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 《아이스에이지》를 보면 비록 특수효과로 만들어낸 것이긴 하지만 선사시대 빙하기의 장엄한 비경을 구경할 수 있다. 지구가 탄생한 후 약 46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최소한 세 차례 빙하기가 출현했다. 빙하기에는 지구 전체가 거의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세 번의 빙하기는 각각 선캄브리아기 말기와 석탄기—페름기, 제4기에 나타났다.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으로는 온 세상이 얼음으로 덮이고 먹을 것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물이 대량 생존할 수 있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인류도 제4기 빙하기가 끝난 후에야 지구상에 출현했고, 《아이스에이지》에 등장하는 동물들도 대부분 빙하기가 끝나고 얼음이 녹은 후에야 활동할 수 있었다.
지구에 왜 빙하기가 나타났는지 아직은 정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지구의 공전과 자전, 궤도 이동에 의해 생긴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또 태양계 전체가 은하계의 어떤 점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런데 태양계가 은하계의 어떤 고정된 점을 중심으로 돌다가 주기상으로 태양이 은하계의 중심구간에 가까워지면 태양의 광도가 낮아져 지구에 대빙하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나타난 빙하기는 제4기에 나타났다. 이 빙하기를 다시 네 개의 소빙하기로 구분하고 소빙하기 사이에 있는 시기를 간빙기라고 부른다. 간빙기에는 기후가 점점 따뜻해져 해수면이 상승하고 육지에 생기가 찾아온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도 마지막 소빙하기가 끝난 후였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변화가 태양의 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15세기와 17세기, 19세기에 유라시아 대륙에 빙하가 확대돼 육지 면적이 축소되는 현상이 세 차례 나타났다. 그런데 이 세 번의 빙하 확대가 일어난 시기가 태양흑점의 극소기와 일치한다. 그 중에서도 17세기에 나타난 극소기는 태양흑점이 2천여 년 만에 최소로 축소되었던 시기다. 과학자들은 태양흑점의 축소는 태양의 자기장이 약해짐을 의미하며, 이것이 태양 자기장과 지구 자기장의 결합을 약화시켜 빙하기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최근 100년간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1천 년 동안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기온의 상승과 하강이 주기성을 띠고, 태양의 흑점도 주기적으로 변화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난 100년 동안의 기온 변화만을 보고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지구온난화를 증명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은 때때로 중세에 몇 차례 기온 상승이 나타났었다는 사실을 고의로 숨기곤 한다. 그들에게 뭔가 다른 속내가 있는 걸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세기로 접어든 후 지구온난화 추세가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기온이 줄곧 상승하기만 한 건 아니다. 1970년대에는 사람들이 날씨가 계속 추워진다고 걱정했었다. 당시에 지구온난화를 주장했다면 아마 허튼소리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197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저널리스트 조지 윌은 “일부 기상학자들이 금세기 말 북반구의 평균 기온이 섭씨 2~3도 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그들의 예언대로 된다면 고위도 지역인 캐나다, 중국 북부, 소련 등의 식량 생산량이 감소해 수많은 사람이 굶어죽고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본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명한 기상학자들이 “기후한랭화로 인해 가장 낙관적인 성향의 전문가들까지도 10년 안에 식량 생산량 급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들이 이 사실을 무시하고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정치적 혼란과 폭동이 초래돼 인류가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당시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책이 바로 1975년 프렌티스 홀 출판사에서 출간한 《기후한랭 :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왔는가?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다. 이 책의 저자인 로웰 폰트(Rowell Ponte)는 강연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신중한 과학자들도 머지않아 빙하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한랭화로 인해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겪은 그 어떤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문제보다도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지구한랭화에 관한 예측은 굉장히 중요하며, 우리 자신과 아이들, 그리고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라고 단언했다.
1975년 영국 과학지 《뉴사이언티스트》의 편집자인 나이젤 칼더(Nigel Calder)도 “새로운 빙하기의 위협을 핵전쟁이 가져올 위협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빙하기가 인류에게 대규모 참사와 고통을 안겨다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에 세 차례 빙하기가 출현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또 한 번의 빙하기가 이미 시작되었다며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당시 걱정했던 지구한랭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빙하기가 닥칠 것이라고 핏대 세워 역설하던 과학자들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 큰일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태양의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구의 온도가 어떻게 고작 이산화탄소 하나 때문에 뒤바뀔 수 있단 말인가?
- 저탄소의 음모(거우홍양 지음, 허유영 옮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