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것들이 초라한 우리 집을, 맛도 없고 느껴지지도 않는 하얀 먼지처럼 우리가 10년동안 들이마신 가난을 생각나게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정의 내릴 수도 없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가난이라는 먼지는 나의 폐와 심장과 뇌에 쌓여, 내 몸의 순환을 지배하며 이제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있다. 난 참았던 기침을 터뜨렸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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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가시가 걸려 계속 헛기침을 하며 밥을 잘 삼키지 못하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다. 문장 곳곳에 배어 있는, 나의 가난을 떠올리게 하는 가난의 냄새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