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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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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을 모두 다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관심을 갖고 있어 그 삶의 여정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읽어보기 전부터 왠지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고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들의 뒷모습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보여줄까,라는 궁금증보다는 그저 다시 한번 그들의 삶을 돌아보고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조금씩 읽어나갈수록 이 책은 그저 고난한 삶을 살아온 예술가들을 나열하여 상처를 후벼파고 연민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예술, 상처를 말하다'라는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의'의 감각이 예술가에게 필요한 덕목인가? 이 질문은 예술이 타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질문이다. 정의란 '타인에게 동의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98)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예술가의 삶을 살다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고통 모두를 고스란히 자신의 예술작품에 드러내 보이고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았기에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아간 이들을 보게 되었다.

강박에 사로잡히고 피해망상에 빠져들고 결국 정신병원에 수용되어야만 했던 카미유 클로델뿐만 아니라 정신이상자로 비춰지는 고흐, 예술작품보다도 그녀와 남편의 기이한 결혼생활과 각자의 연애행각에 대해서만 언급이 되는 프리다 칼로...

저자는 이들의 상처에 대해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평범한 삶을 살아간 그들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그들이 받은 상처의 흔적이 예술작품에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그것으로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하겠다는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유받기를 원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이들은 자신의 살아생전에 자신의 예술작품이 가치있는 예술로 인정받거나 대중들에게 사랑받거나 이해되거나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지금은 공히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거나 예술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거나 했기 때문에 그들의 삶과 고통이 치유되고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상처받은 모습,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을 그대로 작품에 투영하고 있기때문에 우리의 공감과 이해를 받게 된 것이다. "상처는 고백하고 나눔으로써 완화된다. 제한적이지만 고백 자체 안에 치유의 계기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269)

 

책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 책에는 세명의 한국인이 나온다. 권진규, 백남준, 이성자.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고 작품 사진을 보니 또 어떤 책을 통해서 한번쯤은 봤던 기억이 있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 알기는 커녕 그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조차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삶과 상처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관심조차 없었다니. 책을 읽다 말고 잠시 문화적 사대주의에 대한 생각의 샛길로 빠져들었다.

 

예술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술가와 예술가의 작품이 전혀 별개의 것이 될수는 없다는 건 알겠다. 고흐도 케테 콜비츠도 또 다른 이들도 그랬듯이 예술작품 속에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거짓없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도 알겠다.

"자신을 타인의 이름으로 내어 주는 것, 자신의 재능을 형제들의 고통 안으로 감추는 겸손의 미학,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와 기쁨에 기꺼이 귀속되는 자아, 이것이 희망의 예술, 희망의 지성, 희망의 사회, 희망의 정치, 희망의 경제의 첫 단서이자 본령이어야 한다."(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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