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모호함

‘사랑‘이라는 단어는 에도 시대 이전의 유교적인가치관 안에서는 오히려 천박한 단어였다. 유교의 팔덕-인ㄷ의義, 예禮, 지智, 효孝, 제悌, 충忠, 신信ㅡ에는 사랑 같은 단어는 물론 들어 있지 않다.
무장이었던 나오에 가네쓰구(센고쿠 시대와 에도 시대 초기에 활동한 무장-옮긴이)는 투구에 ‘사랑‘이라는 글자 장식을 달았던것으로 유명한데, 당연히 이 또한 현대적인 사랑이 아니라, 필시 애탕신앙이나 애염명왕신앙에 의한 것으로, 군신에 의한 감화의 표시다.
사랑은 오히려 미풍양속에 반하는 연정의 일종으로, 오히려 하람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문맥에서 사용돼온 단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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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것을 한다’
익명이라기보다 익안성

나는 모리 오가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는 ‘仕事시고토, 일"
를 반드시 ‘事‘라고 쓴다.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쓰는 것이다. 나는 이 발상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은 일생 동안 수많은 ‘것을 한다.’ - P62

데뷔작 「일식」에서 중세 말기 유럽의 이단 심판을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마녀‘의 관계를 그렸다. 인간이 ‘분할 불가능한 개인‘이라는 발상은 본래 일신교에서 유래된 것이다. 유일한 신과 마주하는 대상은 유일한DEA인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일상생활에서 인간들끼리 맺는 관계도 있다. ‘마녀‘란 사회가 이질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배제시키려 했던 사람들이다.
근대의 요람기인 19세기 중반을 무대로 한 세 번째 작품 장송에서는 ‘신은 죽었다고 치고, 그 대신 예술에 ‘진정한 나‘를 바치며 격동하는 현실 사회를 살아가고자 했던 낭만주의 예술가 - 쇼팽과 들라크루아 - 주인공으로삼았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두 번째 작품인 달에서는 ‘개인‘이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수입한 메이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고뇌가 그려져 있다.

나는 카프카의 유명한 소설 『변신』을 은둔형 외톨이 이야기로 다시 읽어보려 마음먹었다. 자칫하면 벌레로 변신한다는 충격적인 사건에만 관심이 쏠리기 쉬운데, 거기에서일어나는 일은 해명할 수 없는 이유로 주인공이 방에서 나갈수 없게 되고, 가족들이 그 뒷바라지를 하는 상황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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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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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기

봉오리 여는 일.
대신 해줄 수 없는 일.
힘껏 열어젖혀피어나는 일.
오직 꽃,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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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모든 행위는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고보이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다. 나태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으로비생산적이고 쓸모없어 보이는 행위에 골몰할 힘을 얻게 된다. 내 눈을 넘어 오감을 강렬하게 사로잡으며 뒤흔드는 작품을 만들기112거대한 나태함으로 그것을 영혼이 흠뻑 젖을 때까지….
러나 일상에 나태해지는 시간의 공터를 습관처럼 만들어놓을 수있다면, 당신을 흔들었던 그 작품은 당신의 삶과 맞물리며 만날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나태함으로그 작품을 마음속에서 붙잡아 한껏 곱씹어 보며 진정 내 영혼의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나태한 시간이 모여 당신의 기억을 구성하고, 나아가 당신의 내면, 당신만의독창적인 정체성을 구성할 것이다.

뒤샹은 나태했다. 그래서 파리를 속속들이 채우고 있는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느꼈다. 그는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 뉴욕에있는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다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서 혈청을 하나 사고는 약사에게 혈청은 쏟아 버리고 빈유리병만 달라고 주문했다. 그 빈 유리병은 매우 오묘하고 독특한삶은 예술로 빛난다형상이었다. 한편 기괴해 보이기도 했다. 뒤샹은 빈 유리병을 가지고 뉴욕으로 향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분리수거를 해야 할 것같은 그 유리병을 주며 말했다. 이것이 ‘파리의 공기 50cc‘라고.

마르셀 뒤샹<파리의 공기 50cc>1919년(1964년 재제작)113and Duching
"이렇게 로맨틱할 수 있나?
이렇게 시적일 수 있나?
이렇게 예술적일 수 있나?"
삶을 예술로 만드는 비밀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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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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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야기‘의 변신은 잠시잠깐의 둔갑이 아니며 각성에 의한 유의미한 변화도 물론 아니며 겁벌에 가까운 전신이다. 이천년전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노래한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신들의 세기에 각자의 이유로 신들에게 몸바뀜을 당한 기록이자 내력이다. 기원전 황금의 시대 청동기의 시대에 몸을 바꾸는 것은 지금의 무엇과 같을까? 하나는 분명하다. 생명을 앗지는 않았다는 것. 이 지점에 대한 생각도 모두 다 다를텐데. 1권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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