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저쪽 도서실에 있는 물건입니다. 보신대로 케이스에 넣는두꺼운 책이고 제법 무게도 있으니까 생각하건데 범인은 저것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습니까? 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략)
"책이 흉기라는 것은 다소 이상하지만, 책등 부분으로 세게 때리면 상당히 큰 타격이 됩니다. 게다가 OOO는 저런 갸냘픈 체격이니까. 여성이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 말을 듣고, 세 사람이 식탁 너머로 슬쩍 눈빛을 교환한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놀람과 낭패를 감출 수 없는모습이었다.
아야츠치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中
책등으로 맞아 죽는 것이 로망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럴리가. 어느 허접한 작가는 그녀의 에세이에서 비극적인 드레스덴 사건을 이야기하며, 자신은 죽을때 책에 깔려 죽겠다고 철딱서니를 떨었는데, 나 역시 책을 아무리 좋아한다고해도 책등에 찍혀 죽는 것이 로망일 수는 없다.
딱히 로망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깝겠지만,
■ 나는 분권을 증오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강력하게 싫은 감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미워하고, 나홀로 불매운동까지 한다. ) 하지만, 상,하권으로 나뉘어 각각 400페이지 정도라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 이해는 해도 싫은건 마찬가지.
■ 나는 책값과 책의 두께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을 경박하다고 생각하지만, (책이 이렇게 얇은데 만원이나 해! 이런 불평들말이다.) 두꺼운 책을 선호한다.
500페이지에서 7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좋아하고, 그보다 더 많이 두꺼운 천페이지 가량의 책이 한권으로 나온다면, 읽는데 어려움을 느낄 것 같아, 그 수준은 나에게 '두꺼운 책'을 넘어서 '무지막지한 책'이다. 예를 들면
이런 책들. (둘다 표지는 꽤 이쁘군)
한권이 아닌 책들을 한권으로 합본해서 나온 것은 팬서비스 차원이였으려나 모르겠는데, 책이 너무 두껍고, 제본과 표지는 허약해서 둘 다 한정판이라던가, 팬서비스로써의 합본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했다.
저런 두꺼운 책이 너덜너덜해지면, 어따 쓰란 말인가. 막말로 무겁기만 하고, 무기로도 쓰기 어렵다.
이런 책들도 있다.
확실히 인문서적을 만드는 곳에서 두꺼운 양장본을 짜임새 있게 만들 줄 아는 것일까. 다치나바 다카시의 이 책은 각각 1100페이지가 넘는다. 고양이 빌딩이라는 책빌딩을 가지고 있는 저자 자신만큼이나 무지막지하다. 혹자의 말을 빌리자면, 점점 정육면체에 가까워지고 있는 책들;; 인 것이다. 정육면체에 가까워지는 정육면체의 책이라.. (먼산)
허술하다는 이유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나니아 연대기>는 일찌감치 방출크리를 탔고,
내가 가지고 있는 두꺼운 책들은 주로 컴플리트 버전들이다.
제인 오스틴 컴플리트, 셜록 홈즈 컴플리트
뱀발 : 내 책장 속에 무기로 쓰기 좋은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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