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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 39 - 완결
사토 후미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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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년탐정 김전일>은 사실 명탐정과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캐릭터이다. 명색이 아이큐가 180이라지만 그다지 기억력이 좋은 것 같지도 않고 공부 시간에도 잠만 자기 일수이다. 웃기는 것은 그 좋은 머리가 학교에서 제대로 발휘할 때는 낙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순전히 '잔머리'로 시험을 잘 치를 경우이다. 게다가 호색가이기도 하고(호색가는 너무 강한 표현인가?) 어쨌든 어리버리하게 생긴 외모만 빼면 완전 날라리 기질을 갖고 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 날고 기는 경찰들 -특히 아케치같은 사람- 도 해결 못하는 사건들을 해결할 때 그 놀라움은 극대화 되는 법이다. 한마디로 '어떻게 이렇게 얼빠진 녀석이 이런 사건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이 김전일한테는 어떤 명탐정에게도 쉽게 드러나지 않은 이미지인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는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사람도 잡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국은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있도록 격려한다. 그럴 때 보면 사람이 새삼 멋있게 보이기도 한다.(결국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만은...) 이렇게 독특하고 풍부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이제 볼 수 없게 된다니 정말 아쉽다. 그 동안 재미있게 만화를 보았는데, 가끔씩 이렇게 떠올릴 수 있는 추억거리로만 남게 되었으니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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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수레바퀴 1~8권 세트 - 전8권
고우영 글 그림 / 자음과모음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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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해학과 절묘한 풍자를 가미한 그만의 독특한 역사만화의 세계를 구축한 만화가 고우영씨가 지난해 삼국지에 이어 고려말부터 조선초까지의 역사를 소재로 한 「수레바퀴」를 출간했다. 「수레바퀴」는 고려 말부터 조선조 세종 대에 이르기까지 '조선왕조실록'와 같은 정사는 물론이고 '연려실기술'같은 야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료를 참고하며 당시 역사적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숨겨진 진실을 낱낱히 파헤치고 있는 일종의 사기의 '열전'과 같은 만화이다.

'삼국지'에서 주인공 유비를 '쪼다'로 묘사할 정도로 역사 속 인물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유명한 그답게 '수레바퀴'에서도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한 그의 평가는 참신하다. 고려 말의 충신으로 고려 왕실에 대한 충절로써 그 당시나 지금이나 충신의 대명사로 이름 높은 정몽주는 「수레바퀴」에서는 색다르게 묘사된다.

즉, 정몽주는 온건파 개혁 세력의 수장으로서 권력에 눈이 멀고 오만하여 마침내 선죽교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가 어떻게든 고려를 떠받치기 위해 노력한 이유가 그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태종의 장남으로 세종대왕의 형이기도 한 양녕대군은 방탕하였기 때문에 세자에서 폐위된 것으로 역사에는 기록되어 있으나 실은 '어리'라는 한 유부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는, 마치 영국의 윈저공을 연상하게 되는 미처 몰랐던 장면도 있다. 이렇게 수레바퀴에서는 역사서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의 사실이 어떠했는가를 추측하려는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다.

「수레바퀴」에는 위에서 언급한 인물들과는 달리 역사의 이면에 가려진 사람들 - 특히 여인들 - 도 소개되어 있다. 명문가의 딸이자 조선초의 명신 변계량의 친척이기도 한 변씨녀는 지체높은 신분으로서 노비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런데 그 장면이 남편에게 발각되자 남편을 역적모의를 꾸민 것으로 거짓 신고하는 해프닝을 벌이다. 또 태종의 종제뻘이 되는 왕족 이백온은 지나치게 색을 밝혀 색주가에서 깜짝 놀랄 엽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 때문에 퇴폐 유흥업소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된 이야기도 소개되어 있다.

게다가 태평성대를 이룩한 세종대왕은 동성애에다 남자화장실을 들여다 보는 음란한 습관을 지닌 며느리때문에 속을 끓였다고 한다. 그리고 본래 양반으로서 왕족과 혼인한 바 있는 어우동은 왕족에서 노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남자들과 불륜을 저질러 당시 형법상 곤장형에 처해져야 했으나. 스캔들에 연루된 왕족 등 권력층들이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사형에 처했다는 이야기 등은 엄격한 유교사회인 조선시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거나 알고 있어도 그 연결 고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토막토막 끊어져 있던 사실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그런데 왜 이 책의 제목이 「수레바퀴」일까? 바로 이 '수레바퀴'라는 말 속에 고우영의 날카로운 역사의식이 담겨 있다. 그는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점을 찍어 놓으면 한바퀴 돌 때마다 그 점이 지면에 닿는 것처럼 인물과 배경은 달라져도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성계와 정몽주, 이방원과 정도전 사이에서 어떻게든 줄을 잘 서보려고 혈안이었던 조정 신료들의 모습과 왕을 둘러싼 친인척들의 비리가 마치 이합집산하는 정치인들과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을 생각나게 한다. 역사에서 이렇게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의 법칙이 아닐까? 고우영 화백은 그 역사의 반복성을 '지금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구르고 있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으니, 같은 것(역사에 나타나는 반복적인 성격)을 두고도 새롭게 바라보는 그의 노련함과 날카로움은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고우영의 다른 만화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수레바퀴」에서는 고우영의 독창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참신한 표현과 날카로운 분석 거기에 유머까지 가미하여 부담없이 재미있게 다가가게 하면서도 높은 품격을 느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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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삼국지 三國志 세트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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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보통 소설책으로도 10권 분량은 족히 되는 삼국지를 세 번씩이나 읽는 것은 정말로 힘든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고우영 삼국지」 10권은 불과 며칠만에 세 번은 읽고도 남았다. 게다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고우영의 만화는 「일지매」「초한지」「서유기」「열국지」「십팔사략」등 고전을 각색한 만화들이 주를 이룬다. 고우영은 이들 만화에서 기존의 단순한 해석을 넘어서는 참신하고 해학적이며,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번득이는 그만의 독특한 관점이 드러나 있다. 「삼국지」도 마찬가지다. 우선 여타 삼국지들과는 달리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장비가 돼지고기를 파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원작에서 보여지는 사납고 용맹스런 이미지와는 달리 서민적이고 친근하다. 또 흔히 정의롭고 덕이 많은 인물로 알려진 유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무능한 주제에 천하를 움켜쥐려는 야심가로 비춰지고 있다. 심지어 능글맞은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만화가의 독특한 해석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역시 제갈량과 관우의 관계이다. 제갈량이 유비의 참모가 되었을 때부터 관우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졌다는 만화가의 견해는 관우를 일부러 화용도로 보내어 기를 꺾었다는 것과 여몽의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우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훌륭히 뒷받침하고 있다. 정말 마치 곁에 있었던 것처럼 날카로운 분석이 아닐 수 없다.

「고우영 삼국지」의 대단한 점은 그밖에 또 있다. 바로 삼국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유쾌한 표현이다. 고우영은 장비는 의리의 사나이로, 관우는 폼나는 사나이로 추켜세우는 데 반해 유비는 '쪼다'로 묘사하고 있다. 심지어 악역인 조조는 '좆조'라고 놀리고 있다.(초한지에 나오는 간신 조고 또한 똑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다.) 또한 당시 금기시되었던 성적 에로티시즘을 유쾌하게 함으로써 성인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 청왕묘, '디스코 과부' 등의 인물들의 성적 매력은 보는 사람의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고우영 삼국지」는 전 편에 걸쳐 기발한 패러디와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들로 가득하다. 여포가 영화 <페드라>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여 동탁을 죽이면서 '크레오 훼드라'라고 부르짖는 장면이나 조조를 골탕먹이는 도사 '좌자'는 결국 외계인이었다는 식의 설정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축하해'라는 말이 들어갈 부분에 'congratulation'을 변형시킨 말인 'C레이션'에 이르면 마치 고우영은 오늘날 채팅언어의 선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어떻게 70년대의 암울했던 시절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로 수많은 파격과 천재성이 발견된다.

하지만 고우영의 이러한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성의 산물도 당시 심의와 검열에 걸려 무려 24년 동안 만신창이로 있었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우영은 이 때의 심정을 '자식을 낳아 불구로 만들고, 24세의 청년이 되기까지 앵벌이를 시킨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제 고우영은 삼국지를 시작으로 다시 펜에 '시동'을 걸었다. 「삼국지」가 나온 다음 얼마 뒤에 「수레바퀴」가 나왔고, 계속해서 「수호지」나「일지매」가 나온다고 하니 얼마나 기대되는 지 모르겠다. 비록 예순이 넘었지만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고우영의 멋진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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