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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우리를 닮은 그녀의 이야기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책 표지가 말했다. 나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책은 말했다. 나는 사랑과 이별로 아파하는 그대를 위한 모든 것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고.
밤이 되면 불을 끄고 누워 익숙한 목소리에 주파수를 맞추던 시절. 한 때 라디오를 껴안고 자다 시피 할 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숨 죽여가며 들었던 유행가 가사도 아닌 한자 한자 공들여 써서 보낸 편지가 언제 읽혀 질까 가슴 졸이며 듣던 그 시절. 90년대초 티비보다 라디오를 더 사랑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공개방송에 나오면 녹음까지 해서 듣곤 했었다.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라디오에 엽서를 보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고민상담도 하던.
'그녀가 말했다'는 라디오 작가 김성원이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 방송된 글을 묶은 감성 에세이다. 책 표지만 봐도 감성이 묻어 나오지 않는가? 책 표지를 보고 있으니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이런 풍경류의 엽서와 공책, 연습장이 유행하던 게 떠오른다. 그땐 엽서 모으는 게 참 좋았는데. 서른중반 아줌마에게도 아직 소녀적 감성이 살아 있는 걸 보니 마음만 청춘이구나. 사랑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리고 헤어짐이라는 이별도 맛 보고 싶고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 여행가고 싶다. 책 속에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왜 이리 하고 싶은게 많아지는지.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랑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 때는 머리에게 묻지 말고 눈에게 물으면 된다. 사랑이라면 눈을 뗄 수 없으니까." 캬~ 맞는 말이다. 연애할 때는 거리에 많은 사람이 걸어 다녀도 내 눈에 단 한 사람밖에 안 보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찾으라고 해도 못 찾는 이유는 멀까? 눈 감고, 귀 닫고, 입 꼬매고 산지 오래되서 그런지도 모른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연애도 했다가 이별도 했다가 다시 행복한 시간도 있었다가 여행도 갔다가 했는데 현실은 허무함만 남는다.
이 책은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목차를 확인하려고 책을 넘겼는데 목차는 없고 '이토록 뜨거운 순간', '누구나 길을 잃는다', '그녀는 자랐다. 나무처럼'이라는 약간 큰 제목이 있다. 그게 제목이고 아래 있는 것들이 글인줄 알았다. 읽어보니 이상했다. 나중에 보니 그게 소제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엔 쪽수 즉 page수 표시가 안 되어 있다. 그래서 더 헷갈렸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어도 좋지만 풍경 그림 따라 내 맘 가는대로 읽어도 좋다. 그녀의 메시지 하나 하나가 마음을 울릴 때도 있고 미소짓게 하는 순간들이 있어 행복하게 책을 덮을 수 있다.
김성원. 그녀는 라디오 작가다. 꽤 많은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작가로 일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으로 봐서는 단아하고 참한 아가씨라는 생각이 든다. 글도 그러했으니까. 지금도 그녀는 라디오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을 듯 하다. 밤삼킨별 김효정. 그녀가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글이 담겨 있는 다이어리와 엽서는 해마다 출시되고 사랑받고 있다. 그녀가 쓴 책으로는 '밤삼킨별의 놀이 없는 놀이터' 가 있다. 하늘, 구름, 꽃잎 등등 이런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녀가 찍은 풍경사진이 그렇다. 밤에 잠이 안 온다 생각되는 날이 있으면 '그녀가 말했다'를 읽어 보길 권유한다. 읽다 보면 그녀의 감성어린 글에 녹아 잠이 스르르 들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