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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내가 읽었다고 표현해도 될까? 뭐 그렇게 엄밀히 따지고 든다면 과연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는 책이 몇권이나 되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언급된 7편의 이야기 중에서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세 권. 그걸 건너뛰고 읽는다고 해도 다른 책들을 읽어본것이 너무 오래전이라 내용이 기억에 없는 책들을 읽었다고만 할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새삼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을 꺼내어 다시 읽고 싶은 기분은 아니다. 아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지금 나는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하고 오래 전에 구입한 채 그 존재를 잊어가고 있는 속죄를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을 뿐 아니라, 혹시라도 스포일러를 접하게 될까봐 건너뛰어버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는 책을 읽어보지 못한 청취자(내지는 독자)들을 위해 책의 내용을 다 드러내놓지는 않는다. -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에 언급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본인들 스스로가 앞쪽에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에 심취해 말을 하다보니 쓰쿠루가 왜 친구들의 그룹에서 떨어져나가고 16년이 지난 후에야 친구들을 찾아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된다는 대화속에 이미 중요한 내용들이 다 나와버렸고,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나는 그들이 왜 굳이 올드보이 이야기를 했는지도 알수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통으로 건너뛴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건너뛰지 않고 읽은 이유는 그의 장편소설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키의 에세이는 꽤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결정적으로 나는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에세이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키 이야기가 나온김에 두서없이 그냥 이야기하자면, 빨간 책방에서 언급된 책을 읽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둘의 대화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내가 느꼈던 부분과 일치하는 것도 있고 내가 전혀 깨닫지 못했던 내용이 언급되기도 하고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조금은 명확해지는 것을 느끼며 둘의 대화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끝나버렸다.

또한 둘의 대화는 무척이나 고맙게도 왜 이 책이 명작이고 뛰어난 고전인지 잘 모르겠다는 언급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생각과 의견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 왜 그리 좋은지. 그러니까 한마디로 쉽게 말하자면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은 모두가 다 똑같을 수 없고 어느 누군가의 말은 정답이고 또 누군가의 느낌은 틀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명확하게 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물론 그것보다는 내가 술렁술렁 읽어댔던 책들을 좀 더 깊이있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의 흐름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상징과 은유를 볼 수 있게 하면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품의 재미를 더 높여주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래서 오래전에 읽었을때는 물론 다시 한번 더 읽어봐도 그 흥미로움을 느끼지 못했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다.

 

귀로 들으며 이야기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내게 이 책은 '말과 글의 경계선 위에서 말의 역동성과 글의 사변성을 함께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동진 평론가의 바람이 헛되지 않음을, '더욱 즐겁게,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었으며 책이라는 매개체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차이를 발견하고,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흔적이 잘 녹아있기를 바라는 김중혁 작가의 바람은 그의 말 이전에 이미 깨닫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김중혁 작가가 짧고 간결하게 두 문장으로 이야기한 것을 나는 이 책을 읽은 느낌이라며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었구나... 부끄럽지만 그것이 나인것이고, 그래서 나는 빨간 책방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다릴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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