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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평점 :
책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내가 품고 있던 ‘질서 있는 고상한 삶’이라는 선입견을
와장창 깨뜨린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혼란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감기에 걸려 어느 개인 병원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의사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서류가
한가득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나는 속으로 ‘참 정신없는 분이네’
라고 했고 그녀의 삶이 무질서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혼란스러운 겉모습 이면에는
그녀 나름의 질서와 리듬이 있었을 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저자 팀 하포드는 인간이 지나치게 정확성과 통제를
추구하고 기술에 내내 의존하게 될 때 오히려 중요한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동 조종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긴급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던 비행기 조종사들의 사례와
GPS의 잘못된 방향 지시를 철석같이 믿고 바다에 뛰어든
운전자들의 이야기는 기술에 맹목적으로 신뢰하다가
능력을 잃어버린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음악, 교육, 기업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있는
사례들을 쏙쏙 뽑아온 느낌이었다. 특히 영국의 통신 회사
02의 직원 크리스가 고객의 불만에 아주 세련되고
차분한 유머로 대응한 점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아주 즉흥적이면서도 직원 개인의 판단에 의한
일 처리가 제대로 된 해결로 이끌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이외에도 1930년대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정형화되지 않은
놀이터와 형편없는 피아노로 대단히 아름답고 기묘한 연주회를
이끌었던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 이야기도 상당히
독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술이 앞서는 시대, 모든 것을 정리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저자는 그러한
욕망이 오히려 인간의 창의성을 꺾을 수 있고
능력 발휘를 막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내가 굳게
믿어온 기술 중심의 가치관이 흔들렸으나 인간의 잠재력을
새로 발견한 기분이기에 아주 좋은 흔들림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이 책이 ‘대충 살아라’라고 말하고 있지는 않다.
말하자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제보다는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고 실수와 우연도 잘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융통성’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가
중요시해온 ‘질서와 효율’에 과감히 의문을 제기하는 책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계획대로 짜 맞추어진 하루를 살아갈 필요는 없다.
인간은 불완전함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한 책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을 완벽하지 않은 우리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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