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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작부터 와~ 하게 만드는 참신한 소재로 독자들을 눈먼 자들의 도시로 빨아들였다.
이 책만의 특징인 줄로만 알았던 쉼표와 마침표로만 끝나는 문장은 주제 사라마구의 독특한 문체와 서술방식이었다.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현학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막상 이 소설을 읽을 땐 한없이 집중해서인지 마냥 좋고 집중됐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 읽은 눈먼 자들의 도시는 평온한 시기에 읽을 때보다 한층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안과 전문의 의사와 그의 아내는 검은 색안경을 낀 여자에 의해 발에 구멍이 뚫린 남성에게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썩어 문드러가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의 본성이 법에 의해, 나라에 의해 억압받지 않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위기를 해쳐나가는가 하면 같은 처지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악랄하게 이용하는 자들을 보여줌으로써 악으로 인해 선이 얼마나 망가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정신병원에서 큰 사건들이 생기고, 처음에도 나왔던 매일 같은 시간에 낭독될 거라는 그 방송이 다시 나왔다. 스피커가 먹통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통해 이것은 작중에서 바깥 세상 전체가 마비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작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충격을 금치 못할 일련의 사건들이 생긴 후 다시 나온 이 방송을 들었을 때 전염병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무기력하고 무책임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상기시킨 것이다.
"우리 내부에는 이름이 없는 뭔가가 있어요. 그 뭔가가 바로 우리예요."
이 소설은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진행되는데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독자들에게 사라마구는 검은 색안경을 낀 여자를 통해 위와 같이 알려줬다.
눈이 머는 전염병이 온 도시를 쓸어버린 걸 알게 된 의사 일행은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홀로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눈먼 자가 정상이고, 눈이 멀지 않은 자가 비정상이 된 도시를 보면서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의사의 집에서 일곱 명의 일행 중 세 여인이 아파트에 나와 빗물을 맞으며 샤워하는 장면과 의사의 아내가 다시 찾아간 지하의 창고에서 압사당한 시체를 보는 장면은 등장인물에게나 독자에게나 생각에 잠기게 한다.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을 통해 실명 전염병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함과 동시에 전염병의 무서움을 알려주고, 정신병원의 깡패를 통해 인간의 악을 또다시 꺼내 보이고 의사의 아내를 통해 인간의 선을 그려냈다.
본 서평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