둘 다 삶에서 얻은 깊은 상처라는 공통점이 있다. 클레어는 어릴 때 어머니에게 버려졌고 생강촉새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과거가 있다. 상처받은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구원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진짜 말이 필요 없다. 이 책은 꼭,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내 말은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선사하는 상상의 세계는 놀랍도록 풍부하고 다채롭다. 주인공들의 우정은 웃기면서도 사랑스럽다. 그러면서 또 가슴 한구석을 먹먹하게 하는 슬픔과 외로움을 전달하는 책이다. 죽음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너무나 따뜻하고 다정한 책 <죽은 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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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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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외면하는 대가로 유지되는 기괴한 낙원,

우리는 이 거대한 거품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책 <보이지 않는 것들>은 읽는 사람의 배꼽을 잡는 소설이다. 마치 스탠드 업 코미디 무대에서 한 개그맨이 사회와 정치를 대놓고 조롱하고 풍자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뉴로어노크라는 가상의 세계가 지닌 사회적 모순과 정치적 분열 등을 아주 우스꽝스럽게 비틀면서 독자들을 웃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가상의 세계 ‘뉴로어로크’는 낯설기보다는 어딘가 익숙하게 다가온다.



줄거리를 말하자면, 인류 최초의 목성 유인 탐사선인 SS 딜레이니 호에 오른 사회학자 날리니 잭슨. 뛰어난 관찰력과 비상한 지능을 가진 그녀는 우주선 안의 승무원들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최고의 엘리트라 불리는 이 사람들은 밥 일당과 드웨인으로 대표되는 유치한 파벌싸움과 정치질에 몰두한다. 한편 지구에서는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납치된 전 부인을 구하기 위해서 체이스는 우주로 향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오래전부터 가끔 상상하던 내 머릿속의 기묘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 세상 전체가 사실은 외계인이 세운 거대한 실험장이나 세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라고 믿고 있겠지만 사실은 거대한 사회 실험 혹은 인류학적 연구 프로젝트 속에서 움직이는 피실험체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자꾸 떠올랐다.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에 지어진 거대한 돔 도시 ‘뉴로어노크’ 이곳은 노골적으로 독실한 기독교가 지배하는 한 미국의 남부 주를 풍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독실한 신앙심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는 곳. 사람들의 신앙심과 불안을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곳. 보이지 않는 힘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안락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침묵을 선택하는 바로 그곳.



이 책이 진짜 재미있는 이유는 우선 인물 묘사가 기가 막힌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갠다고 우주선에서 하던 짓을 그대로 반복하는 인간들. 사람들을 괴롭히고 정치질을 하던 밥과 그의 일당은 ‘뉴로어노크’에서도 권력층과 결탁해 기득권을 독차지하고 언론까지 통제한다. 날리니는 여전히 냉정하게 인간 사회를 관찰하고 아흐메드는 자기 살 길 찾기에 바쁘다. 반면 드웨인은 끝까지 모순과 불의에 맞서며 충돌한다. 결국 배경이 우주든 지구든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웃기면서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들은 희화화 기법과 냉소적 태도를 통해 우리 시대의 사회와 정치를 비판한다. 상당히 깊이 있고 철학적이며 지적인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실컷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엄청난 지식인이 무대 위에서 농담을 던지면서 인간 사회의 위선과 어리석음이라는 민낯을 드러내는 느낌이다.



자신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떤 규칙으로 세상이 움직이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곳 ‘뉴로어로크’ 그러나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책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 힘’ 사람들을 공중에 매달기도 하고 내던지며 공포를 자아내는 이 힘을 사람들은 ‘신의 힘’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이는 사람을로 하여금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침묵하면서 안락한 질서에 머무르기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독재 국가나 종교 단체에서 이런 인간 심리를 잘 이용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과연 ‘뉴로어로크’의 납치된 사람들과 딜레이니 호의 승무원들은 이곳을 탈출하여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읽다 보니 커트 보니것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체를 떠올리게 했단 책 <보이지 않는 것들> 이 소설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정말 자유로운 존재일까?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과연 우리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시 더 거대한 존재가 이미 짜놓은 판 위에서 그동안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매우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SF 소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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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시절
양솽쯔 지음, 문현선 옮김 / 마티스블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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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1938 타이완 여행기>로 널리 알려진 양솽쯔 작가의 소설 <꽃 피는 시절>은 역사소설에 SF적 상상력인 타임슬립을 더해 아주 독특한 분위기의 서사를 빚어냈다. 과거 억압적인 분위기의 타이완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늘졌던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현대의 대만에서 살아가던 여대생 양신이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타이중에서 세력가였던 양씨 가문의 막내딸인 양쉐니, 혹은 쉐쯔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된 신이. 그녀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부잣집 막내딸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당시 대만은 전통과 관습의 힘이 매우 강했고 사람들은 체제와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던 시대였다. 감정이나 자유로운 선택보다는 집안의 질서와 체제 유지가 우선시되는 상황이었고, 특히 여성들은 가문을 유지하기 위한 존재처럼 여겨졌다. 결혼 역시 사랑보다는 철저한 이해관계와 전략 속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사회적으로 더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노골적으로 그려진다. 입양된 딸인 아란 고모나 화류계 출신으로 작은아버지의 첩이 된 추솽관의 모습을 통해 쉐쯔는 점점 깨닫게 된다. 자신의 처지도 결국 그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10년 동안 권세를 휘두르다 보니,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첩실로 사는 추솽관이나 양녀로 사는 아란 고모 같은 사람들. 아니, 틀렸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 나도 또한 그 가운데 한 사람이야.”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 여성들의 연대와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로맨틱한 감정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를 읊어주고 문학을 이야기하며 가까워지는 쉐쯔와 일본인 소녀 샤오짜오의 관계는 본토인과 내지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무색하게 갈수록 깊어진다. 결국 이 둘의 특별한 감정을 모두를 책임져야하는 쉐쯔가 현실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의지처가 된다.



미래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온 어리둥절한 소녀였던 쉐쯔는 현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성장해 나간다. 이 부분은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물론 지역과 시대 등 배경은 아주 다르지만,불합리한 구조 속에서도 여성의 몸으로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이 닮아 있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 작품에서도 다양한 대만 전통 음식들이 등장한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과 상처를 위로하는 존재처럼 묘사된다. 여기에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대저택 ‘지여당’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더해지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100년 전 대만의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소설 <꽃 피는 시절>은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통해 매우 설득력 있고 현장감 있게 한 강인한 여성의 성장 그리고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시대적 억압 속에서 지워졌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내는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100년 전 대만의 고풍스러운 풍경 속에서, 한 소녀가 끝내 자신의 삶을 지켜내려 애쓰는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는 소설 <꽃 피는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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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구 대백과 - 600개 아이템으로 보는 문구 연대기
다쓰미출판 편집부 지음, 김소영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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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음으로 문구를 사랑하는 내게 <일본 문구 대백과>는 대단히 특별하게 다가왔다. 1895년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그때 그 시절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은 문구들이 이 책 안에 총집합되어 있다. 일본 사람들의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작은 ‘문구 박물관’ 같은 느낌도 든다. 글보다는 사진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지면으로 표현되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만년필 문화가 퍼졌고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문구들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용적이고 쓰기 편리해 보이는 제품들도 많지만 내 눈에는 상당히 창의적이고 기발해 보이는 제품들도 많았다. 애니메이션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알록달록한 색감에 장난감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들어간 문구들을 보다 보면 괜히 어린 시절 문방구 앞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기억까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시대별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제품들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보자면 우선 히말라야 원정대가 사용했다는 만년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카트리지 하나로 3만 2천 자를 쓸 수 있었다니! 이걸 만든 사람은 처음에 무슨 생각으로 개발한 걸까? 1960년대 ~ 80년대 문구들은 특히 일본만의 감성이 짙게 배여 나온다. 특히 소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을 지우개가 마음에 들었다. 지우개 안에 숨겨진 투탕카멘과 모아이 조각상이라니... 이거 완전히 방구석 유물 탐험 아닌가?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좀 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문구들이 상당히 보인다. 내가 문구 중에서도 특히 필기구를 사랑하다 보니 각종 볼펜과 만년필 등등 쓰기 좋고 특이한 설정의 필기구들의 향연에 정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91년도에 나온 비눗방울 볼펜에서부터 95년도에 나온 붓글씨를 쓸 수 있도록 만든 자체 설계 펜촉의 만년필 그리고 내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4색 볼펜과 샤프펜슬이 한 몸에 있는 제품까지... 언젠가 손에 넣고 싶은 제품들로 가득했기에 보는 즐거움으로 너무나 행복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손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렇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좋은 문구만 있으면 시간을 일부러 내서 구경하고 쇼핑을 할 정도로 문구를 사랑한다. 아직도 좋은 볼펜과 문구들은 나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것 같다. 아마도 문구류가 불러일으키는 어떤 아날로그 감성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일본 문구 대백과>는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책이었다. 문구 덕후라면 한 번쯤 꼭 펼쳐봐도 좋을 듯하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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