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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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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제목에 이끌린 것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이라서 읽고 싶어졌는지 잘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읽을 기회를 감사하게 받았다.

어떤 사람이 《친애하는 개자식》인지가 너무나 궁금하기도 했고...


‘비르지니 데팡트(Virginie Despentes)’의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세 명의 중심인물이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리즈시절이 있는 배우 ‘레베카’와 자신의 책 홍보 담당자에게 ‘미투(Metoo)’ 고발을 당한 지질한 작가 ‘오스카’, 오스카를 미투한 페미니즘 블로거 ‘조에’의 언어들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 친누나의 친구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배우 ‘레베카’를 폄하하는 글을 SNS에 올리고 그에 반응하는 레베카의 이메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알콜과 약물, 미투라는 악재까지 겹쳐있고,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제대로 된 생활이나 생각을 하지 못하는 오스카와 레베카의 주고받는 이메일은 위태롭게 시작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들의 이메일에는 연민이 가득하다.

격려와 응원의 말이 아닌 것 같지만, 오롯이 이해해 주는 말들이 오간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젊은 세대인 ‘조에’는 SNS의 무분멸한 공격으로 점점 피폐해지는 감정으로 강박적 불안에까지 시달리게 되는데 그 부분이 안타깝고 안쓰럽기만 하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방법조차 알지 못하는 ‘지질함의 대명사’ 같아 보이는 ‘오스카’의 행동들도 답답하기만 했고... 

예술가들이라 그런 것인지, 프랑스라는 우리와 다른 문화라서 그런 것인지 완전한 이해가 되지 않는 레베카와 오스카의 약물에 대한 관대함도 약간의 거북함마저 들었던 것 같다.

(난 아무래도 그냥 찐으로 대한민국 사람인가보다)


《페미니즘(Feminism)》을 보는 시각도 나는 아직 불편하다.

「페미니즘 책을 열심히 따라 읽는 이십대 여성과, 페미니즘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남성들,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지 못한 중년 여성들.  옮긴이의 말 중에서」

‘페미니즘’에 관해서 공부하거나 정확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수혜를 받지 못한 중년 여성이라서라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꾸만 무언가 왜곡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좀 더 나은 상황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종국에는 피폐해지는 ‘조에’의 모습에 그래서 더 안타까웠던 것도 같다.


하지만, 썩 편하지 않게 읽기 시작한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거북스럽고 불편해하는 내 생각을 많이 변화시켰다.

레베카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고, 자신의 일상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오스카의 노력도 자꾸만 응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편협한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내기 아까울 만큼이다.

한 문장, 한 문장 다시 곱씹으며 이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다시 잘 살펴보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P8 레베카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잘 봤습니다. 어깨에 똥을 싸지르는 비둘기보다 당신이 나은 게 하나라도 있을까요? 역겹고 불쾌하기 짝이 없군요. “왈왈왈, 나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허접한 머저리입니다. 사람들 주목을 받고 싶어 칭얼거리는 개새끼입니다.” SNS에 영광을 돌려야겠네요. 아주 잠시나마 유명세를 누렸을 테니. 내가 당신에게 답장을 쓰는 게 그 증거입니다.


P9 오스카

의도적으로 신랄하게 쓴 글이었습니다. 변명하자면 당신이 읽을 줄은 진심으로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읽었으면 하고 바랐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진짜로 읽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게시글과 댓글은 전부 지웠습니다.

어쨌든 당신 글도 적의가 가득하네요. 그다음 반응은, 솔직히 말하자면 꽤 재미있었다고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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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3 - 마음의 상처를 안아주는 '오뚝이 트라'의 따뜻한 힐링 여행 오뚝이,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3
이종운.지현정 지음 / 시도하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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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만에 『오뚝이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시리즈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 만난 『오뚝이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3』 는 힐링의 아이콘 ‘세 친구’인 《트라》와 《새싹이》, 《오몽》이를 반갑게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여행 친구인 《소뮤》까지 함께 한 ‘네 친구’가 된 이들의 이야기는 이전 두 권의 시리즈에서 느꼈던 감동과 여운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이를 넘어 격려와 응원까지 배가 된 『오뚝이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3』 또 내 마음을 울리고 말았다.

왜 이렇게 찡하고 감동하게 만드는지...

요즘 재미있게 본 드라마도 나를 울려버렸는데, 오랜만에 만난 ‘트라’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찡하게 만드는 울림으로 또 나를 울렸다.

세상에 ‘트라’와 친구들 같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만 있다면 좋겠지만 너무 판타지 같은 희망이겠지 싶은 마음이 약간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꿈을 꾸고 싶다.

이들 같은 마음을 갖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기에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그런 마음이 필요할 때 ‘트라’와 친구들을 다시 펼쳐보게 될 것을...

“마지막으로 우리가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줄게”라는 에필로그마저 너무나 감동이었다.






「넘어졌다고 좌절하지마

잠깐 누워서 쉬면되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눠봐

두 배, 세 배 큰 행복으로 돌아올거야

시작은 누구나 서툴고 어렵기 마련이다

천천히 해도 돼 너의 속도에 맞춰서

지치는 순간엔 잠시 멈춰서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려봐

슬픔을 이겨낼 힘이 되어줄거야

넘어져도 괜찮아

잠시 쉬어도 괜찮아

가끔 누워있어도 괜찮아」


오뚝이 왕국의 왕자인 ‘트라’ 에게 닥쳐진 위기(?)의 이야기가 펼쳐질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친구들의 이름 유래나 숨은그림찾기 같은 보너스 페이지까지 너무나 완벽했다.


「너에게 하고픈 말

너는 틀린 게 아니라 특별한 거야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어

네 삶의 기준은 너니까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있어

걱정마! 나는 네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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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의 탐미
김서윤 지음 / 책과이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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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내가 편안히 살 ‘집’에 대한 생각들은 다양하지만 한 뜻이 아닐까 싶다.

내가 오래전부터 소망하는 ‘편안한 집’.

나는 ‘편안한 집’을 꿈꾼다.

지금은 도시 한복판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흙과 나무와 물이 가까이 있는 곳에 내가 편안하게 쉬고, 잠드는 집을 갖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시골길을 가다가 눈이 가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이런 곳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미래의 ‘나의 편안한 집’을 그리곤 한다.

그래서였는지 『오래된 집의 탐미』를 기다리면서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고 설레는 마음마저 들었다.

흔히 집의 ‘리모델링’의 이야기라면 ‘헌 집’에서 ‘새집’이 되는 과정이 건축이나 자재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는 선입견을 나름은 갖고 있기 마련인데...

『오래된 집의 탐미』의 리모델링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술 그 자체다.

프롤로그부터 3개의 PART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유명한 에세이나 소설보다도 더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이끌어준다.

철거에서부터 이러저러한 생각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지만 ‘나의 집’을 만들어가며 모든 것에 애정을 쏟고 있음이 오롯이 모두 느껴졌다.

벽이며 바닥이며 한 군데도 빠지지 않고 모든 것이 예술과 만난다는 것이 내게는 소위 ‘컬쳐쇼크’ 일정도로 놀라움과 감동이었다.

《집》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과정을 겪은 이야기들이나, 예술과 만날 수 있게 해주신 작가님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나도 언젠가 ‘작품’으로 남겨질 나만의 ‘편안한 집’을 갖을 수 있겠지...라는 꿈도 다시 꾸게 된다.


P11 [프롤로그 중...]

‘집은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나 유행하는 인테리어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향으로 집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볼 수는 없는 걸까? ‘다들 그렇게 산다’라는 일반적인 삶의 방식 대신 각자가 행복한대로 선택하고 남과 비교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결국 우리에게 좋은 집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들은 도식적인 매너리즘에 갇혀 영원히 잃어버릴 뻔한 내 미래의 집을 되살려준 근본적인 계기가 되었다.


P117

유난히 ‘집’이라는 공간에 집착하던 아이였다. 몽상하기를 좋아했던 나는 언제나 집을 만들며 이야기를 지어내곤 했다. 레고 블록으로도, 시골 할머니 대 뒷산 흙으로도, 잠들기 전 머릿속 상상에서도 줄기차게 미래의 집을 그렸다. 하지만 그 집들은 단순히 살고 싶은 물질적인 집이라기보다 부족한 현실을 벗어나 닿고 싶었던 미지의 유토피아에 가까웠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집의 외피에 쏠려 있는 허영이 아닌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집을 꿈꿨다.


P212

내겐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푸젤리의 작품처럼 무너지는 밤들이었다. 지붕 방수까지 마치고도 한동안 악몽은 계속됐다. 지난 시간의 피로와 불안했던 기억들이 잠든 나를 지배하며 끊임없이 괴롭혔다. 잠을 잔다는 행위는 어느덧 낮 동안 벌어진 일상의 연장이 되었다. 꿈속에서 나는 여전히 집을 고치고 있었고 때로는 더 먼 과거로 날아가기도 했다. 나르시시스트와 재회하기도, 인연이 끝난 옛 우정과 함께 예전처럼 방랑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가끔은 팡팡이와 볕 좋은 가로수길을 산책했다. 그 꿈들은 과거 나를 행복하게 했던 보통의 날들, 오랜 세월에도 사그라들지 않고 지금껏 가슴 한편에 상흔을 새겨놓은 날들의 이야기였다. 그 날들이 이제는 완전히 나를 떠나기 위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더 이상 아파하지 말라고, 신경 쓰지도 말라고, 행복했던 기억만 남기라고, 상처받은 내 영혼을 그렇게 꿈으로나마 치유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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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국 대신 만둣국 - 소중한 맛에 대한 산문집
이범준 지음 / 책책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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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토란국 대신 만둣국』

《소중한 맛에 대한 산문집》 이라며 ‘삶의 시절마다 함께하며 꽃이 되어준 음식을 기록하다’라는 책과 만났다.

작가님이나 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기 전이라 음식에 대한 ‘레시피’인가 싶기도 했고, 휘릭 열어 본 책 속에 있는 사진은 흑백이었고, 요즘 책답지 않은 소박함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어떤 책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 개의 챕터(Chapter)’와 ‘소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니 「내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음식이 있다. 나는 평생 길치 소리를 듣는 사람이지만 한번 봐둔 음식점 위치는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줘야 할 때도 인근 식당을 기준으로 설명할 정도다. 아무리 허기가 져도 절대로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는 ‘프롤로그’까지 눈이 번쩍 뜨이고, 왠지 모를 끌림을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다.)


‘어머니들의 음식’, ‘나의 음식’, ‘사랑하는 이들의 음식’ 세 가지 Chapter에서는 맛깔나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음식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한 가지, 한 가지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될 때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놀랍다고 해야 할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나름 단어 선정도 잘하고 표현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칭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그 단어를 못 찾았다고 할 수 있겠다.

분명히 음식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그 음식의 기원은 물론이고, 또 다른 많은 에피소드를 잘 마련해 두셨는지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읽고 있었다.

시대적인 상황들이나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에 공감이 가는 것들까지 많아서였을까 ‘맞아, 맞아. 그래, 그땐 그랬지. 그래, 그 맛, 나도 아는데….’ 이런 말들까지 혼자 중얼거리기까지 했을 정도니 말이다.

심히 심각하게 빠져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한 번 빠르게 읽어내고, 다시 한번 더 읽었다.

(가독성 매우 좋다.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더 좋다)


책에 있는 내용을 내가 누군가에게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도 어디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거나 잘 못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다.

너무나 맛깔나게 읽히게 써주신 작가님의 글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맛을 직접 봐야 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나답게 제대로 살기 위한 방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쭉 ‘명사가 아닌 동사의 꿈’을 꾸시면서 좋은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토란국 대신 만둣국』에서 새롭게 알게 된 《진짜 제주도 음식》을 맛보러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다.


「좋은 음식은 인생을 바꾼다. 매일 삼시세끼를, 아니 하루 한 끼라도 좋아하는 이와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장 즐거움을 주는 대상은 음식과 사람이다.

돌아보면 음식은 나를 다른 무언가와 연결해 주는 다리다. 그러므로 이 글은 중년이 된 내가 지난 시절의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손에 잡히지 않아도 내 안 어딘가에 있는 그 기억들이 음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나의 행복했던, 따론 그렇지 않았던 시절 음식의 추억이 온전히 전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를 통해 여러분도 그런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시간을 갖기를 소망한다.

프롤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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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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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전편으로 읽은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의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들을 조금은 알고 있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운 캐릭터들이지만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인사할 수 있었다. 

시리즈라는 생각으로 읽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의 일상을 무료하다고 생각하는 ‘나’인 화자와, ‘오즈’는 물론 ‘아카시’군의 등장은 여전하다. (조연들도 물론 다시 등장한다)

‘나’의 ‘다다미 넉 장 반’이 1층에서 2층으로 옮겨졌다는 정도만 달라졌을까.

사소하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한 사건일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타임머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시간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에서 펼쳐진다.

이들의 행동으로 우주의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우주의 변화를 막기 위해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의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가 귀엽기까지 하다.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 시절의 나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이가 듦의 씁쓸함도 잠깐 느끼기도 했다.

평범하지 않다고, 엉뚱하다고만 할 수 없는 청춘들의 기발함과 소재의 신선함으로 가끔 나도 모를 갸웃하는 고갯짓이 있긴 하지만 아주 예전에 봤던 영화 ‘청춘스케치’가 떠오를 만큼 젊음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재미를 느끼며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꽤 매력이 있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다다미 넉 장 반’에서 어떤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P13

209호의 소문을 처음 들은 것은 1학년 여름이었다. 공동취사장에서 마주친 팬티 바람의 고참 학생이 가르쳐주었다. 히구치 세이타로라고 이름을 댄 고참 학생이 귀띔해 준 ‘에어컨 달린 다다미 넉 장 반’은, 당시 나에게 아서 왕이 최후를 맞이했다는 전설의 섬 아발론처럼 아득히 먼 환상의 땅으로만 여겨졌다. 그로부터 이 년 뒤, 209호로 이사하는 영예를 누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구태여 1층에서 2층으로 방을 옮겼는데도 나은 에어컨의 은혜를 겨우 며칠밖에 입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눈앞에 있는 사내, 오즈에게 있었다.

 

P126, 127

그해 겨울 나는 썰렁한 다다미 넉 장 반에 틀어박혀 전기히터를 화로처럼 끌어안고 ‘내가 그렇게 융화를 주장했건만!’ 하며 분개했다.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너는 네 의견이라는 게 없다’라 비난해 놓고는, 막상 광란의 시기가 지나자 모든 책임을 오즈에게 떠넘기고 ‘모두 사이좋게 지냅시다’ 하는 사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녀석들이 사과하러 오면 용서해 줄 수도 있고’ 그러나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즈만이 남았다.

‘우리는 운명의 검은 실로 맺어져 있다’라고 오즈가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지 어어 이 년 반, 다다미 넉 장 반 황야를 방황한 끝에 간신히 손에 넣은 것은 오즈라는 괴인과의 악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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